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그락달그락···방치된 경로당, 자원순환 일터로 변신[현장]

김창효 기자 2026. 10.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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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경로당 리모델링해 다회용기 세척장 조성
10명 일자리 참여···하루 최대 2만7천여개 세척
방치됐던 옛 경로당이 친환경 일터로 탈바꿈했다. 노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순창다회용기세척장에서 다회용기를 세척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자, 밀려온다. 빨리 받아!”

작업장 안에서 접시와 컵이 세척기 안에서 달그락거리더니 그릇을 씻고 말리는 손길도 분주해졌다. 지난 8일 ‘순창다회용기 세척장’ 작업자들은 하나같이 투명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순창다회용기 세척장은 전북 순창군이 국비와 도비 등 3억8000만원을 들여 조성한 곳이다. 시범 운영을 거쳐 지난달 22일 정식으로 문 열었다. 순창시니어클럽 ‘청춘드림워싱’ 공동체사업단이 운영한다.

세척장이 들어선 곳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옛 할머니경로당’이었다. 순창은 전체 인구의 40%가 65세 이상으로, 옛 할머니경로당은 한때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밥을 먹고 TV를 보던 곳이었다. 그러나 마을 인구가 줄고 이용자가 줄면서 방치돼왔다.

순창군은 이렇게 빈 건물을 고쳐 어르신 일터로 바꿨다. 양혜진 순창시니어클럽 다회용기세척장 관리팀장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사실상 폐허처럼 방치되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세척장에는 시니어클럽 직원 1명과 노인 일자리 참여자 10명 등 총 11명이 근무한다. 모두 60대 중반에서 70대다. 남성은 주로 세척과 다회용기 운반·수거를 맡고, 여성은 세척과 상태 확인을 담당한다.

1차 애벌세척 구역에서는 세척장 최고령자인 오정이씨(78)가 식판에 붙은 음식 찌꺼기를 닦아내고 있었다. 오씨는 “접시가 서로 붙어 있어 떼어낼 때 손가락이 아프지만, 밑에서부터 빼는 요령이 생겨 재미있다”며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니 용돈도 벌고 보람도 있다”고 말했다.

곁에서 일하던 서은자씨(70)는 “예전 경로당 시절에는 여기서 밥도 먹고 다리 뻗고 쉬기도 했다”며 “이제는 환경 지킴이가 된 것 같다. 그릇도 닦고 돈도 벌면서 쓰레기도 줄이니 하루가 금방 간다”고 말했다.

전북 순창다회용기세척장에서 작업자들이 지역 행사장과 장례식장 등에서 수거한 수저와 다회용기를 물로 씻어내며 1차 애벌세척을 하고 있다. 김창효 선임기자

이들이 하는 일은 그릇을 씻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 행사장과 장례식장에서 회수한 다회용기를 세척·검수한 뒤 다시 공급하는 역할이다. 세척은 애벌세척과 불림, 자동세척, 고온 살균·소독, 건조, 육안 검사 등 6단계로 진행된다. 세척을 마친 용기는 포장해 행사장과 장례식장 등으로 다시 보낸다.

세척 단가는 일반 다회용기 개당 66원, 음료컵 54원이다. 하루 평균 8000여개를 세척하고, 물량이 많은 날에는 2만7000여개까지 처리한다. 행사 물량이 늘면 기본 근무 외 추가 작업을 하고 수당을 받을 수도 있다.

일감도 늘고 있다. 이달에는 장류축제와 교육청 행사 등이 예정돼 있다. 양 팀장은 “처음에는 행사 물량이 적어 아쉬웠지만, 가을이 되면서 매일 출근하고 있다”며 “일거리가 끊길까 걱정할 정도로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세척장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일감 확보가 필요하다. 지역 행사와 공공시설에서 다회용기 사용이 늘어야 세척 물량과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시설 개선도 과제다. 퇴직한 뒤 귀촌한 최일화 반장(67)은 “다회용기 사용으로 쓰레기가 줄어 주민 반응이 좋다”면서도 “세척장이 비좁아 건조기를 추가로 설치할 공간과 세척기 보관창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업이 끝날 무렵 세척을 마친 접시와 컵이 포장 상자에 담겼다. 어르신들이 씻고 닦은 그릇은 다시 지역 행사장과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양 팀장은 “지역에서 사용한 다회용기가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카페나 작은영화관 등과 제휴해 물량을 확보하고 더 많은 어르신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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