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유학’ 믿고 전 재산 줬는데… 파키스탄 공분 떨게 한 사기

최하연 기자 2026. 10. 12.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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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최우수 졸업생 숨진 채 발견
총리 “피의자 즉각 체포·엄중 처벌” 지시
빈곤·실업에 해외유학 몰리는 청년 노린 사기 잇따라
1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셰바즈 샤리프(오른쪽) 파키스탄 총리가 경찰청장과 최고행정관에게 라이바 이자즈 사건의 사기 피의자를 즉각 체포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셰바스 샤리프 인스타그램

파키스탄에서 물리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한 여성이 하버드대 입학과 장학금을 미끼로 한 유학 사기에 속은 뒤 숨진 채 발견돼 공분을 사고 있다. 가족들은 딸의 유학을 위해 땅을 팔고 귀금속을 담보로 맡기는 등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마련해 사기범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매우 비극적인 사건”이라며 피의자를 즉각 체포해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11일 일간 던 등 파키스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슬라마바드 국제이슬람대(IIUI) 물리학과를 졸업한 라이바 이자즈는 지난 9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자즈는 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금메달을 받은 뒤 미국 유학을 준비해왔다.

연방수사국(FIA)에 따르면 이자즈는 미국 유학을 준비하던 중 자신을 법원과 정부기관 관계자라고 소개한 한 남성으로부터 하버드대 입학과 장학금, 미국 비자 발급을 주선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자즈의 가족이 이 남성과 공범에게 건넨 금액은 하버드대 입학과 장학금, 비자 발급 등의 명목으로 건넨 720만파키스탄루피(약 3500만원)를 포함해 총 930만파키스탄루피(약 45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제공한 하버드대 입학 허가서와 장학금 관련 서류, 납부 영수증 등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사람들이 존 하버드 동상을 둘러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가족이 건넨 돈은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었다. 이자즈의 아버지는 오랫동안 오토바이를 타고 우유와 요구르트를 팔며 자녀들을 공부시켰고, 딸의 유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지으려고 사둔 땅까지 팔았다. 어머니도 귀금속을 담보로 맡겼다. 이자즈는 대학 측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유학 장학금을 제안받았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겠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기 사실을 알게 된 이자즈는 숨지기 전 가족에게 “아버지에게 사기당한 사실을 말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말을 남겼다.

이자즈의 사연이 알려지자 샤리프 총리는 이슬라마바드 경찰청장과 최고행정관으로부터 사건을 보고받고 피의자를 엄중 처벌할 것을 지시했다. FIA는 정부기관 관계자를 사칭한 남성과 여성 공범 등 2명에게 사기와 이민 관련 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했다. 당국은 금융 거래 내역 등을 토대로 추가 피해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8일 국제 문해력의 날을 맞아 파키스탄 페샤와르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현지 청년단체 관계자들은 빈곤과 실업, 국내의 제한된 기회로 인해 많은 파키스탄 청년들이 해외 유학과 취업을 경제적 안정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지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민간 유학 컨설팅업체 카디프 스터디 컨설턴츠는 올해 해외에서 공부하는 파키스탄 학생이 약 11만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주로 중국과 영국, 호주, 독일, 미국 등에서 공부하고 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파키스탄인에게 발급된 유학 비자는 약 3만1000건으로 중국·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자즈의 큰언니 역시 장학생으로 중국에서 유학한 뒤 라호르의 중국 기업에서 통역사로 일하고 있어, 이자즈도 해외 유학을 통해 더 나은 취업 기회를 얻기를 바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유학과 취업 수요가 큰 만큼 이를 노린 비자·교육 컨설팅 사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FIA는 지난달 이슬라마바드의 컨설팅·택배업체들을 압수수색해 외교부 공무원 6명을 포함한 22명이 연루된 아포스티유·공문서 위조 조직을 적발했다. 지난 4월에도 ‘유학 컨설팅’ 등을 내건 업체에서 여권 70여 개를 보관한 채 학생·취업 비자를 미끼로 거액을 받아온 조직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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