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읽는 음식 이야기] 서울·남양 함께 쓰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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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는 2023년 3월 남양유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남양의 '아침에 우유'가 1993년부터 서울우유가 사용해온 '아침에주스'의 이름과 초록·흰색 포장을 가져다 썼다는 주장이었다.
서울우유의 '서울우유 아침에주스'는 2025년 2월 7일, 남양유업의 '남양 아침에 우유'는 2025년 8월 27일 각각 제29류 상표로 등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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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 “남양이 베껴” 소송
법원 “흔하게 쓰는 말이다”
2025년 각각 상표 등록해 사용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년 6월 13일 선고(2023가합54295) 원고 패소
2심 특허법원 2026년 1월 22일 선고(2025나10205) 원고 패소
결론 서울우유가 상고하지 않아 확정

서울우유는 2023년 3월 남양유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남양의 '아침에 우유'가 1993년부터 서울우유가 사용해온 '아침에주스'의 이름과 초록·흰색 포장을 가져다 썼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1, 2심 모두 서울우유에 패소판결했다. '아침에'는 마시는 때를 알리는 흔한 말이라, 한 회사의 성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1421년, 왕실 젖소를 돌보던 200명
한반도에서 우유는 오랫동안 왕실의 음식이었다. 조선은 고려의 유우소를 이어받았다가 1421년(세종 3) 병조의 건의로 없앴다. 소속 인원은 200명이었다. 1856년(철종 7)에는 농민의 고충을 덜려고 왕실에서도 우유를 마시지 못하게 했다.
근대 낙농의 시작
1902년 프랑스인 쇼트가 일본에서 홀스타인 20여 마리를 들여와 길렀다. 1937년 낙농가들은 경성우유동업조합을 세웠고, 이 조합은 생산 체계와 가격을 표준화하고 살균 우유를 냈다. 광복 무렵 1,661마리였던 남한의 젖소는 6·25 전쟁을 거치며 237마리로 줄었다.
낯선 음료, 더러운 음료
1893년 평양에서 한 서양인 의사가 연유에 설탕을 타 주자 사람들은 맛있게 마시다가 소젖으로 만들었다는 말에 역겨워했다. 소젖을 짜는 일에 대한 거부감과 유당불내증 때문에 우유는 일반인에게 낯설었다. 조선총독부는 1911년 우유영업취체규칙을 만들었다.
학교 급식으로 들어간 우유
1962년 2월 서울우유는 여섯 학교에서 우유 급식을 시범으로 시작했다. 1인당 소비량은 1962년 0.1kg에서 1996년 50.4kg까지 늘었다. 2025년 흰우유 소비는 22.9kg으로 줄었다.
우유 회사가 만든 주스
1990년대 초 국내 주스는 대부분 상온에서 팔렸다. 1992년 매일유업은 미국산 오렌지 농축액을 75도에서 18초 살균한 냉장주스 '썬업'을 내놓았다. 서울우유는 1984년부터 목장에서 생산한 우유를 소비자가 마실 때까지 냉장 상태로 유지하는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1993년 12월 28일 이 냉장 유통망에 '아침에주스'를 공급했다. 과당과 감미료를 넣지 않은 과즙 100퍼센트 원액이었고, 온도 5℃에서 보관하며 유통기한을 15일로 정했다. 광고에는 '아침'과 '5℃'를 내걸어 갓 짠 과일 맛을 알렸다. 2009년부터 냉장주스 판매량 1위를 지켰고, 2022년에는 약 1,400억 원 규모 시장에서 31.3%를 차지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사회적 배경에 가공되지 않은 신선한 것들이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가 자리잡던 시절이었다.
상표 대신 부정경쟁방지법
'아침에주스'는 과채주스다. 서울우유는 1심에서 상표권 침해와 부정경쟁행위를 함께 주장했다가 항소심에서 상표권 주장을 거두고 부정경쟁방지법의 성과 도용 조항만 남겼다. 이 조항으로 이기려면 그 이름과 포장이 자신의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만든 성과라는 점을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 서울우유는 '아침에'라는 이름에 초록·흰색 조합, 붉은 원형 로고, 우유가 튀어 오르는 왕관 모양, 1등급 표시를 묶어 자신의 성과라고 내세웠다.
흔한 말, 흔한 포장
특허법원 제21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침에'라는 표현은 식음료에 붙이면 마시는 때를 알려 주는 말이고, '아침에온' '아침에한잔' '아침에황금'처럼 이 말을 넣어 출원된 식음료 상표가 이미 많이 있다고 봤다. 포장도 소비자가 서울우유를 곧바로 떠올릴 만큼 개별화됐다고 보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서울우유는 30년 가까이 아침에주스를 팔며 냉장주스 판매량 1위를 지켰다. 재판부는 그렇게 오래 쓰고 많이 팔았어도 상품의 성질을 알리는 말은 부정경쟁방지법의 성과 도용 조항으로도 한 회사가 독점할 수 없다고 봤다. 특허청도 두 회사에 따로 상표를 내줬다. 서울우유의 '서울우유 아침에주스'는 2025년 2월 7일, 남양유업의 '남양 아침에 우유'는 2025년 8월 27일 각각 제29류 상표로 등록됐다. 두 상표 모두 앞에 회사 이름이 붙어 있다. 서울우유는 상고하지 않았다.
박정배 음식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