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사례로 본 비대면진료의 민낯…처방 관리 곳곳 '구멍'

김이슬 기자 2026. 10. 1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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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시행한 이후 의료 접근성 제고라는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약물 오남용과 안전성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대면 진료와 달리 비대면 진료 환경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처방 오류나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서울 A약사는 "편리성만을 앞세운 비대면 진료는 자칫 환자가 꼭 알아야 할 의약품 안전 정보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의 꼼꼼한 처방 재확인과 정확한 복약지도가 병행되지 않은 채 제도만 확대된다면 의약품 부작용과 오남용이라는 위험 요인은 온전히 국민과 환자 스스로가 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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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로이드 30일분에 동일 의약품 반복 처방까지
항생제 장기처방부터 의료쇼핑도, 약사사회 약 배송 확대 우려
비대면진료. AI 생성 이미지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시행한 이후 의료 접근성 제고라는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는 약물 오남용과 안전성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면 진찰과 검진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플랫폼을 통한 처방전 발행이 이어지면서 환자 안전과 의약품 관리 측면에서 허점을 드러내는 사례들이 약국가에서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이번 내용은 최근 구로구약사회가 관내 회원 약국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운영 현황 및 부작용 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구성됐다. 일선 약국에 접수된 구체적인 처방 사례들을 통해 현 제도가 마주한 과제를 짚어본다.

# 사례1. 병용금기 약물 필터링 없이 '무방비 항생제 처방'

비대면 진료 환경에서는 환자의 정확한 상태나 기존 복용력을 세밀히 파악하기 어렵다 보니 고위험 의약품이나 항생제가 면밀한 검토 없이 처방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염증성 여드름 증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한 환자는 별도의 대면 검사 없이 항생제인 '미노씬캡슐 50mg' 60정(30일분)을 한 번에 처방받았다. 그러나 해당 환자는 이미 다른 의료기관에서 여드름 치료제인 '이소티논'을 처방받아 복용 중인 상태였다.

약사사회에 따르면 미노씬과 이소티논은 함께 복용할 경우 두개골 내압 상승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어 병용을 금지하는 약물이나,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필터링되지 않은 채 처방전이 발행되어 상비약 목적으로 수령될 뻔했다.

이외에도 가려움증 환자에게 동일 계열의 2세대 항히스타민제 2종을 중복 포함해 30일 장기 처방하거나 마약류 원료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슈도에페드린 성분 의약품을 90일치(270정) 규모로 대량 처방한 사례 등이 확인됐다.
구로구약사회 제공

# 사례2. 병원 세 곳을 전전 '반복적 의료쇼핑과 급여 편중'

비대면 진료가 일부 환자들의 반복적인 의료 이용 통로로 활용되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례로 제시된 한 환자는 단 나흘 동안 3곳의 의료기관을 연달아 거치며 비대면 진료를 이용했다. 이 과정에서 독감 검사 없이 독감 치료제가 급여로 처방되는가 하면, 이후에도 증상이 조율되지 않아 결국 인근 의료기관에 직접 내원해 대면 진료를 받고서야 치료가 진행되기도 했다.

또한 미용 목적으로 분류되어 비급여로 다뤄져야 할 여드름 치료제(미노씬)가 비대면 진료를 통해 급여로 처방되거나 환자의 상태 확인 없이 인공눈물(하메론에이점안액)이 90일 최대 수량으로 일괄 처방되는 등 처방 적정성을 점검해봐야 할 정황들이 포착됐다.
AI 생성 이미지

# 사례3. 한 환자에게 360일치, '처방전 쪼개기와 대량 수령'

비대면 진료 시스템의 특성을 활용해 동일한 의약품을 과도하게 확보하려는 시도도 확인됐다.

동일한 날짜, 동일한 환자에게 교부번호만 다르게 부여된 탈모 치료제(두모보연질캡슐 0.5mg) 90일분 처방전 4장이 동시에 접수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환자가 한 번에 수령하려 한 분량은 360일치에 달했다.

이 밖에도 건강보험 적용으로 약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지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통해 동일 약물을 처방받아 약국을 찾거나 탈모약(미녹시딜정)의 반복 처방 사유가 불분명하여 타인 양도나 불법 유통이 의심되는 상황 등도 현장에서 우려를 표하는 대목이다.

# 사례4. 증상 있을 때만 먹으라며 '가정상비약식 무더기 처방'

치료가 필요한 질환 외에 비상용 목적으로 약을 미리 구비해 두려는 성향의 처방 사례도 눈에 띈다.

소아 환자의 비대면 처방전에는 해열·진정 및 증상별 시럽제 5종이 포함되어 "증상이 있을 때만 먹이십시오"라는 안내와 함께 가정상비약 형태로 발급됐으며, 성인 환자의 경우에도 항생제, 소염제, 위장약 등이 복합된 장기 처방전이 다수 발행됐다.

특히 환자의 요구에 따라 전문의약품인 고강도 스테로이드 외용제(도모호론크림)를 500g 대용량 벌크 단위로 통째로 처방해 준 사례도 발견돼 오남용 시 발생할 수 있는 피부 부작용 등의 안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구로구약사회 제공

# 사례5. 연락 두절과 AI 상담의 한계

비대면 진료 이후 처방 내용에 문의가 생기거나 수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의료기관 및 플랫폼과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약국이 겪는 고충도 적지 않다.

처방 용법이 모호하여 의료기관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장시간 회신을 받지 못하거나, 플랫폼 내에 약국 전용 소통 채널이 부재하여 AI 상담에만 의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로 인해 처방 오류나 응급 상황 발생 시 그 부담과 책임이 온전히 현장의 의료진과 약사에게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약국의 처방 검토와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구로구약사회는 이 같은 약국의 처방전 검토와 복약지도가 비대면 진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대면 진료와 달리 비대면 진료 환경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없어 처방 오류나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이 전면적으로 결합될 경우 우려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약사회의 지적이다. 환자가 원하는 의약품을 비대면으로 처방받은 뒤, 약사의 대면 처방 확인이나 충분한 복약지도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배송받는 방식이 확대될 경우 환자 안전에 치명적인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완책이어야 한다"며 "비대면 처방일수록 약사의 처방 검토와 환자 상태 확인, 복약지도와 약물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 A약사는 "편리성만을 앞세운 비대면 진료는 자칫 환자가 꼭 알아야 할 의약품 안전 정보를 놓치게 만들 수 있다. 전문가의 꼼꼼한 처방 재확인과 정확한 복약지도가 병행되지 않은 채 제도만 확대된다면 의약품 부작용과 오남용이라는 위험 요인은 온전히 국민과 환자 스스로가 안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