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4! 50대 일반인 여성도 할 수 있다 [화제인물 클라이머 박은영씨]

정유진 2026. 10. 12. 07:3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골반 통증, 테니스 엘보.

엘리트 선수 경력이 없는 일반인 여성 클라이머가 5.14급으로 거론되는 고난도 루트를 완등한 것은 최초다.

"가장 먼저 '일반 여성 클라이머도 5.14급 등반이 가능하니 꼭 도전해 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둘째로 '충분한 휴식의 중요성'을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휴식 없는 도전은 반드시 부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프로젝트 완등에서 멀어지는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시즌 기초 체력 관리'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등반이 어려운 비시즌에 기초 체력을 다지고 실내 볼더링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고난도 루트를 완등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박은영씨의 이번 완등은 "여성 클라이머도, 50대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며 많은 클라이머들에게 새로운 도전 의식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선운산 투구바위 코리아강(5.13d/5.14a)을 등반 중이다.

골반 통증, 테니스 엘보. 오랜기간 프로젝트 등반은 몸을 망가뜨렸다. 젊은 클라이머들도 힘들어하는 고난도 등반을 50대의 신체로 밀어붙이니 당연한 일이다. 400번, 아찔한 추락을 견디면서도 포기는 없었다. 4년간의 노력 끝에 완등 고리에 로프를 걸 수 있었다.

2026년 5월 18일, 박은영(53)씨가 선운산 투구바위의 고난도 루트 '코리아강'을 완등했다. 엘리트 선수 경력이 없는 일반인 여성 클라이머가 5.14급으로 거론되는 고난도 루트를 완등한 것은 최초다.

암벽등반 난이도는 5.0에서 시작해 0.1씩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동호인은 5.12~13급이 한계고, 5.14는 젊은 프로선수들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10대나 20대가 아닌 50대 여성이, 그리고 엘리트 선수도 아닌 동호인이 완등해 낸 것이다.

선운산 속살바위 zoo(5.12a)를 등반 중이다.

우연이 이끈 무거운 숙제…부상과 시련

박은영씨는 대학산악부 출신이다. 산악부 시절에는 암벽등반에 몰입했으나 결혼과 육아로 수년간 등반과 멀어졌다. 자녀가 독립한 후 다시 벽 앞에 섰다.

"5.14는 꿈도 안 꿨어요. 우연히 시작했죠."

함께 등반하던 김현미씨가 "같이 코리아강 해보자"며 박은영씨를 끌어들였다. 처음에는 완등을 위해서보다 어려운 동작을 연습하며 훈련하고자 하는 목적이 컸다. 첫 동작을 만드는 데 한 시즌을 통째로 투자했다. 그 후로 구간별 어려운 동작들을 하나씩 완성해 갔다. 윗구간의 유명한 크럭스 구간을 완등한 날 처음으로 루트에 대한 희망과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코리아강 완등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매주 선운산을 찾았다. 4월부터 6월, 9월부터 12월까지 매 주말 바위 앞에 섰다. 선운산을 오른 횟수를 세어보면 100번 정도 된다. 갈 때마다 4번씩 루트를 시도했고 매번 실패했다. 실패는 추락을 의미하니, 400번 정도 추락했다.

주중에도 훈련은 이어졌다. 스포츠 지도사인 본업을 이어가며 꾸준히 실내 암장운동을 했다. 루트에 맞는 근력운동도 진행했다. 코리아강은 홀드가 좋지 않아 발끝힘이 중요한 루트다. 이를 훈련하기 위해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발끝과 하체힘을 길렀다. 코어운동도 꾸준히 진행했다. 고난도 루트일수록 흔들림 없는 코어 근육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등반이 어려운 여름, 겨울 비시즌에는 수영, 러닝,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며 기초체력을 다졌다.

체중 관리를 위한 식단도 엄격하게 했다. 좋아하던 군것질은 전부 끊고 매끼 소식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길어지는 프로젝트 기간에 염증으로 손가락이 울퉁불퉁해졌다. 테니스 엘보, 골반 부상까지 입었다.

'내가 선수도 아니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망가지는 몸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시련은 또 있었다. 누군가 루트를 의도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수년간 갈고 닦아 완성해 둔 동작을 쓸 수 없게 됐다. 분노가 치밀었다. 변형된 홀드에 맞춰 다시 동작을 만드는 데만 1년이 더 소요됐다.

동료와 가족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되었다. 남편은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집중해 보라"며 힘을 주었다. 체력 보충에 좋은 건강보조식품을 챙겨 주며 외조했다.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준 남편과 선운산에서.

마침표를 찍은 4년간의 기록

완등 당일 아침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마음을 비우고 벽에 올랐다. 거짓말처럼 매번 떨어지던 구간을 넘어섰다. 밑에서 지켜보던 동료들의 탄성이 터졌다. '이번인가?' 순식간에 온몸에 긴장감이 돌았다. 다리가 떨릴 정도로 극심했다. 하지만 침착하게 그간 연습한 동작들을 하나하나 이어나갔다. 마침내 완등고리에 로프를 걸고 환호성을 질렀다.

"너무 좋아서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동시에 '정말 해낸건가?' 얼떨떨한 감정이 밀려왔죠."

박수를 받으며 하강해 짜릿한 성취감을 즐겼다. 그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하산 후 그간 함께한 동료들과 한우 파티를 벌였다.

4년의 숙제를 마친 직후 찾아온 것은 안도감이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하며 생긴 부상이 심해져 마음껏 운동을 할 수 없게 되자 허무함과 공허함이 밀려오기도 했다. 몸을 다치면서까지 매달렸던 시간에 대한 후회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거대한 과제에서 벗어났다는 홀가분함과 함께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이제는 즐기고 싶어요. 목표를 향한 치열한 등반보다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미있는 등반을 하고 싶어요."

이어 그는 고난도 등반을 꿈꾸는 여성 클라이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가장 먼저 '일반 여성 클라이머도 5.14급 등반이 가능하니 꼭 도전해 보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둘째로 '충분한 휴식의 중요성'을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휴식 없는 도전은 반드시 부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프로젝트 완등에서 멀어지는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비시즌 기초 체력 관리'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등반이 어려운 비시즌에 기초 체력을 다지고 실내 볼더링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것이 고난도 루트를 완등하는 데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한편 코리아강의 난이도를 둘러싼 서로 다른 시선이 있다. 이전이나 홀드 변형 이후나 5.14급으로 단정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이들은 루트를 5.13d/14a로 평가한다. 반면 박은영씨는 홀드 변형 이후 동작 난이도가 상승했기에 5.14a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암벽등반에서 난이도 논란은 늘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다. 해외에서도 곧잘 의견이 갈려 논의 끝에 수정되거나 그대로 유지되거나 한다. 루트 난이도에 대한 평은 오롯이 완등자들의 몫이다.

그러나 50대 직장인 클라이머가 4년 동안 한계에 부딪히며 포기하지 않고 끝내 결실을 맺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박은영씨의 이번 완등은 "여성 클라이머도, 50대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며 많은 클라이머들에게 새로운 도전 의식을 일깨워 주고 있다.

마이산에서 빌레이를 보고 있는 모습.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