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당하기 싫어서” 동업자 암매장한 40대女…시신 다시 꺼내 ‘지장’까지 찍었다 [오늘의 그날]

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2026. 10. 1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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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주식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의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땅에 묻고, 이튿날 다시 꺼내 지장까지 찍은 40대 여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치밀하게 흔적을 감추려 했던 그는 피해자의 시신에 남은 붉은 인주 자국과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이후 땅을 파내 시신의 왼팔을 꺼낸 뒤 엄지에 인주를 묻혀 계약서에 지장을 찍는 엽기적 행각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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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금 1억원 갚으라는 독촉에 범행 결심
굴착기로 구덩이 파고 가짜 번호판까지 준비
검찰 구형 뛰어넘은 무기징역…항소심선 30년형
그날의 뉴스는 지나갔지만, 그 의미는 오늘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의 그날’은 과거의 기록을 통해 지금을 읽습니다.〈편집자주〉
2022년 4월 경찰이 의사 살인 암매장 사건 현장인 경남 양산에서 땅을 파고 있다. 부산 금정경찰서 제공

4년 전 오늘인 2022년 10월 14일. 주식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의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땅에 묻고, 이튿날 다시 꺼내 지장까지 찍은 40대 여성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남편에게 빚을 들키면 이혼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범행의 배경이었다. 치밀하게 흔적을 감추려 했던 그는 피해자의 시신에 남은 붉은 인주 자국과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덜미를 잡혔다.

‘주식 전문 변호사’ 행세하다 투자금 유용

A씨와 의사 B씨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3년 말이었다. 온라인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서 투자 정보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경남 양산의 한 원룸에 사무실까지 마련하고 주식 공동 투자에 나섰다. B씨가 투자금을 건네면 A씨가 이를 운용하는 방식이었다.

A씨는 자신을 주식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했으며, 투자 수익이 좋을 때는 수수료를 제외하고도 B씨에게 매달 수백만원의 수익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주식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투자에 실패하기 시작했다. A씨는 B씨에게 받은 돈 가운데 약 1억원을 생활비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를 알게 된 B씨는 2022년 3월 28일 A씨에게 유용한 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상환하지 않으면 투자 사실을 A씨의 가족에게 알리겠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과거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본 A씨는 남편과 다시는 주식에 손대지 않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채무 사실이 알려지면 이혼당하고 아들과도 헤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그는 돈을 갚는 대신 B씨를 살해하기로 결심했다.

“나무 심겠다”더니 미리 구덩이 파놔

범행 준비는 치밀했다. A씨는 경남 양산의 지인에게 나무를 심겠다며 땅을 빌린 뒤 굴착기 기사를 불러 구덩이를 팠다. 구덩이는 깊이 약 1.2m, 폭 2.5m에 달했다. 시신을 옮길 차량도 지인에게 빌렸으며,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A4용지로 만든 가짜 번호판을 붙일 계획까지 세웠다. 범행 당일에는 가발을 쓰고 다녔으며, 집에서 입고 나온 옷을 갈아입는 등 신분과 행적을 감추려 했다.

2022년 4월 6일 오후 9시께 부산 금정구의 한 주차장. A씨는 차 안에서 B씨에게 매달 100만~150만원을 주겠다며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B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미리 준비한 끈으로 그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차를 몰아 양산으로 향했고, 위치 추적을 피하려고 전원이 꺼진 B씨의 휴대전화를 인근 버스정류장에 버렸다. 미리 파둔 구덩이에 시신을 넣고 흙을 덮은 뒤 현장을 떠났다.

범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A씨는 B씨의 아내로부터 두 사람의 주식 투자와 관련한 의심을 받고 있음을 알아챘다.

두 사람의 동업과 채무 관계가 이미 정리된 것처럼 꾸미기 위해 허위 주식계약서를 만든 A씨는 시신을 묻은 장소로 되돌아갔다. 이후 땅을 파내 시신의 왼팔을 꺼낸 뒤 엄지에 인주를 묻혀 계약서에 지장을 찍는 엽기적 행각을 저질렀다.

무기징역 선고 뒤 항소심서 30년형으로 감형

경찰 수사는 B씨의 아내가 실종 신고를 하면서 본격화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씨가 이용한 차량이 양산의 밭 주변에 머문 정황을 포착했다.

현장 인근에서 발견한 산화된 깡통도 수사의 실마리가 됐다. 경찰은 깡통이 오랫동안 땅속에 묻혀 산화됐다가 최근에야 지상으로 드러난 것으로 봤다. 누군가 최근 땅을 팠을 가능성에 주목해 주변을 파헤친 끝에 B씨의 시신을 찾아냈다. 시신의 왼손 엄지에 남아 있던 붉은 인주 자국 역시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수사 초기에는 여성인 A씨가 혼자 살인과 시신 유기를 저지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공범 여부도 집중적으로 조사했지만, 별다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부산지법 형사5부는 2022년 10월 14일 살인과 시신은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의 구형량인 징역 28년보다 무거운 형벌이었다. 재판부는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데다 시신의 지문을 이용해 사문서 위조까지 저질렀다며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2023년 항소심에서는 징역 30년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유족이 겪은 고통도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수법이 잔인·포악한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A씨는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여러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징역 30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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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AX콘텐츠랩 기자 g1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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