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커지는 중고 패션 시장… 브랜드 직접 뛰어들지만 ‘돈 벌기는 어렵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패션업계가 소비자가 입던 옷을 회수해 다시 판매하는 중고 거래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고 패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개인 간 거래에 맡겨뒀던 중고 의류 판매를 패션기업들이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패션기업들은 왜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 중고 거래 사업을 확대하는 걸까요.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고 의류는 제품마다 검수와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해 거래량이 늘어난다고 수익성이 곧바로 개선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다만 기존 고객을 자사 플랫폼으로 다시 유입시키고 신상품 구매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 거래 사업의 가치를 단순 매출이나 이익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수·세탁·촬영에 비용 부담
거래 늘어도 수익성은 고민
패션업계가 소비자가 입던 옷을 회수해 다시 판매하는 중고 거래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습니다. 중고 패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개인 간 거래에 맡겨뒀던 중고 의류 판매를 패션기업들이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커진다고 기업들이 반드시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중고 옷은 신상품과 달리 한 벌씩 상태를 확인하고 세탁과 촬영, 가격 책정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비용 부담이 큰 탓입니다.

12일 시장조사업체 6W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중고 의류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1800만달러(약 4500억원)로 추산됐습니다. 2032년에는 4억2300만달러(약 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패션기업들이 중고 시장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바라보는 이유입니다.
최근 중고 패션 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곳은 무신사입니다. 무신사는 중고 패션 거래 서비스 ‘무신사 유즈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매자가 옷을 보내면 무신사가 수거부터 검수, 상품 관리, 촬영, 등록, 배송과 고객서비스까지 대신하는 방식입니다. 지난 8월 거래액은 전달보다 45%, 주문 건수는 25% 증가했습니다. 최근 5개월 동안 매달 2만명 이상의 판매자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도 중고 거래 사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2022년 시작한 ‘OLO(오엘오) 릴레이 마켓’의 매입 대상을 올해부터 타사 브랜드까지 확대했습니다. 취급 브랜드는 170개를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사업 초기인 2022년 하반기보다 약 4.4배 늘었습니다. 소비자가 중고 옷을 넘기면 코오롱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LF는 헤지스와 닥스, 마에스트로 등 자사 브랜드의 중고 제품을 거래하는 ‘엘리마켓’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고 옷을 넘긴 고객에게는 LF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엘리워드’를 줍니다.

그런데 중고 의류 거래에는 신상품 판매와 다른 어려움이 있습니다. 바로 상품화 비용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디자인의 새 셔츠 100벌을 판매한다면 한 번 촬영한 사진과 상품 정보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반면 중고 셔츠 100벌은 상태가 제각각입니다. 옷마다 오염이나 훼손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세탁이나 수선을 거쳐 다시 촬영하고 가격을 매겨야 합니다. 보관과 배송에도 비용이 들어갑니다.
문제는 중고 의류의 판매가격이 신상품보다 낮다는 점입니다. 판매가격이 몇만원에 불과한 옷이라도 검수와 촬영, 상품 등록에 드는 수고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판매가격이 낮을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거래량이 늘어나더라도 처리해야 할 상품이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수익성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 12년째 적자 셀피 vs 흑자 낸 빈티드… 사업 방식에 따른 희비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H&M그룹이 지분 약 80%를 보유한 스웨덴 중고 패션 플랫폼 셀피(Sellpy)가 대표적입니다. 셀피는 판매자가 중고 물품을 보내면 회사가 분류와 검수, 촬영, 가격 책정, 보관, 배송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맡습니다. 판매자는 옷을 보내기만 하면 되지만 그만큼 회사가 부담하는 비용이 많습니다. 2014년 설립된 셀피는 사업을 시작한 지 12년이 지난 현재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럽 중고 거래 플랫폼 빈티드(Vinted)는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빈티드는 판매자가 직접 상품을 등록하고 구매자와 거래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상품화 비용을 줄였습니다.
판매자에게는 별도의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대신 구매자에게 상품 가격의 일정 비율과 고정 금액을 합산한 수수료를 부과합니다. 사이트 기준으로는 통상 상품 가격의 5%에 0.7달러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판매자가 상품을 검색 결과 상단 등에 노출하기 위해 지불하는 광고성 서비스도 수익원입니다.
지난해 거래액은 108억유로로 전년보다 47% 증가했고, 매출은 11억유로, 순이익은 6200만유로를 기록했습니다. 회사가 중고 옷을 일일이 관리하는 대신 배송망과 결제 시스템 등에 투자하는 전략을 택한 것입니다.
셀피와 빈티드의 엇갈린 실적은 중고 시장이 성장하는 것과 기업이 중고 상품을 직접 취급해 이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소비자가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기업이 많은 과정을 대신할수록 운영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데 집중하면 상품화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패션기업들은 왜 이런 부담을 감수하면서 중고 거래 사업을 확대하는 걸까요. 중고 옷을 판매해 얻는 이익 외에도 기존 고객을 다시 자사 플랫폼으로 불러들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코오롱FnC와 LF가 중고 옷의 대가를 현금 대신 자사몰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지급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코오롱FnC는 다른 회사의 중고 의류까지 매입하면서 기존 고객이 아니었던 소비자도 코오롱몰로 끌어들일 수 있게 됐습니다. LF측은 “지난 2월 기준 엘리마켓 이용 고객의 LF몰 재구매율은 34%, 지급된 엘리워드 사용률은 73%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중고 의류는 제품마다 검수와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해 거래량이 늘어난다고 수익성이 곧바로 개선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다만 기존 고객을 자사 플랫폼으로 다시 유입시키고 신상품 구매까지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고 거래 사업의 가치를 단순 매출이나 이익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패션업계가 중고 시장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중앙일보, 감자 후 유증한다... 다우·범삼성 지분 47.5% 동률에 홍씨일가 지분 5% 밑으로
- 현대차, 아반떼 이어 투싼도 ‘고급화’… 300만원 높인 가격 통할까
- 프랑스 덮친 1조8000억원 짜리 ‘폭동 청구서’… 손보사·재보험사 줄줄이 타격
- 초호황에 숨겨진 SK하이닉스의 걱정거리… “HBM4 시장서 우위 약화”
- 주식·채권 동반 급락에… ‘알아서 굴려준다’던 TDF의 배신
- 빅파마 ‘루푸스 신약’ 개발 잇단 제동…후발주자, 안전성 확보 관건
- ‘입찰 제한 2년’ LIG D&A, 무인체계·우주 사업 ‘난관’… “기존 사업 영향 가능성도”
- CJ는 물류·콘텐츠, 신세계는 FI… 汎삼성가 중앙일보 베팅의 다른 셈법
- 배터리 교체 3분 vs 급속 충전 9분… 휴머노이드 ‘노는 시간’ 줄여라
- 쿠쿠 음식물 처리기 디자인 무효…앳홈과 배상 놓고 ‘2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