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이 '익사이팅' 하지 않다구요?" [화제인물 에디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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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익사이팅'하지 않은 나라라면서요.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슈퍼마리오처럼 콧수염을 기른 에디 박(49)씨가 한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이드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말한다.
1인 기업에 가깝지만, 지난 20년간 25개국에서 온 수많은 외국인을 한국 산으로 안내해 왔다.
일반 여행상품이나 볼더링과 다르게, 바닥부터 산 정상까지 오르는 멀티피치 암벽등반은 전문가이드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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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한국에서는 술 마시고 먹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고 말하는 걸 듣고 놀랐어요. 한국은 '익사이팅'하지 않은 나라라면서요. 한편으론 한국인 스스로도 유럽과 북미에 비교하며 한국 산을 대단치 않게 여기는 느낌도 받았죠."
영화배우 같은 외모에 슈퍼마리오처럼 콧수염을 기른 에디 박(49)씨가 한국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이드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말한다. 외국에 한국인 가이드가 있듯, 한국에도 외국인 가이드는 많다. 그러나 '관광지'가 아닌 '산'을 가이드하는 외국인은 드물다. 있다 하더라도 전문 직업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가 2007년 설립한 암벽등반·아웃도어 전문 여행사 'iGuideKorea'는 올해 20년 차를 맞았다. 1인 기업에 가깝지만, 지난 20년간 25개국에서 온 수많은 외국인을 한국 산으로 안내해 왔다.
"이렇게 작은 나라에 이토록 다양한 바위와 지질이 있다니요. 한국의 화강암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워요. 동해·서해·남해에는 탐험할 수 있는 섬이 수천 개나 있고, 각각 다른 분위기에서 서핑할 수 있죠. 산은 도심과 가깝고, 대도시 한가운데에서 등산할 수 있어요. 이래도 한국이 '익사이팅'하지 않은가요?"
레슬링 내려놓고 잡은 홀드
그는 캐나다 사람이다. 그러나 외모만 봐서는 한국인이다. 부모님이 1968년 캐나다로 건너간 이민 1세대다. 여느 캐나다 청소년들처럼 그 역시 야외활동과 스포츠를 즐겼다. 고교 시절부터 대학 때까지 레슬링을 했다. 지역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촉망받는 선수였다.
"허리를 크게 다쳤죠. 몸이 따라주지 않았지만 계속 훈련장에 나갔어요. 부상 탓에 아무 훈련도 하지 못해 지루하던 그때, 체력장 뒤편에 있던 인공암벽이 눈에 띄었어요. 허리가 회복되고 무심코 홀드를 만졌는데, 그 길로 다시는 레슬링으로 돌아가지 않게 됐어요."
부모님의 고향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04년이다. 태국과 싱가포르, 한국, 일본에서 차례로 암벽을 타고 캐나다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요. 잠깐만 들렀다 간다는 게 그만, 벌써 22년째네요. 이곳에서 한국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았어요."

산에서는 가이드, 집에서는 주부
그는 대전에 산다. 북한산을 비롯해 등반 인프라를 갖춘 서울도, 설악산을 낀 양양이나 속초도 아니다.
"대도시를 싫어해요. 대도시는 효율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효율적이죠. 너무 붐비고, 기다리는 데 귀중한 시간을 허비해야 해요. 겨우 10km를 가는데 도로 위에서 1시간 동안 갇혀 있는 것처럼요. 반면에 대전은 녹지 공간이 많아요. 국토 중앙에 있어 3시간만 운전하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고요."
그는 대전의 삶에 만족하면서도, 기회가 되면 더 조용하고 작은 도시로 이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암벽등반은 전문 교육을 받아야 하고, 위험성도 따른다. 그래서 일반 등산보다 시장이 좁다. 오직 등반만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이가 얼마나 될까.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면서 클라이밍 인기가 높아졌어요. 사람들은 인공암벽에서 나와 자연암벽에서 클라이밍의 다양한 영역을 탐구하고 있죠. 암벽등반과 빙벽등반을 위해 한국을 찾는 고객들은 많지 않지만 존재하고, 제가 그들을 맞이하고 있어요."
일반 여행상품이나 볼더링과 다르게, 바닥부터 산 정상까지 오르는 멀티피치 암벽등반은 전문가이드가 필수다. 위험에 대비해 가이드는 현지 암벽의 상태와 코스를 완벽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할 줄도 알아야 한다. 수요는 적더라도 외국인 관광객 대상 등반 가이드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개별 맞춤으로 진행해요. 등반에서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방식을 적용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기에 고객과의 소통을 즐기고, 이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려고 최선을 다해요."
빈말이 아니다. 그는 SNS를 통해 한국에서의 등반 일상을 꾸준히 공유하며 예비 고객을 맞이한다. 고객들의 평가는 칭찬 일색이다. 구글맵과 트립어드바이저에 '안전하고, 세부 사항에 신경 쓰며, 서비스 마인드가 뛰어난 친절한 가이드'라고 고객들은 평가했다.
가이드 일정이 없을 땐 집에서 아이를 돌본다. 좋은 아빠가 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암벽을 탈 때보다 육아에 더 많이 실패한다"며 웃는다. 가이드로서 힘든 점은 무엇일까.
"새벽 5시에 일어나 세 시간을 운전해서 8시까지 북한산에서 고객을 만난 뒤, 아이를 돌보러 대전으로 다시 내려오는 거요. 더 많은 분들이 (대전에서 가까운) 완주 대둔산이나 천등산의 매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지난 20년 동안 쌓인 잊지 못할 순간도 많다.
"한 고객이 갑자기 공포에 질려 얼어붙었길래, 인수봉 한복판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명상을 해주었던 기억이 나요. 계룡산에서는 고객이 프러포즈하여 약혼하는 순간을 지켜보기도 했고요. 무서워서 눈물을 쏟으면서도 스스로 해내고 싶다며 끝내 정상까지 올라서던 10대 소녀의 모습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다음 세대를 위한 모험
그는 등반을 계속 하는 이유로 프랑스 작가 르네 도말의 말을 빌렸다.
"정상에 영원히 머물 수는 없다. 다시 내려와야 한다. 그렇다면 왜 애써 올라가는가? 위에 있는 것은 아래에 있는 것을 알지만, 아래에 있는 것은 위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좀 더 쉬운 설명을 청하자 그가 덧붙였다.
"탐험하는 행위는 현대의 편리한 삶이 매장하려 했던 모험심을 다시 일깨워 줘요. 두려움, 위험 판단, 자신감, 실행 모두가 마음속 공간을 차지하려고 싸우다가, 명확함을 발견하고 계속 나아가는 순간 놀라운 성취감이 밀려와요. 난이도가 쉽든 어렵든 상관없어요. 바위에 오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에요."
그의 바람은 'iGuideKorea'를 실력 있는 가이드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또, 네트워크를 확장해 한국의 아웃도어 환경을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서울의 주요 국제학교들과 온라인 여행 플랫폼과 협력해 어린이를 위한 야외 모험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저는 언제나 자연을 사랑해 왔어요. 자연은 신이 주신 선물이죠. 파도 위에 있거나, 산길을 걷거나, 봉우리 위에 서면 돈과 물질적인 것으로는 채울 수 없는 무언가를 느껴요.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아이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우며 삶의 회복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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