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9달러 저작권 마타도어”?...한동훈 해명에 빠진 사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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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의원의 장녀와 관련한 '허위 스펙'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의원(무소속) 딸의 '허위 스펙' 관련 국제공조수사 시도를 검찰이 중단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며 피고발인 조사로 한동훈 의원의 배우자이자 A씨의 모친인 진은정 씨를 1회 서면조사하는 데 그친 점을 지적했다.
행안위 국감에서 한 의원 딸의 '허위 스펙' 관련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전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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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의원의 장녀와 관련한 ‘허위 스펙’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약 4년 반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쟁점이 됐던 사안이다. 이번 국정감사 기간에 다시 거론된 건 부실 수사 의혹 때문이다.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 의원 딸 사건 관련한 국제공조수사를 검찰이 막았다고 지적했다.
이틀 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개인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 소위 ‘0.99달러 저작권’ 마타도어는 외국인 저작권자로부터 ‘승낙’까지 받은 사안입니다.”
한 의원이 말한 ‘0.99달러 저작권’은 무엇이고, 또 ‘외국인 저작권자’의 승낙을 받았다는 해명은 사실일까.

한 의원이 말한 ‘0.99달러 저작권’은 그의 딸 A씨가 2021년 아마존에 출판한 수학 문제집과 관련된 이야기다. A씨는 인터넷 사이트에 무료로 공개된 수학 문제를 원저자 허락 없이 베끼고, 적절한 출처 표기도 없이 전자책 형태로 출간했다. A씨는 해당 전자책 앞 페이지에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문장도 넣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22년 5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이 사안을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 관련 기사:
ㆍ 한동훈 장녀, 타인 자료 무단 베낀 '표절 전자책' 출판(https://newstapa.org/article/Imo40)
ㆍ [팩트체크] 한동훈 "장녀 전자책 원저자 동의... 저작권 침해 없었다"?(https://newstapa.org/article/16AtP)
“소위 ‘0.99달러 저작권’은 마타도어”?
마타도어(matador)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사실 왜곡으로 상대방을 중상모략하는 흑색선전을 뜻한다. 따라서 한 의원이 쓴 ‘마타도어’라는 표현이 맞으려면 ‘0.99달러 저작권’ 논란이 근거 없는 가짜뉴스여야만 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은 이렇다. 2022년 5월 뉴스타파 취재 당시 A씨는 인천 송도 C국제학교에 재학 중이던 고등학생이었다. A씨는 중학생용 수학 문제집을 전자책 형태로 펴내, 미국 이커머스 사이트인 아마존에서 미화 0.99달러에 판매했다.
책 제목은 “수학 문제집: 중학생을 위한 기하학 (Mathematics Workbook: Geometry for Middle School Students)”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문으로만 쓰였다. 아마존 전자책 사이트에는 해당 도서의 출판일이 2021년 11월 8일이라고 적혀 있었다.
A씨는 해당 수학 문제집을 출간하며 “모든 저작권은 ‘피스 오브 탤런트(Piece of Talent) 있으며, 허락 없이는 사용할 수 없다”고 썼다. ‘피스 오브 탤런트’는 A씨 등이 봉사활동 목적으로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그런데 2022년 5월, 뉴스타파 취재로 A씨가 만든 수학 문제집에 포함된 문제와 답안 중 16개 항목이 이미 www.analyzemath.com라는 인터넷 수학 교육 사이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문제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 의원 딸이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수학 문제를 무단으로 이른바 ‘복사+붙여넣기’ 한 것이다.

