전통 아니어도 괜찮아, 외국인이 꼽은 가장 한국적인 공간은 '카페' [최지아의 미식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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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어온 한식.
카페는 한국인에게도 일종의 관광지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한국의 카페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커피 맛 때문만은 아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소로 카페를 꼽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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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미식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들어온 한식. 20여 년간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맛을 알려온 최지아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대표가 한식과 K관광의 트렌드를 소개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안합니다.

얼마 전 푸드투어에 참가한 영국인 콘래드에게 가장 영국적인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유명한 피시앤칩스나 한 상 가득 차린 영국식 아침식사를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커리"라고 답했다.
의아해하는 나에게 그는 웃으며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음식은 따로 있지만, 오늘날 영국인들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 가운데 하나는 커리라는 것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음식이나 식문화는 무엇일까. 같은 질문을 콘래드에게 던지자 그는 뜻밖에도 "커피와 카페 문화"라고 답했다. 그날 함께한 다른 참가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인들과 푸드투어를 하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왜 한국에는 카페가 이렇게 많나요?" "늦은 오후에도 카페에 사람들이 많아요. 왜죠?" 한국인이 커피를 좋아해서 그렇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의 카페들을 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골목마다 카페가 있고, 늦은 밤까지 불이 켜져 있으며, 주말이면 유명 카페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커피 소비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에 가깝다.
흥미로운 것은 외국인들이 주목하는 대상이 커피 자체가 아니라 카페라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마시는 곳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회의를 하고, 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노트북을 펼쳐 일을 한다.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누군가는 친구들과 몇 시간씩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보기에 한국 카페 문화의 특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카페는 한국인에게도 일종의 관광지다. 여행자가 관광명소를 찾아가듯 많은 사람이 새로운 카페를 찾아 이동한다. 주말이면 서울 근교의 숲속 카페를 찾고, 한옥을 개조한 카페를 방문하며, 서점이나 갤러리가 결합된 공간을 찾아다닌다. 최근에는 전통 한약방을 재해석한 카페나 오래된 양조장을 개조한 카페도 인기를 끈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지에서 지역 명소보다 유명 카페를 먼저 찾는다. 카페가 동네의 분위기와 취향, 그 지역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커피 한 잔을 위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이 주는 경험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한다. 카페마다 인테리어와 조명, 음악을 달리하며 저마다의 분위기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한국에서 카페는 단순히 음료를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하나의 목적지이자 경험 상품이 되었다.
생각해 보면 이것 역시 한국다운 모습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커피 생산국이 아니다. 원두는 대부분 해외에서 수입한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한국의 카페 문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히 커피 맛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은 외부에서 들어온 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데 능숙하다. 커피 역시 마찬가지다. 원두는 수입하지만 공간과 서비스, 디저트와 경험은 한국식으로 다시 만들어 낸다. 우리는 커피를 수입했지만 카페 문화는 새롭게 만들어 낸 셈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소로 카페를 꼽는지도 모른다. 궁궐에서는 조선시대를 만나고, 전통시장에서는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카페에서는 지금 이 순간 한국인이 어떻게 일하고, 쉬고, 만나고, 소비하고, 시간을 보내는지를 볼 수 있다.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것으로 김치와 한복, 궁궐을 떠올린다. 물론 그것들은 한국 문화의 중요한 일부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만나는 한국은 반드시 과거의 한국만은 아니다. 그들에게 오늘의 한국은 카페에서 더 선명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K팝과 K드라마는 해외에서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에서 펼쳐지는 한국인의 일상은 한국에 와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홍콩에서 온 사라는 “궁궐보다 카페가 더 흥미롭다. 그곳에서는 한국인의 일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성수, 청담, 익선동의 카페는 분위기도 찾아오는 사람들도 달라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유형의 문화유산이 한국의 과거를 보여준다면, 카페는 한국의 오늘을 보여준다. 관광은 과거를 구경하는 일만이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하다. 미래의 누군가는 2020년대 한국을 떠올릴 때 궁궐과 한복뿐 아니라 카페에서 보낸 시간을 결정적 장면으로 기억할지 모른다.
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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