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의 인생홈런]女 ‘농구 전설’ 성정아 “초보 농부로 사는 즐거움”

이헌재 스포츠부장 2026. 10. 12.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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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농구 에이스 이현중(26)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면서 성정아(61·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이현중은 사상 첫 농구 '모자(母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을 썼다. 성정아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금메달리스트다.

성정아는 "나는 재미있을 만큼만 일한다. 집과 텃밭 관리는 농촌 생활을 동경해 온 남편(이윤환 삼일고 농구부 감독)이 맡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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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구 사상 첫 모자(母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쓴 성정아(왼쪽)-이현중 모자가 밝게 웃고 있다. 뉴스1
이헌재 스포츠부장
남자 농구 에이스 이현중(26)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면서 성정아(61·대한민국농구협회 이사)-이현중은 사상 첫 농구 ‘모자(母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을 썼다. 성정아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금메달리스트다. 요즘은 이현중 엄마로 불릴 때가 더 많지만 성정아 역시 현역 시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다.

성정아는 또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한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단체 구기 종목 역사상 첫 올림픽 은메달이었다.

그해 한국 여자 농구의 은메달은 의지와 기적의 산물이었다. 한국은 그해 5월 프레올림픽에서 중공(현 중국)에 37-72, 35점 차로 대패하는 등 2승 5패에 그치며 올림픽 티켓을 따지 못했다. 엄청난 비난 속에 귀국한 선수들은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강훈련을 소화했다. 그런데 소련과 헝가리 등 동구권 국가들이 대거 LA 올림픽을 보이콧하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세 달 만에 올림픽 4강에서 다시 만난 중공을 69-56으로 꺾었다. 성 씨는 “키가 215cm였던 ‘진월방이만 막아’라는 지시를 들었고 정말 죽기 살기로 막았다”며 “나보다 키가 30cm는 더 큰 진월방이 어느 순간 의욕이 꺾이는 게 느껴졌다. 당시만 해도 이 은메달이 이렇게 소중할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며 웃었다. 뛰어난 운동신경에 슛과 패싱, 수비력을 모두 갖춘 성정아는 박찬숙 등과 함께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그는 여자농구 선수 최초로 억대 계약금을 받고 실업팀에 입단했다. 이후 무릎 부상으로 오래 재활을 했지만 1988∼1989 농구대잔치에서 동방생명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됐다.

은퇴 후 그는 여느 선수들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숙명여대에 입학한 그는 교직을 이수한 후 체육 교사가 됐다. 1997년부터 경기 수원 영생고에서 교편을 잡기 시작해 2021년까지 24년 동안 교사로 일했다. 성정아는 “막상 학생일 때는 운동을 하느라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아이들과 섞여서 배우면서 사는 게 참 좋았다”고 했다.

5년 전 은퇴한 그는 경기 양평의 마당 넓은 집으로 이사해 ‘초보 농부’로 살고 있다. 본격적인 농사는 아니고 텃밭에 고추와 상추, 깻잎을 심는 정도다. 성정아는 “나는 재미있을 만큼만 일한다. 집과 텃밭 관리는 농촌 생활을 동경해 온 남편(이윤환 삼일고 농구부 감독)이 맡는다”며 웃었다. 성정아는 “마루에 앉아 탁 펼쳐진 풍경을 보고 있으면 한가롭고 평화로운 느낌이 든다”며 “다른 사람과 함께 있지 않아도 외롭지 않다. 음악 듣고, 책 읽고, 아들 경기를 유튜브 등으로 보고 있으면 하루가 빨리 간다”고 했다.

그에게 남은 바람은 이현중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꾸준히 미국 무대를 두드리고 있는 이현중은 8월 NBA 포틀랜드와 1년 비보장 계약을 체결해 다시 한번 NBA에 도전하고 있다. 성정아는 “언젠가 현중이가 NBA에 가게 된다면 여러 도시들을 따라다니며 아들의 경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부장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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