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장이 간다] 20. 정선 고한1리 황영자 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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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의 활기로 북적이던 정선 고한읍 만항마을은 이제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 주민들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황 이장은 "시설은 만들어 놓는 것보다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곳에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찾아와 쉬고 몸을 움직일 수 있어야 시설의 가치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만항마을은 가뭄이 계속되면 물이 부족해 주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황 이장은 "한 사람이 이끄는 마을이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동안은 계속 마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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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폐가 정비 ‘주민 휴식공간’ 조성
운동기구 이동 설치 이용 접근성 높여
어르신 거처 문제 등 어려움 해결 노력
간이상수도 이용 안정적 물 공급 과제
물탱크 추가·광역상수도 설치 등 모색
군수·군의장·지사 표창 등 노고 인정
“가장 큰 바람은 주민 함께 만드는 마을”

광산 활기 떠난 자리 이웃 일상 데우는 ‘마을 손발’

광산의 활기로 북적이던 정선 고한읍 만항마을은 이제 인구 감소와 고령화 속에서 주민들의 일상을 지키는 일이 중요해졌다. 고한1리인 만항마을은 대한민국에서 차량을 이용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 아래 자리하고 있다. 마을 인근에는 천년고찰 정암사와 탄광을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한 삼탄아트마인, 함백산이 자리잡고 있어 해마다 많은 외지 관광객들이 마을을 오가고 있다. 고한1리 황영자(56) 이장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서 약 6년째 이웃들의 불편을 살피고 있다. 방치된 폐가옥을 주민 쉼터로 바꾸고, 운동시설을 주민들이 이용하기 편한 곳으로 옮겼다. 간이상수도를 관리하고 홀로 생활하기 어려운 어르신의 거처를 챙기는 것도 그의 몫이다. 현재 고한읍이장협의회 사무국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 태어나고 자란 고향…주민 곁에서 이어온 봉사
황 이장의 어린 시절 기억 속 만항마을은 광산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활기가 넘치던 곳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정책이후 광산이 폐광하면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현재 마을에는 45세대 57명만이 거주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변화를 묻는 질문에도 그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먼저 꼽았다. 밭농사를 조금씩 하는 것 외에는 예전처럼 뚜렷한 생업을 이야기하기도 어려워졌다고 했다. 고향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황 이장은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에 우선순위를 둔다. 이웃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필요한 일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다.
이장을 맡기 전에도 지역을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의용소방대에서 약 13년간 활동했고, 고한읍 여성자율방범대를 직접 설립해 약 6년 동안 대장을 맡았다. 주민들과 함께 활동하는 과정에서 마을의 어려움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고 이장 역할까지 맡게 됐다.
황 이장은 “마을에서 필요한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어느덧 약 6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 이장에게 고향을 가꾸는 일은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이웃들의 생활을 돌보는 일이다.
■ 방치된 폐가를 쉼터로…이용하기 편한 체육공원도
황 이장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는 마을 중심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폐가옥을 정비한 일이다. 주민들이 불편해하고 마을 경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던 공간이었지만 여러 법적인 문제로 곧바로 철거하기는 어려웠다.
문제가 해결된 뒤 도시재생 지원사업에 신청했고, 두 차례 사업을 진행한 끝에 폐가옥을 철거할 수 있었다. 그 자리에는 우물이 있는 작은 공원과 주민 휴식공간이 들어섰다.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곳이 주민과 관광객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장소로 바뀐 것이다. 마을 한가운데 있던 불편을 없애고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황 이장에게도 의미가 크다.
체육공원 조성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이용 여건을 먼저 생각했다. 기존 운동시설은 마을 끝쪽에 있어 주민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이에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마을버스 정류장 인근으로 시설을 옮기고 잔디공원과 함께 조성했다.

■ 상수도 관리부터 93세 어르신 거처까지
황 이장이 인터뷰에서 전한 하루의 첫 마을 일은 간이상수도 염소 투입 기계에 염소를 보충하는 것이었다.
간이상수도를 사용하는 만항마을에서는 물 관리가 주민 생활과 직결된다. 시설을 살피고 필요한 일을 챙기는 것도 그의 일상에 포함돼 있다. 상수도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인 동시에 매일 관리해야 하는 생활의 문제다.
그날 챙겨야 할 또 다른 일은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많은 93세 어르신의 거처 문제였다. 황 이장에 따르면 어르신은 시력이 거의 보이지 않아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거주하는 집도 보일러와 벽면 등이 많이 노후돼 주거 여건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는 어르신의 상황을 행정기관과 상의하고 도움을 받을 방법을 찾으려 하고 있다. 마을 시설을 정비하는 일만큼 주민 한 사람의 어려움을 세심하게 살피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특히 고령 주민이 많아진 마을에서는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불편을 듣고 필요한 도움으로 연결하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황 이장은 “이장이 거창한 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마을에 어려운 분이 계시면 그분의 손과 발이 되어드리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주민 가까이에서 사정을 듣고 함께 방법을 찾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이장의 일이다.
■ 가뭄에도 물 걱정 없도록…물탱크 추가 설치 희망
주민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문제이자 황 이장이 앞으로 해결하고 싶은 가장 큰 과제는 상수도다.
간이상수도를 이용하는 만항마을은 가뭄이 계속되면 물이 부족해 주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시설을 조금씩 보수하며 사용하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행정기관에도 여러 차례 개선을 건의했다. 그러나 고산지대라는 특성상 광역상수도를 설치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해 당장 추진하기 어렵다는 답변이다. 황 이장은 광역상수도 설치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면서도 현실적으로 시간이 걸린다면 현재 가능한 개선책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이장이 바뀌어도 이어지는 마을 일을 꿈꾸다
황 이장은 이장을 맡은 뒤 군수 표창과 군의장 표창, 도지사 표창을 각각 한 차례 받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상을 받았다는 것보다 마을을 위해 해온 일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주민들의 불편을 듣고 해결할 방법을 찾으며 필요한 곳에 계속 문을 두드렸던 작은 노력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황 이장은 이장을 특별한 권한이 있는 자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일이 있으면 행정기관에 건의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본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가 그리는 5년 뒤 만항마을의 모습도 주민들의 생활과 맞닿아 있다. 물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고, 어르신들도 불편함 없이 생활하는 마을이다. 지금 조성해 놓은 공원과 체육공원이 꾸준히 이용되고, 이장이 바뀌더라도 그동안 해온 마을 일이 계속 이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새로운 시설을 더하는 것만큼 이미 마련한 공간이 제 역할을 하도록 가꾸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황 이장은 “한 사람이 이끄는 마을이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며 “제가 할 수 있는 동안은 계속 마을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만항마을에서 밥상머리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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