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배우며 설레는 신입들… 어디에 밑줄 그을지 궁금[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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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아리랑TV에 여덟 명의 신입 기자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하는 것조차 어색했다던 이들이 이제 마이크를 들고 전국의 현장을 누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사람이 언제부터 기자가 되는 것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조금 팔불출 같은 마음으로, 서로 다른 여덟 개의 밑줄을 긋기 시작한 우리 신입 기자들을 자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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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과 올해 3월, 아리랑TV에 여덟 명의 신입 기자가 들어왔다. 처음에는 자신을 ‘기자’라고 소개하는 것조차 어색했다던 이들이 이제 마이크를 들고 전국의 현장을 누빈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사람이 언제부터 기자가 되는 것인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김준홍 기자는 지난 3월 새벽 5시, 평택의 한 건설현장 앞에 서 있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겠다며 출근하는 근로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추위에 손과 입이 얼어갈 무렵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 중년 남성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뜻밖에도 그는 흔쾌히 응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 이유를 들었다. 자신의 딸도 훗날 뉴스를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데, 추운 새벽 마이크를 들고 서 있는 젊은 기자에게서 언젠가 고생할 딸의 모습이 보여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했다. 취재원에게 말을 얻으러 나간 신입 기자가 그날은 한 사람의 따뜻한 마음까지 얻어 돌아왔다.
기자가 되는 과정은 거절에 익숙해지는 일이기도 한 모양이다. 신소은 기자는 ‘아빠 육아’를 취재하기 위해 SNS에서 처음 보는 아빠들에게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다. 답이 없어도 또 연락하고, 거절당하면 다른 사람을 찾았다. 그렇게 얻은 것이 기사만은 아니었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무시받을 용기’가 생겼다. 처음에는 당돌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쉽게 물러서지 않는 집요함과 한 번 더 확인하는 신중함을 함께 배워가는 중이라고 한다.
조영은 기자는 기자가 된 것을 가장 실감하는 순간으로 ‘질문할 때’를 꼽았다. 기자회견장에서 여러 사람 앞에 가장 먼저 손을 들고 질문하는 일은 아직도 쉽지 않다. 그래도 몇 번이고 손을 들다 보니 조금씩 자신감이 붙었다. 처음 스튜디오에 출연했을 때는 눈앞의 대본조차 제대로 읽지 못할 만큼 떨었다는 사람이 이제는 “질문은 기자의 특권”이라고 말한다.
물론 현장은 늘 진지하지만은 않다. 박채령 기자는 광복절을 앞두고 해외 거주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취재했다. 중국에서 온 후손이 현충원에서 조상의 위패를 어루만지며 눈물을 흘리자 카메라 뒤에 있던 채령 기자도 함께 울었다. 그런데 잠시 뒤 직원이 달려왔다. “죄송합니다. 그분이 아니십니다.” 동명이인의 위패였던 것이다. 후손은 화를 내고 직원은 연신 사과하고, 채령 기자는 카메라 뒤에서 울다가 웃었다. 아마 기자라는 직업은 이런 예측불허의 순간까지 기사와 함께 가져오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백주희 기자는 충북 옥천의 ‘식품사막’을 취재하러 갔다가 오히려 마을 어르신들에게 신세를 졌다. 장을 보려면 30분 넘게 나가야 하는 마을이었다. 땀을 뻘뻘 흘리는 취재진을 본 어르신 한 분이 그 먼 마트까지 가서 물 한 박스를 사 왔다. 드론이 나무에 걸리자 이번에는 마을 사람들이 장대와 사다리를 들고 몰려왔다. 불편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얻으러 갔다가 정작 받은 것이 더 많았던 취재였다.
이들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재미는 서로가 서로의 장점을 먼저 알아본다는 것이다. 소은 기자는 이주연 기자의 수첩에 빼곡히 적힌 메모를 보고 ‘참 기자답다’고 생각했고, 주연 기자는 쿠바 대사와 스페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주희 기자를 자랑한다. 준홍 기자는 월드컵 중계를 위해 붉은악마 스카프까지 직접 준비한 영은 기자의 성의를 기억하고, 영은 기자는 정혜림 기자를 보며 ‘남을 배려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배운다고 했다. 혜림 기자는 다시 준홍 기자를 가리켜 “다정하지만 약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채령 기자는 처음 만나는 취재원도 편안하게 만드는 홍서정 기자의 친화력을 자랑한다. 정작 자신을 자랑해보라고 했다면 이렇게 많은 말이 나왔을까 싶다. 동료를 자랑해보라고 했더니 저마다 할 말이 많았다.
신입 기자들에게 자신들을 한마디로 표현해 달라고도 했다. ‘아리랑의 미래’ ‘비빔밥’ ‘각양각색’ ‘다채롭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중 내 마음에 오래 남은 표현은 이것이었다. “각자 다른 단어에 밑줄을 긋는 사람들.”
같은 현장에서도 누구는 숫자에, 누구는 사람의 표정에, 누구는 무심코 지나칠 한마디에 밑줄을 긋는다는 것이다. 그 밑줄들을 모으면 혼자 볼 때보다 세상을 조금 더 넓고 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실수하면 속상하고, ‘기자님’이라는 호칭에 가끔은 마음이 설레는 신입들이다. 하지만 거절당해도 다시 마이크를 내밀고, 모르면 묻고, 실수하면 배우고, 무엇보다 서로에게서 좋은 점을 발견할 줄 안다.
앞으로 이들이 세상의 어떤 단어에 밑줄을 그을지 나는 궁금하다. 그리고 조금 팔불출 같은 마음으로, 서로 다른 여덟 개의 밑줄을 긋기 시작한 우리 신입 기자들을 자랑해본다.
최정희 아리랑TV 미디어홍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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