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샌디 토크스비그 “백인 남성들이 주무르는 위키피디아, 탈피해야”[시스루피플]

최경윤 기자 2026. 10. 1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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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훈장 받은 ‘국민 진행자’
오랜 기간 소수자의 권익에 관심
대안 백과사전 ‘마파 문디’ 추진
“AI 시대 지식 불균형 바로잡아야”

“위키피디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방대한 지식 저장소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1911년에 쓰인 책과 다를 바가 없다”

영국 유명 코미디언이자 작가인 샌디 토크스비그(사진)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 유명 지식 축제인 영국 첼트넘 문학 축제에서 이같이 말했다. 1910년대 서적이 여성을 위한 유용한 정보로 장갑 세탁법이나 교회 장식법 등을 언급한 것과 오늘날 위키피디아의 정보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위키피디아는 여성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백인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대안 백과사전 및 디지털 세계지도 구축 프로젝트인 ‘마파 문디’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방송과 문학, 정치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영국의 ‘국민 진행자’로 꼽히는 토크스비그는 1980년대 어린이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방송에 본격 출연했다. 방송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2014년 대영제국훈장도 받았다. 그의 40년 경력은 방송 산업에만 머물지 않았다. 소설, 희곡, 아동 도서, 에세이 등 20권이 넘는 책을 집필했고 영국작가협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2015년에는 여성평등당을 창당하며 정치계에 입문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온 토크스비그는 오랜 기간 소수자의 권익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방송인으로 활약하던 1994년에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했다. 그는 문학 축제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동성애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위키피디아에 대한 비판도 이 같은 관심의 연장선이다. 2001년 탄생한 위키피디아는 누구나 정보를 작성하고 수정할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이지만, 토크스비그는 이러한 운영 방식에 편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실제로 “(작성에 관여할) 시간과 기술적 접근성을 모두 갖춘 사람들이 대부분 유럽에 사는 백인 중년 남성”이라며 “영어권에서 축적된 지식의 85%가 백인 남성에 의해 작성됐거나 백인 남성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고 말했다.

위키미디어 재단의 자체 추산에 따르면 위키피디아에 등록된 인물 전기 중 여성의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토크스비그는 “여성이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비중이 작아서”라기보다 “여성과 남성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토크스비그가 개발 중인 대안 온라인 백과사전 마파 문디는 이러한 지식의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다. 그는 마파 문디가 “소외되거나 지워진 방대한 지식이 모이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치우침 없이 지식을 축적하는 일은 더욱 중요해졌다. 그는 “AI는 심각하게 편향된 자료들을 수집하고 있다”며 “이를 방치하면 AI는 세계 인구의 약 50%를 배제한 채 지식을 정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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