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제도화 현주소] <3> 제도화 '후발주자'…해외 선행 사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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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상자산의 제도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주요국들이 명확한 법안과 규제 체계를 마련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가상자산 제도화의 후발주자가 된 만큼, 주요국 입법 사례를 참조해 국내 금융환경에 적합한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공시 체계를 마련하고 업종별 세부 분류를 마련해 규제 명확성도 확보하는 법안이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주요국의 입법 사례를 참조해 국제표준과 국내 금융환경에 맞춰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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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불확실성' 지속…스테이블코인 발행, 투자자보호 등 기준 필요
업계 "가상자산 제도화 늦어지면서 경쟁력 악화…국내 논의 속도내야"

국내에서 가상자산의 제도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주요국들이 명확한 법안과 규제 체계를 마련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가상자산 제도화의 후발주자가 된 만큼, 주요국 입법 사례를 참조해 국내 금융환경에 적합한 법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늦어지는 '가상자산 제도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에서 "한국의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구조가 갑갑하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거래소 지분 제한 논의는 전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쟁점이 아닌데도, 국내에서는 쓸 데 없는 쟁점 때문에 입법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앞서 지난해 6월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가상자산의 발행·유통·공시 체계를 마련하고 업종별 세부 분류를 마련해 규제 명확성도 확보하는 법안이다. 결제기술 발달로 전통금융과 가상자산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으며, 국내외에서 가상자산 거래량도 급증하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당초 지난해 입법 목표로 제시했지만 다수의 쟁점이 부각되며 늦어지고 있다. 논의 초기에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규제주체를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가운데 어느 곳에 둘 지가 쟁점이었고, 이후 거래소 대주주의 지분 제한 여부가 논의됐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은행의 지분 참여를 요구하는 '은행 컨소시엄' 또한 논의 중이다.
내년 초 시행을 앞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도 쟁점이다. 국내에서는 가상자산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과세 법안이 마련됐으나 시행을 수 차례 유예해 왔는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을 앞두고 과세형평성, 과세 인프라 부족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규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경쟁력도 악화하고 있어서다.
강민규 코인원 대외협력본부 이사는 지난 1일 KBW에서 개최된 업계 토론회에서 "국내 거래소들이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선 명확한 규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사업 확대 의지가 있더라도 규제 불확실성 때문에 선제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만큼, 원칙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사업이나 혁신을 시험할 수 있는 제도적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요국 입법사례는
유럽연합(EU)은 지난 2024년 말부터 '암호자산시장법(MiCA·미카)'의 시행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을 규율하고 있다. MiCA는 가상자산을 자산연동토큰(ART), 전자화폐토큰(EMT), 일반암호자산으로 분류해 차등 규제하며, 가상자산 발행 시에는 가상자산의 구조와 위험성을 안내하는 백서를 공시하고 규제 당국의 사전 규제를 받도록 정했다.
또한 EU 회원국에 대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규제당국의 단일 인가를 받도록 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에는 발행 금액의 100%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보유하도록 강제한다. 투자자보호를 위해 전통금융업 수준의 내부자 거래 금지 조칙도 마련했다.
미국은 '가상자산 3법(지니어스법·클래리티법·반CBDC법)'을 통해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통과된 지니어스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100%의 준비금 요건을 제시하며, 관련 공시 기준을 마련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중앙은행발행 전자화폐(CBDC) 발행을 금지해 민간 시장을 활성화하는 '반 CBDC법'도 통과됐다.
가상자산을 '증권성 자산'과 '상품성 자산'으로 분류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클래리티법'도 막바지 논의에 돌입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은 법안 필요성에 대해 이견이 없으며, 공직자의 사적이익 추구 금지 조항에 대해서만 이견을 남겨뒀다. 규제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법안 불발 시에 대비한 대체 법안을 마련 중이다.
한국과 유사하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지속했던 일본도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은 앞서 가상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간주해 자금결제법 중심으로 규제했으나, 지난 7월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을 통해 가상자산을 '투자 자산'으로 재분류했다. 주식·채권과 동등한 지위를 부여하고 공시 의무도 확대해 소비자 보호 체계를 마련했다.
가상자산과 금융상품을 연계하기 위한 법적 인프라도 마련했다. 가상자산이 금융상품으로의 지위를 획득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이 가상자산을 활용해 ETF 등 파생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 국내 환경에 맞는 법안 필요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주요국의 입법 사례를 참조해 국제표준과 국내 금융환경에 맞춰 법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상자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가상자산 산업도 다양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여전히 입법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면서 매출이 악화하고 있고, 가상자산 산업 진입을 희망하는 신규 기업들은 해외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조속히 통과되고,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허용을 비롯해 국제표준에 맞는 규제 완화가 논의돼야 한다"라면서 "해외에서는 혁신이 한창인데, 국내의 규제만 제자리걸음을 하면 국내 투자자들도 해외로 계속 이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리서치 전문기업 타이거리서치는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가상자산 투자 수요와 대중적 관심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지만, 주요국에 비해 가상자산의 제도화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면서 "반면 해외 주요국에서는 명확한 정책으로 시장을 포용하고 있고, 정책 차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도 권역별로 파편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은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는 과도기에 있지만,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 장벽 또한 산재해 있다"면서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의 은행 지분율 논의,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등을 포함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의 통과 여부가 향후 시장 지형도를 바꾸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