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권력자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

최근 한국영화 '암살자(들)' 상영과 맞물려 문화예술계 현장이 시끄럽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박해진, 이민호, 박정민 등 한국 영화계의 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이 영화는 1974년 8월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벌어진 영부인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한 미스터리 정치 스릴러로 상영 첫날부터 영화계 안팎과 영화팬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두고 영화 외적인 논란과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 이 일련의 사태는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의 대원칙이 어떻게 이권과 권력의 논리에 의해 오염되고 변질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위험한 신호탄이자, 이 사회가 직면한 뼈아픈 자화상이다.
영화 작중 인물과 현실의 정치적 맥락이 기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품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예술인들을 향한 집단적 린치와 마녀사냥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이 폭력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표현의 자유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소중한 권리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뼈대이다. 물론 그 생각이 사회 공동체에 미치는 파급력과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결과에 대해서는 반드시 무거운 책임이 뒤따라야만 한다.
하지만 오늘날 영화 '암살자들'을 두고 벌어지는 현실은 이러한 책임의 윤리가 완전히 실종된 채, 공적 지위를 지닌 정치인이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셀럽'들의 무책임한 발언이 대중의 이성욕을 자극하고 폭력을 정당화하는 도화선으로 악용되고 있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들의 입에서 뱉어지는 선동적 언어는 마치 그러한 거대한 힘과 배경이 자신들을 보호하고 지지해 줄 것이라는 그릇된 착각을 대중의 무의식 속에 심어주며, 결국 법과 제도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우회한 채 반대편이나 사회적 약자를 향한 물리적 린치와 야만적인 협박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동력으로 작동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폭발적 현상이 발생한 직후 정작 그 불씨를 지핀 권력자들은 교묘한 침묵 뒤로 숨어버리거나 비겁한 변명으로 일관하며, 애초에 그들이 뱉은 말의 무게만큼 마땅히 져야 할 정치적·도덕적 책임조차 결코 질 수 없는 비열한 사각지대를 양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되며, 겉으로는 공익을 위하는 듯 포장되지만 실상은 시민의 연대를 갈라치고 예술과 창작의 숨통을 조이는 권력의 저열한 언권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
거대한 공동체의 숨결이 멈추지 않고 건강하게 이어지기 위해서는, 타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흉기로 전락한 권력자의 언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를 경계하는 한편, 제도적 감시와 시민적 연대를 바탕으로 그릇된 언어의 폭력성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단호한 대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 누구도 타인을 침묵시키고 파멸시킬 말의 권력을 위임받은 적은 없으며, 무책임한 선동의 언어가 방치되는 한 우리 도시의 민주주의는 깊은 바다를 표류하는 무동력선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말은 날카로운 비수와 같아서 한번 허공으로 흩어지면 주워 담을 수 없으나, 그것이 남긴 상처는 차가운 칼자국이 되어 시민의 가슴속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멍 자국으로 새겨진다. 침묵이라는 이름의 방조를 걷어내고, 이제는 이 사회의 거친 대기를 정화할 진정한 책임의 언어를 복원해야 할 때다.
/차성수 문화와미래연구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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