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의 역설’···리튬 채굴에 메마른 칠레 사막·줄어드는 플라밍고

친환경 배터리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리튬 채굴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칠레에서 발생하고 있다.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칠레 북부 안토파가스타의 아타카마 소금 사막에서 리튬 채굴로 발생하고 있는 사회·환경적 비용을 조명했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위한 리튬 수요가 급증하면서 채굴이 확대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지역 생태계가 훼손되고 주민들의 물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칠레는 세계 최대 리튬 매장국이자 세계 3위의 리튬 생산국이다. 해발 약 2300m에 자리한 아타카마 소금 사막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소금 평원으로,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4분의 1이 집중돼 있다. 단일 지역으로서는 세계 최대의 리튬 매장지다.
‘하얀 금’으로 불리는 리튬은 가전제품부터 전기차까지 각종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에도 활용된다. 국제에너지기구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리튬 수요는 2017~2022년 약 3배 증가했으며, 2040년에는 2020년 대비 4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리튬의 채굴 방식에 있다. 아타카마 소금 사막의 리튬은 지하 염수에 녹아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 이를 추출하려면 지하에서 염수를 퍼 올린 뒤 대규모 증발 연못에 가둬 태양열로 수분을 증발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염수의 리튬 농도는 약 0.15%에서 6%까지 높아지며, 농축에만 1~2년이 걸린다.
국제지속가능개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방식은 암석에서 채굴하는 방식에 비해 4~25배 많은 물을 소비한다. 물의 약 90%가 대기 중으로 사라져 재활용도 어렵다. 이로 인해 인근 지역에서는 물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원주민 콜라족 등이 그 피해를 보고 있다.

생태계에도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아타카마 사막은 안데스홍학과 뿔물닭, 과나코 등 희귀 동식물 53종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다. 특히 홍학은 염습지를 오가며 먹이 활동과 번식을 하는데, 최근 이 지역에 서식하는 홍학의 개체 수 감소가 관측되고 있다. 염수가 증발하며 플라밍고의 먹이인 남조류가 감소한 데다 광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차량 통행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 지역 고유의 미생물과 박테리아도 멸종 위험에 직면해 있다.
‘녹색 자본주의’가 역설적으로 환경 파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녹색 자본주의는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접근법이다. 루시오 쿠엔카 라틴아메리카환경분쟁관측소 소장은 지난 1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산업화한 국가들은 소비 습관을 바꾸지는 않으면서 에너지 전환이라는 명목으로 자원 추출의 규모와 강도를 대폭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아타카마 사막의 생태계가 위협받는 상황을 “슬로우 모션 재앙”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재사용 확대와 배터리 소형화 등을 통해 리튬 채굴 규모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전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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