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이 기회로…HD현대, '영업이익률 15%' 엔진 키운다

설재윤 2026. 10. 1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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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난을 겨냥해 발전용 엔진 사업을 키운다. 북미에서 약 39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가스 발전 엔진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말 1168억원을 투입한 군산 엔진 신공장을 준공한다.

정전 때만 가동하는 비상용 발전기를 넘어 가스엔진을 데이터센터의 실제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과 방산 엔진은 수요처가 다르지만 건설장비 사업의 경기 변동성을 보완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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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전력망 구축 지연에 자체 상시발전 수요 확대
가스엔진 롱블록 3879억원 수주…2분기 엔진 매출 웃돌아
1168억원 투입한 군산 신공장 이달 말 준공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HD현대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난을 겨냥해 발전용 엔진 사업을 키운다. 북미에서 약 390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가스 발전 엔진을 수주한 데 이어 이달 말 1168억원을 투입한 군산 엔진 신공장을 준공한다. 영업이익률 15%를 웃도는 엔진 사업을 건설장비와 함께 새로운 수익축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엑스포(CONEXPO) 2026’의 HD건설기계 엔진 전시관. [사진=HD건설기계]

12일 건설기계업계에 따르면 HD현대 계열사 HD건설기계는 이달 말 전북 군산사업장 내 엔진 신공장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와 국내외 방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기존 군산사업장 내 약 1만9000평(약 6만2700㎡) 부지에 방산·초대형 발전용 엔진 생산공장과 배터리 패키징 시설을 구축했다.

신공장이 가동되면 K2 전차 등에 탑재되는 방산용 엔진을 연간 120대 생산할 수 있다. 최대 3MW급 초대형 발전용 엔진의 연간 생산능력은 1250대다.

배터리팩 생산시설은 지난 8월 먼저 가동에 들어갔다. 연간 생산능력은 880MWh로 전기버스 약 3000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회사는 군산공장 투자로 향후 10년간 4조5000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168억원을 투입해 방산과 데이터센터, 전동화 시장에서 장기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전력망 못 기다리는 AI 데이터센터…3900억원 수주

HD건설기계가 발전용 엔진에 투자를 늘리는 배경에는 북미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문제가 있다.

AI 연산에 필요한 서버와 냉각설비가 급증하면서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송·배전망과 발전설비 구축에는 긴 시간이 필요해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전력망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동안 데이터센터가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전력망과 발전설비를 함께 활용하는 상시발전 수요가 커지고 있다. 정전 때만 가동하는 비상용 발전기를 넘어 가스엔진을 데이터센터의 실제 전력원으로 활용하는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HD건설기계는 지난 7일 미국 발전 인프라 솔루션 업체 이록(ERock)과 가스 발전용 엔진 롱블록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공시 기준 계약금액은 3879억원으로 약 3900억원이다. 계약 기간은 2027년부터 2028년까지 2년이다.

HD건설기계의 22ℓ급 가스 발전용 엔진 롱블록. [사진=HD건설기계]

공급 제품은 22ℓ급 고효율 가스 발전용 엔진 롱블록이다. 롱블록은 연료와 점화 계통을 제외한 반제품 형태의 엔진 몸체를 뜻한다.

이록은 HD건설기계의 엔진 롱블록에 연료·점화 계통과 발전장치 등을 결합해 발전기 세트 솔루션을 구축한다. 완성된 설비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금액은 HD건설기계 엔진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 3861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다만 공급이 2년에 걸쳐 진행되는 계약인 만큼 분기 매출과 직접 비교해 실적 증가폭을 판단할 수는 없다. 엔진 사업에서 확보한 단일 계약의 체급을 보여주는 수치로 볼 수 있다.

HD건설기계는 이번 수주를 시작으로 북미 데이터센터와 분산전원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서 15년 이상 쌓은 엔진 운용 실적과 납기 경쟁력을 앞세워 추가 고객을 확보할 방침이다.

