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년 거슬러온 조선 광대들 ‘놀음 한판’
인천문예회관 소공연장 23~24일 ‘개항장이 살아있다’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 작품 속 전통연희·검무 재현

140년 전 기산 김준근이 그린 광대들의 놀음판이 오늘날 다시 살아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질문의 답이 궁금하다면 오는 23~24일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공연, 전통연희단 잔치마당의 2026 창작판놀음 ‘개항장이 살아있다’(부제:개항장 속으로 들어간 광대들)를 감상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기산 김준근(金俊根)은 19세기 말 활동한 조선의 풍속화가이다. 김준근은 원산·부산·제물포 등 개항장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외국인들을 타깃으로 조선의 생활과 풍속을 담아내는 작품을 그려 팔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에게 별명을 붙이자면 ‘개항장 수출 풍속화가’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조선인의 다양한 생활상이 생생하게 담겨있는데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며 재주를 펼치는 광대와 전통연희 모습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다.
기산 김준근의 작품은 1천500여점이 유럽·미국·일본 등 국내외 20여 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894년 독일 함부르크 민속박물관에 전시된 기록도 남아있다. 잔치마당의 이번 작품은 과거 평면의 ‘회화’를 무대라는 현재의 3차원 ‘공간’으로 확장시키는 독창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간여행 속 기산이 붓을 움직이는 순간, 그림 속에서는 장단이 울리고 정지된 광대가 화폭 밖으로 뛰쳐나온다. 풍물패의 힘찬 장단은 개항장을 깨우고, 탈을 쓴 광대의 익살과 해학이 흥을 돋운다. 북놀이의 역동적 춤사위와 버나놀이가 신명을 더하고, 여성 광대의 화려하고 절도 있는 검무가 펼쳐진다. 140년 전 기록으로 존재하던 광대의 모습이 2026년 오늘날 ‘잔치마당’ 광대들로 재현되는 것이다.
그렇게 개항장은 시대와 신분, 국적을 가리지 않고 장삼이사 누구나 함께 어우러지는 거대한 놀음판으로 변모한다. 과거의 광대와 오늘의 광대 그림과 실제 공연, 19세기와 2026년의 경계를 허문다.
이번 작품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는 ‘광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림 속에서 오늘의 무대로 걸어 나왔을 뿐이다’는 것이다.

서광일 전통연희단 잔치마당 대표는 “이 작품을 기획하며 떠올린 중요한 질문이 옛 기산의 그림 속 광대들에게 오늘의 장단을 들려주고 몸짓을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살고, 놀이와 해학으로 견디며 아픔을 노래와 예술로 승화시킨 힘이 우리에게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 지역 대표예술단체 지원사업에 따라 마련됐다. 공연은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24일 오후 3시와 7시에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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