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격노.. DN오토모티브 '킬레이션 주사' 파문
기준치 5배 넘는 납 검출…작업환경 관리 도마
이 대통령 “중대한 인권 침해”…철저한 수사 지시
건강진단 결과 은폐 여부·유사 사례 전면 점검 촉구
[지데일리] 울산의 대형 자동차 배터리 제조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에게 납 배출 목적의 주사를 비타민 주사로 속여 투약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생산 과정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다는 보도까지 나오면서 노동자의 건강보다 작업환경 측정과 건강진단 결과를 관리하는 데 기업의 관심이 쏠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당 의혹을 중대한 인권 침해로 규정하고 관계 부처와 수사기관에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12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관련 보도와 고용노동부의 조치 사항, 향후 대응 계획을 보고받고 엄중한 대처를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기업이 약물의 부작용을 알리지 않은 채 주사를 맞게 하고 유해물질 노출 사실을 숨겼다면 용납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울산 소재 DN오토모티브 공장에서 특수건강진단을 앞두고 이른바 킬레이션 주사를 비타민 주사라고 설명하며 노동자들에게 주기적으로 투약했다는 보도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행위가 노동자 건강 보호를 위한 정부의 조치를 방해했을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업체를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다만 주사 투약 경위와 회사 측의 관여 범위, 검진 결과 은폐 여부 등은 수사를 통해 확인할 사안이다.
킬레이션 치료는 EDTA 등 킬레이트제가 혈액 속 특정 중금속과 결합해 소변을 통한 배출을 돕는 방식이다. 납 중독 등 중금속 과다 노출이 확인된 환자에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적용할 수 있지만, 모든 납 노출 노동자에게 일률적으로 투여할 수 있는 처치는 아니다.
약물 종류와 투여량,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부작용 위험도 달라진다. 신장 손상과 저칼슘혈증, 발진, 발열 등이 나타날 수 있어 투약 전 검사와 의료진의 관리가 중요하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주사를 맞았다는 사실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약물의 정체와 투약 목적을 노동자에게 정확히 알렸는지, 투약에 앞서 적절한 설명과 동의를 받았는지, 의료적 판단과 안전관리 절차가 지켜졌는지가 핵심이다.
건강진단을 앞두고 중금속 배출을 유도해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규명 대상이다. 관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노동자의 알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산업보건 제도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기준치의 5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다는 보도는 작업환경 관리의 적정성에 관한 의문을 키운다.
납은 체내에 축적될 수 있으며 신경계와 혈액, 신장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노출 수준과 기간에 따라 건강 위험이 달라지는 만큼 작업환경 측정 결과뿐 아니라 노동자별 노출 이력과 건강검진 자료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측정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면 원인을 찾아 노출을 줄이는 조치가 우선돼야 하며, 검사 결과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안전관리의 방향 자체가 뒤바뀐 셈이다.
이 대통령은 노동부와 수사기관에 유해물질 노출 실태와 주사 투약 경위, 건강검진 결과 은폐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산업안전보건 제도를 무력화하는 유사 사례가 있었는지 점검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보호를 강화하라는 주문도 내놨다.
이번 의혹은 기업의 안전관리 책임을 서류와 검사 수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드러낸다. 노동자가 자신에게 투여되는 약물의 정체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면 사업장 내부의 안전보건 관리와 신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다.
정부 역시 수사 결과 발표에 그치지 말고 작업환경 측정의 신뢰성, 특수건강진단의 독립성, 노동자가 불이익 우려 없이 위험을 알릴 수 있는 구조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제도가 검사 통과를 위한 절차로 변질되지 않도록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이번 조사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