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실낙원’, 처절하고 슬픈 모자 상봉 '지옥도'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6. 10. 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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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실낙원'의 원안은 연상호 감독 모친이 쓴 세 페이지짜리 이야기다.

류선우는 영화의 후반부까지 행동의 동기를 이해할 수 없는 광기 서린 인물로 표현돼 서스펜스를 높이나, 그렇게 쌓은 미스터리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대사'로 단순히 처리돼 버린다. 이처럼 비약적인 전개 방식은 주제 전달을 위한 연상호 감독의 과감한 선택, 혹은 기세로 받아들이면 장점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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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개봉 영화 '실낙원' 리뷰
'실낙원'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실낙원'의 원안은 연상호 감독 모친이 쓴 세 페이지짜리 이야기다. 연 감독은 이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구매한 뒤, '펑크'라는 제목의 스토리로 발전시켰고, '블랙 인페르노'라는 제목의 소설로 출간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원안의 세 번째 변형이다. 납치 사건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 기억 속 그리워하던 아들과 전혀 다른 모습일 때,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모성애'라는 상투적인 주제를 벗어나 인간의 심연을 탐구해 보고자 했던 연 감독의 의도는 김현주와 배현성, 두 배우의 열연과 만나 흥미로운 결과물로 탄생했다.

영화는 '무산시'라는 쇠락한 탄광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곳의 공무원인 류소영(김현주 분)은 아들 류선우를 키우며 살아가는 싱글맘이다. 아들을 캠핑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는 날, 류소영은 운전석에 앉은 운전사의 얼굴을 보고 싸한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그 느낌이 틀린 것이 아니었음이 곧 증명된다. 아들이 탄 버스가 운전사에게 납치당하고 만 것. 이후 자살한 범인을 포함한 몇몇이 시체로 발견되고, 열세 명의 어린이가 실종된 상태로 사건은 종결된다.

'실낙원' 스틸 컷
'실낙원' 스틸 컷
'실낙원' 스틸 컷

자식을 잃은 부모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 AI 개발 회사가 '낙원의 아이들'이라는 증강 현실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특수 제작된 안경을 쓰면 사라진 자식과 똑같은 아이가 난다. 실제 자식들의 기억을 AI로 이식한 이 아이들과는 대화할 수 있고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는 것도 가능하다. '낙원의 아이들' 안에 사는 선우는 잃어버린 선우와 꼭 같은 외모에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게 가상의 아들과 재회한 지 9년째, 류소영은 단조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매일 아침 증강 현실 속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출근한다.

그러던 중, 류소영을 좋아하는 회사 팀장이 하얀 꽃과 함께 탄광의 4번 출입구 열쇠를 건넨다. 탄광이 재개발에 들어가니,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인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요청이었다. 아들을 잃어버린 지 9년째가 되는 날, 팀장의 배려로 탄광에 들어가게 된 류소영은 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던 중 경찰에게 전화가 오고, 그렇게 달려간 경찰서에서 류소영은 DNA 검사까지 마쳐 자기 아들 선우임이 확인된 어느 낯선 남자(배현성 분)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지옥 같은 시간이 시작된다.

'실낙원'은 사랑했던 아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온 아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어머니의 딜레마를 다룬다. 가상의 현실에 의지해야 할 만큼, 잊지 못한 사랑하는 아들이었지만 막상 그리움 끝에 재회한 아들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모습으로 변해있다. 위협적이고 불쾌한 실제의 아들과, 가상 현실 속에서 이상화된 아들 사이에서 고뇌하는 어머니의 딜레마는 관객들에게 한 번쯤 생각해 보기 좋은 인간 조건 실험을 제공한다.

'실낙원' 스틸 컷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소 비약적인 지점이 없지 않다. 특히 류소영과 류선우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그렇다. 류선우는 영화의 후반부까지 행동의 동기를 이해할 수 없는 광기 서린 인물로 표현돼 서스펜스를 높이나, 그렇게 쌓은 미스터리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대사'로 단순히 처리돼 버린다. 그리고 그런 아들을 위해 행동하는 엄마 류소영의 마지막 선택 역시 극단적이다. 이처럼 비약적인 전개 방식은 주제 전달을 위한 연상호 감독의 과감한 선택, 혹은 기세로 받아들이면 장점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좀 투박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들의 열연은 이야기에 진정성을 부여한다. 김현주는 아들에 대한 지독한 한 어머니의 사랑이 의심으로, 광기로 번져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배현성 역시 차갑고 거친 인물 표현으로 그런 김현주에게 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뽐낸다. 흔들리는 어머니 김현주의 눈빛과 조금씩 내면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아들 배현성의 눈빛은 마지막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최적의 캐스팅이다. 상영 시간 100분. 오는 21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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