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호재 인근 농지 413㎡ (124평) 주인이 109명… ‘쪼개기 투기’ 의심

장상민 기자 2026. 10. 1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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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도 크기의 논을 100명 넘는 사람들이 같이 농사를 지을 수는 없죠. 크게 짓는 분들은 혼자 수천 평도 짓는데요."

지난 7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에서 만난 한 농민은 109명이 소유한 인근 413㎡ 크기의 논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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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택 현덕·김포 양촌 르포
현덕면 농지 소유자 109명
대부분 10년전 ‘영농’ 취득
인근엔 화양지구 조성 한창
양촌읍 2312㎡ 주인도 44명
농식품부 “투기 명확히 구분”
실경작자 권리 보호 강화키로
대단지 인근에… : 지난 7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에서 수확 작업이 한창인 밭과 투기가 의심되는 논 너머로 개발이 진행 중인 화양지구의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다. 박윤슬 기자

평택·김포=장상민 기자

“저 정도 크기의 논을 100명 넘는 사람들이 같이 농사를 지을 수는 없죠. 크게 짓는 분들은 혼자 수천 평도 짓는데요.”

지난 7일 경기 평택시 현덕면에서 만난 한 농민은 109명이 소유한 인근 413㎡ 크기의 논을 가리키며 이같이 말했다. 소유자 대부분은 2016년 ‘영농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는데 이들이 가진 논의 크기는 1인당 4㎡도 안 되는 셈이다.

이 논에서 멀지 않은 곳에선 서평택 최대 도시개발구역인 화양지구의 조성이 한창이다. 면적은 약 279만㎡로 여의도와 비슷하고, 2만여 가구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인근 부동산 업자들은 투기 여부를 가리려면 취득 당시 영농계획서와 임대차 관계 등을 따져봐야겠지만, 개발 시세차익을 노린 취득으로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다.

같은 날 찾은 김포시 양촌읍 농지 2312㎡도 사정이 비슷했다. 수도권 전철역에서 1㎞가 떨어지지 않은 이 땅의 주인은 44명이다. 대부분 2018년 주말체험영농 등을 목적으로 취득했다. 그러나 현장은 여러 가족이 구역을 나눠 쓰는 주말농장과 거리가 멀었다. 밭은 작물별로 반듯하게 구획돼 있고, 농막 안에는 한두 명이 주기적으로 쓰는 듯한 물건들이 놓여 있어 수십 명이 드나드는 체험농장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작물이 자란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소유자가 취득 목적대로 직접 농사짓고 있다고 단정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평택에서 7년째 버섯을 키우는 차인혜 밝은빛농원 대표는 “평택처럼 개발이 이뤄지는 곳에서는 농업인이 농지를 살 수 없을 정도로 땅값이 올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사로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해 농지법의 문제를 고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농지를 빌려 열심히 농사를 지어온 임차농을 보호할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싼 혼란에 이처럼 투기로 판단되는 행위와 농촌의 관행적 위반을 구분하는 것으로 방침을 명확히 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8일 후속조치를 발표하며 제시한 투기 유형은 세 가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영농계획서를 내고 취득한 뒤 무단 방치·임대한 경우(상속 제외) △시세차익을 노려 허위 영농계획서로 경매 등을 통해 지분을 취득한 뒤 방치·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취득한 농지를 쪼개 팔거나 임대해 부동산 수익을 올린 경우다. 이들 세 가지 유형은 충분한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처분명령 여부를 정한다.

상속 농지와 고령농·관행 임대차 농지, 종중·사찰·미등기 상속 등 소유관계가 복잡한 농지, 맹지·영농 곤란 농지 등은 투기 판단에서 제외한다. 정부는 이런 농지들은 농지은행 위탁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 조사 결과로 처분하지 않도록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희망하는 경우 서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 계약기간 동안 적법한 임대차로 인정하고, 요건을 갖춘 미허가 시설은 사후 허가해주는 양성화 특례도 마련할 계획이다. 송 장관은 조사의 취지에 대해 “농지 정보를 제대로 구축하고 제도를 현실에 맞게 바꾸려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 농지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임대차·휴경 인정 범위를 넓히고 실경작자와 임차농의 권리 보호 강화 등이 핵심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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