원저자 항의 뒤에야 받은 '사용 승낙'
2022년 5월 6일, 기사가 보도되자 미국에 사는 한 교민이 해당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D박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이에 D박사는 A씨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고, 그제야 A씨와 보호자가 원저자인 D박사에게 연락해 사과했다. 한 의원은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보호자는 엄마”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타파도 D박사에게 이메일로 해당 수학 문제의 저작권 문제를 물었다. D박사는 뉴스타파의 질의에 “모든 수학문제와 답안에 대한 저작권은 나에게 있다”고 답했다. 당시 뉴스타파는 D박사와 이 문제를 알려준 교민이 주고받은 이메일도 확보했다. 이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에 따르면 D박사는 사과를 받은 사실을 전하면서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뉴스타파의 관련 보도 이후 A씨 측은 D박사와 합의해 콘텐츠 사용 승인을 받았다.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A씨 측과 D박사가 소통하며 ‘사용 승인 합의’에 이르기까지 아마존 전자책 사이트에 저자 이름 표기가 세 번 바뀐 사실도 확인했다.
처음 아마존 전자책 사이트에 기재된 저자는 A씨와 비영리 봉사단체 ‘피스 오브 탤런트’였다. 원저자 D박사가 항의한 후인 5월 9일에는 저자 명단에 D박사와 그가 운영하던 수학 교육 인터넷 사이트 주소가 추가됐다. 이날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린 날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같은 책 저자명은 또 바뀌었다. A씨와 D박사 등이 빠지고 ‘피스 오브 탤런트’만 남았다.
정리하면, A씨는 전자책을 출판한 지 약 6개월이 지나서야 사용 승인을 받았다. 뉴스타파 보도와 원저자의 항의가 있은 뒤였다. 한 의원은 "외국인 저작권자로부터 '승낙'까지 받은 사안"이라고 했지만, 이 말에는 이런 촘촘한 사실관계가 빠져 있다. 한 의원은 왜 사전 허락 없이 책을 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A씨가 아마존에 올렸던 전자책은 이 수학 문제집을 포함해 10월 13일 현재 모두 삭제돼 검색되지 않는다.
논문 표절 그리고 ‘스펙쌓기 품앗이’
A씨의 출판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22년 당시 언론 보도로 A씨의 스펙과 관련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케냐 작가 논문 대필 의혹, 약탈적 학술지 논문 게재 등이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IEEE 국제 학술대회에 발표한 논문 표절 문제도 그중 하나다.
2021년 12월, A씨는 전기전자공학자협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IEEE)가 주최한 국제 학술대회에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Machine Learning in Healthcare Application of Advanced Computational Techniques to Improve Healthcare’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머신러닝 적용을 주제로 다룬 논문이다. 참고문헌 표기를 포함해 총 5쪽 분량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A씨는 1~3 페이지 초반부까지는 2018년에 ‘UK에세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에세이를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그다음 3페이지 내용과 4~5 페이지 결론 부분은 간호학 에세이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에세이를 각각 베꼈다.
보도 이후, IEEE 측에 표절 신고가 접수됐다. 현재 해당 논문은 IEEE Xplore에서 “제거(remove)”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IEEE Xplore는 IEEE에 발표된 논문을 검색하거나 내려받아 읽을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다. IEEE 측은 “저작권 관련 우려로 해당 논문을 제거했다”고 명시했다.
이런 스펙 쌓기는 A씨 혼자 한 게 아니었다. A씨에게는 ‘허위 스펙’을 함께 쌓아가는 공동체도 있었다. 중심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살던 A씨의 외사촌 두 명이 있었다. 여기에 한국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던 A씨와 A씨의 남동생, 당시 미국 동부의 사립학교에 다니던 또 다른 외사촌 한 명(진동균 전 검사 아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산호세 지역 교민 학생들까지 끌어들여 서로의 과외활동 규모를 키워 주거나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려 주는 식으로 ‘스펙 쌓기 품앗이’를 이어 갔다.

공조 요청 반려한 검찰, 서면조사 한 번 한 경찰
이러한 ‘허위 스펙’ 의혹은 제대로 수사가 되었을까? 2022년 5월 경찰에 고발이 접수됐지만, 약 1년 반 후인 이듬해 12월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리며 관련 수사는 조용히 막을 내렸다.
그런데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동훈 의원(무소속) 딸의 ‘허위 스펙’ 관련 국제공조수사 시도를 검찰이 중단시켰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경찰청 반부패 공공범죄수사대는 2022년 11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국제형사사법공조를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해 12월 2일 경찰에 ‘불송부’(반려) 처리를 통보했다. 서울중앙지검(담당 검사 공봉숙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은 불송부한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국제공조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사안의 경중을 볼 때 미국이 공조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지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하며 피고발인 조사로 한동훈 의원의 배우자이자 A씨의 모친인 진은정 씨를 1회 서면조사하는 데 그친 점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0건이었다는 점도 꼬집었다.
행안위 국감에서 한 의원 딸의 ‘허위 스펙’ 관련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자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전면 재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의원이 진짜 답해야 할 것

한동훈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 재수사 여부는 수사기관의 할 일이다. 그와 별개로 한동훈 의원이 답해야 할 것들이 있다.
한 의원은 “소위 0.99달러 저작권’이라며 전자책 가격이 1달러도 안 되는 소액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사안의 핵심은 책값이나 판매 수익이 아니다. 이 활동들이 미국 대학 입시를 위한 스펙 쌓기였는지, 실제 입시에 쓰였는지가 핵심이다. 당시 수사에서 밝혀졌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수사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 앞에서 멈췄다.
A씨는 표절 논란이 된 전자책 저자 소개에 “저소득층 학생들의 개인 교사로 수년간 봉사해왔다”고 썼다.같은 책의 서문에는 “내가 이 책을 가지고 계속 중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책의 접근성이 더 좋아지길 바란다”고도 썼다.
그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 펴낸 교재라면서, 이미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던 문제들을 베껴 문제집을 만들었고, 0.99달러에 팔았다.
A씨는 이 활동들을 '비영리', '자원봉사'로 소개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남의 저작물을 출처 없이 가져다 썼다. 케냐에 있는 저자를 사 논문 대필을 맡겼다는 의혹도 보도됐다. 논란이 커진 뒤 온라인에 있던 기록 상당수는 삭제됐다. 이를 순수한 비영리, 자원봉사 활동으로 볼 수 있을까.
이 활동들은 실제 미국 대학 입시에 활용됐는지, 경찰은 이를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알 수 없다. 검찰이 국제공조 요청을 반려하면서 수사는 흐지부지 끝났다.
한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시절 여권에 불리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딸의 입시 준비 과정과 이를 둘러싼 수사 과정이 그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것인지, 한 의원이 직접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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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이명주 silk@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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