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의 역설…중국 없인 공급망도 오픈모델도 흔들린다

이규화 2026. 10. 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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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미국 AI 산업은 오픈웨이트 모델부터 하드웨어 공급망, 제조 기반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첨단 AI 모델 개발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중국은 저렴한 모델과 탄탄한 제조 역량을 앞세워 AI 산업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AI 패권 경쟁은 미국이 최첨단 모델 개발에서 앞서더라도 중국이 저비용 모델과 제조 기반을 통해 AI의 보급과 산업 적용을 주도한다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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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저가 오픈웨이트 모델, 에어비앤비 등 활용
데이터센터 장비부터 스마트기기까지 中 기반 의존
美, AGI 개발 앞서지만 中은 제조 역량으로 AI 확산
모델 성능 넘어 공급망·비용·상용화 속도까지 변수


2023년 상하이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회의(WAIC).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미국 AI 산업은 오픈웨이트 모델부터 하드웨어 공급망, 제조 기반에 이르기까지 중국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 첨단 AI 모델 개발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중국은 저렴한 모델과 탄탄한 제조 역량을 앞세워 AI 산업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WP는 중국 AI 기업 문샷AI가 개발한 오픈웨이트 모델 ‘키미 K3’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카네기멜런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양즈린이 창업한 문샷AI를 비롯해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개발한 오픈웨이트 모델은 미국 기업들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은 학습된 모델의 가중치를 공개해 이용자가 이를 내려받아 자체 환경에서 실행하거나 목적에 맞게 튜닝해활용할 수 있는 AI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이 제공하는 폐쇄형 모델과 비교해 비용 부담이 낮고 활용 방식이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다.

폐쇄형 모델이 성능 면에서 우위를 보이는 분야가 있지만, 모든 업무에 최고 수준의 AI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에어비앤비와 도어대시 등 일부 미국 기업들은 중국산 저비용 오픈웨이트 모델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업무가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능뿐 아니라 운영비와 자체 서비스에 맞게 모델을 조정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의존 관계는 미국 정부의 AI 정책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7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오픈웨이트 모델의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여러 미국 기업은 이에 반대하는 공개서한을 정부에 보냈다. 중국산 모델을 제한할 경우 미국 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AI 활용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웨이 순 AI 부문 애널리스트는 미국 고객들이 키미 K3를 사용하겠다는 강한 의사를 보인 사례를 두고 “개방형 AI 자체가 지정학적 의존이 되어버리는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DC 소재 컨설팅업체 DGA-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폴 트리올로 파트너는 중국 기업들이 앤트로픽과 오픈AI 등 미국의 폐쇄형 모델 기업들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모델에 대한 규제와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 유지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대한 의존은 소프트웨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WP는 미국 데이터센터에서 AI 모델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장비와 AI 기반 소비자 제품에서도 중국의 제조 역량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타의 스마트안경과 페블의 ‘인덱스’ 스마트링 등 AI 기반 기기 역시 중국에서 생산되는 사례로 거론됐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AI 전문가 카일 챈은 미국과 중국이 기술과 산업 측면에서 “매우 깊이 엮여 있다”며 미국의 중국 의존도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현실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가 당연시되던 시대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신문은 현재 미국 연구진이 인공지능이 사실상 모든 분야의 인지 작업에서 인간과 대등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능력을 갖추는 인공일반지능(AGI) 개발 경쟁에서 중국보다 수개월 앞선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은 AGI 개발 목표에 도달하기 전부터 자국의 제조 기반을 활용해 AI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에서 중국 경제와 AI 산업을 연구하는 하오 천 연구원은 하드웨어에 대한 접근 방식이 양국의 주요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AI 모델의 성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 중국은 모델과 하드웨어를 동등하게 중시하며 제조업의 강점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AI 기업 01.AI의 리카이푸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이 제조 역량과 공급망, 낮은 비용, 빠른 제품 출시 속도에서 뚜렷한 강점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보다 최대 4배 빠른 주기로 제품을 개발하고 수정·개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AI 패권 경쟁은 미국이 최첨단 모델 개발에서 앞서더라도 중국이 저비용 모델과 제조 기반을 통해 AI의 보급과 산업 적용을 주도한다면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AI 기술의 우위를 실제 경제적 영향력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하드웨어와 공급망, 생산비용, 상용화 속도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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