22ℓ에서 최대 77ℓ까지…데이터센터 겨냥해 출력 높인다

군산 신공장은 HD건설기계가 발전용 엔진의 출력을 높이고 제품군을 확대하는 생산 거점이 된다.

HD건설기계는 군산을 중심으로 1~3MW급 초대형 발전용 엔진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재 공급하는 22ℓ급 제품에서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와 분산발전에 필요한 고출력 엔진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2027년에는 37ℓ급·1.5MW 발전용 엔진을 출시하고, 2028년에는 77ℓ급·3MW 제품을 추가할 예정이다. 단순히 기존 엔진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발전용 제품의 배기량과 출력을 높여 대형 데이터센터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 사용량이 큰 데다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여러 대의 발전기를 연결해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만큼 엔진의 출력과 효율, 내구성뿐 아니라 정해진 시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납기 능력도 중요하다.

HD건설기계는 군산 신공장을 통해 고출력 엔진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수요 변화에 맞춰 공급 물량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발전기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관련 시장이 2026년 103억4000만달러에서 연평균 8.4% 성장해 2034년 197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북미에서는 전력망 연결이 늦어지면서 데이터센터 자체 발전 수요가 시장 확대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스엔진은 가스터빈과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 등 다른 전력 공급·보조 설비와 경쟁해야 한다. 실제 수요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조달 방식과 가스 공급망, 환경 규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K2 엔진 연 120대…방산 수요도 함께 잡는다

군산 신공장의 또 다른 축은 방산이다.

HD건설기계가 생산하는 DV27K 엔진은 K2 전차의 국산 파워팩에 탑재된다. K2 전차 수출이 늘어나면 완성 전차와 함께 엔진의 생산·공급 물량도 증가할 수 있다.

HD건설기계의 K2 전차용 DV27K 엔진. [사진=HD건설기계]

회사는 군산 신공장에 방산용 엔진 연간 120대 생산체계를 갖춰 국내외 전차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방산용 엔진은 개발과 검증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공급계약도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건설경기와 금리 변화에 따라 판매량이 움직이는 굴착기·휠로더 등 건설장비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주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과 방산 엔진은 수요처가 다르지만 건설장비 사업의 경기 변동성을 보완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역할을 한다. 군산 신공장이 두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이유다.

영업이익률 15.3%…건설장비 변동성 보완할 캐시카우

엔진 사업은 이미 HD건설기계의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HD건설기계 엔진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38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5.3%로 두 자릿수를 유지했다. 산업용 엔진의 외부 판매 확대와 K2 전차용 방산 엔진 공급 증가가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건설장비 사업은 각국의 건설·인프라 투자와 금리, 원자재 가격 변화에 민감하다. 반면 데이터센터용 발전 엔진은 AI 인프라 투자, 방산용 엔진은 장기 수주를 기반으로 수요가 형성된다.

HD건설기계는 엔진 사업을 건설장비의 경기 변동성을 보완하면서 꾸준한 이익을 창출하는 핵심 캐시카우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엔진 사업은 합병 전 HD현대인프라코어가 담당했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가 합병해 올해 출범한 HD건설기계가 엔진사업본부를 이어받으면서 건설장비와 함께 독립적인 성장축으로 확대하고 있다.

HD건설기계가 지난 5월 군산캠퍼스에서 완성차 누적 생산 5만대 달성을 기념하고 있다. [사진=HD건설기계]

HD건설기계는 올해 1월 통합법인 출범 당시 2030년 매출 14조8000억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주력인 건설장비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은 엔진과 애프터마켓 사업을 확대해 성장성과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릴 계획이다.

HD건설기계 관계자는 "엔진 사업 투자의 주된 배경은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로 인한 중장기 수요 증가와 국내외 방산 수요 확대, 전동화·수소 등 지속 가능한 동력원으로의 전환"이라며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핵심 캐시카우로서 그룹 내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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