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러시아, 브렉시트 투표 개입 명백”…EU 재가입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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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개입했다고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밝혔다. 버넘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 재가입에 대한 국가적 토론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버넘 총리가 러시아의 브렉시트 개입을 공개하고 나선 건 영국의 유럽연합 재가입 추진 시도와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버넘 총리는 반유럽연합 기조의 영국개혁당 득세에 맞서 브렉시트 재논의를 정치적 승부수로 띄우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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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2016년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 개입했다고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밝혔다. 버넘 총리는 영국의 유럽연합 재가입에 대한 국가적 토론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11일(현지시각)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나는 (7월 취임해) 총리실에 들어오면서 (정부기관에) ‘2016년 국민투표에 러시아의 개입이 있었는지’ 물었다. ‘그렇다, 개입이 있었다’는 명확한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이 문제에서 우리는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해왔다. 정치 절차를 교란하려는 국외의 시도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 총리가 국민투표 때 러시아 개입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버넘 총리는 러시아가 어떻게 투표에 관여했는지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유럽의 결속 약화를 노리고 여론 선동 등으로 브렉시트 투표에 개입했다는 관측은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영국 의회 정보안보위원회는 2020년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국영 언론과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통해 브렉시트 전후로 영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이 있다고 알렸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정보기관은 러시아의 개입 가능성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당시 국민투표에서 영국은 51.9% 찬성률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버넘 총리는 이번 인터뷰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도 러시아의 내정 개입 문제를 최근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영국·독일 모두에서 세를 불리는 친러시아 성향 극우 정당들의 집권을 돕고 있을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극우 영국개혁당과 독일대안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과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중단을 주장하고 있다.
버넘 총리는 “나는 (회담에서) 메르츠 총리에게 ‘당신들이 직면한 위협에 맞서는 데 우리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메르츠 총리도 독일대안당이 분명히 러시아와 연계돼 있다고 답했다. 내가 알기로는 이 정당은 (러시아) 자금 지원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각국에서는 러시아의 여론 조작 시도가 드러나고 있다. 8월 프랑스 파리 검찰청은 러시아군 정보총국 등이 지휘하는 정보 조작 그룹들이 내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 주자인 라파엘 글뤽스만 유럽의회 의원(사회민주 동맹)과 가브리엘 아탈 전 프랑스 총리 등에 대한 온라인 흑색선전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글뤽스만이 르몽드에 ‘유리한 기사를 실어달라’고 청탁했다거나, 아탈이 파킨슨병에 걸렸다는 등의 가짜뉴스를 소셜미디어에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비시(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을 겨냥한 러시아의 가짜 언론사 누리집 역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찰스 3세 영국 국왕 소유의 저택을 헐값에 구입했다’는 식의 괴소문을 퍼뜨리고 있다.
버넘 총리는 인터뷰에서 “이런 문제들을 명확하게 공식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는 우리의 적, 즉 러시아가 독일·프랑스 유권자들의 일부 정치적 행동을 촉발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버넘 총리가 러시아의 브렉시트 개입을 공개하고 나선 건 영국의 유럽연합 재가입 추진 시도와도 무관치 않다. 버넘 총리는 지난달 29일 노동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브렉시트로 득보다 폐해가 더 많았다”며 “(11월) 영-유럽연합 정상회담을 계기로 유럽 파트너들과 영국의 장기적인 관계를 위해 내가 생각하는 여러 선택지들을 여러분에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재가입에 대한 국가적 토론을 제안한 것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때 극심한 여론 분열을 겪은 바 있어, 그간 영국 정치권에서 유럽연합 재가입은 금기어로 여겨졌다. 그러나 버넘 총리는 반유럽연합 기조의 영국개혁당 득세에 맞서 브렉시트 재논의를 정치적 승부수로 띄우는 모양새다. 지난 6월 유거브 여론조사에서는 영국 국민의 55%가 유럽연합 재가입을 지지(반대 34%)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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