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투자에 정치적 잣대 논란···국책은행에 필요한 것은 ‘심사 투명성’

김태영 기자 2026. 10. 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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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국책은행의 투자를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투자심사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적격성을 부정한다면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IBK기업은행의 영화 투자심사 과정에서 정치적·종교적·선정적 소재 등에 대한 적합성 판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개념은 해석의 범위가 넓어 이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기준으로 삼을 경우 심사자의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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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소재만으로 투자 적격성 판단 어려워
문화콘텐츠 지원 위축 우려···정책금융 역할 주목
흥행 가능성·투자금 회수 전망 등 사업성 평가 중요
투자 자율성 보장하되 판단 근거는 명확히 남겨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국책은행의 투자를 둘러싸고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는 가운데, 투자심사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소재를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투자 적격성을 부정한다면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정책금융의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 작품의 정치적 성격과 별개로 흥행 가능성과 투자금 회수 전망 등 사업성을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위험 요인을 검토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투자 판단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심사 기준의 적용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공공자금 운용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으로 제시된다.
/ 사진=챗GPT

13일 금융권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국책은행의 투자 적절성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IBK기업은행이 영화 제작에 20억원을 직접 투자하고 한국산업은행이 출자한 펀드에서도 4억원이 투입된 사실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IBK기업은행의 영화 투자심사 기준이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IBK기업은행의 영화 투자심사 과정에서 정치적·종교적·선정적 소재 등에 대한 적합성 판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은 해당 영화가 정치적 소재를 다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적이라는 표현 자체가 포괄적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투자 결정은 은행장 개인이 아닌 내부 협의회를 통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박대출 의원실이 확보한 IBK기업은행 실무협의회 의사록에 따르면 투자심사 과정에서는 주연배우의 인지도와 개봉 시기, 예상 스크린 점유율, 제작사의 기존 작품 흥행실적, 유사 장르의 흥행성, 경쟁작 개봉 일정 등이 검토됐다. 투자안은 심의위원 5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의 흥행 가능성과 사업성을 평가하는 절차를 거쳤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치적 소재와 관련된 내부 기준이 투자 결정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해당 항목이 투자를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기준인지, 사업성 평가 과정에서 고려하는 위험 요인인지에 따라 심사 결과에 대한 해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소재를 다뤘다는 사실만으로 투자 적격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역사적 사건이나 사회적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는 문화콘텐츠의 한 영역이며 정치적 성격이 반드시 흥행 부진이나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정치적이라는 개념은 해석의 범위가 넓어 이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기준으로 삼을 경우 심사자의 관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국책은행의 문화콘텐츠 투자는 수익성 확보와 함께 산업 육성이라는 정책적 목적을 갖는다. 흥행 불확실성으로 민간자본의 투자가 제한될 수 있는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만큼 사회적 논란의 가능성만으로 투자 대상을 제한한다면 정책금융의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작품의 소재 자체보다 제작 역량과 배급 계획, 예상 관객 수, 투자금 회수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사업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경우에도 이를 일률적인 부적합 사유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흥행과 투자 수익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투자 방식에 따른 심사·관리 기준 역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  IBK기업은행은 개별 작품에 직접 투자한 반면 한국산업은행은 민간 운용사가 관리하는 펀드에 출자했다. 한국산업은행 역시 이번 영화에 대한 투자 결정은 펀드 운용사가 독립적으로 내렸으며 개별 투자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직접투자에서는 금융기관 내부의 심사 기준과 승인 과정이 중요한 반면 간접투자에서는 운용사의 투자 원칙과 위험관리 체계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된다. 출자기관이 개별 작품의 투자 여부까지 관여한다면 민간 운용사의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어 투자 구조에 맞는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심사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 결정의 결과뿐 아니라 당시 검토한 위험 요인과 판단 근거를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공공자금 운용의 적정성을 확인하는 수단인 동시에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진 투자 판단을 보호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투자 이후 정치적 논란이나 흥행 실패가 발생하더라도 당시의 판단 근거가 명확하다면 사후적인 평가와 구분해 의사결정의 적정성을 살펴볼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투자 판단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그 기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일률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사업성과 투자 위험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 과정과 사유를 기록으로 투명하게 남기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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