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가을인데 솜털 보송"…'봄의 새' 늦깎이 육아

유형재 2026. 10. 1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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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잎이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10월 초, 강릉에서 계절을 잊은 듯한 뜻밖의 모습이 포착됐다.

통상 봄과 초여름 사이에 번식을 마치는 검은이마직박구리가 가을에 접어든 최근까지 어린 새끼를 키우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 사대부 건물이 잘 보존된 강릉선교장(국가민속문화유산) 일원의 감나무에서는 최근까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남아 있는 어린 새끼가 어미를 쫓아다니며 먹이를 졸라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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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이마직박구리, 늦둥이 새끼 포착…재번식·번식기 연장 관찰 필요
솜털 보송보송한 새끼에게 홍시 먹이는 어미 [촬영 유형재]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감나무의 잎이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한 10월 초, 강릉에서 계절을 잊은 듯한 뜻밖의 모습이 포착됐다.

통상 봄과 초여름 사이에 번식을 마치는 검은이마직박구리가 가을에 접어든 최근까지 어린 새끼를 키우는 모습이 관찰된 것이다.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중국 남부, 대만, 베트남 북부 등 아열대 및 온대 남부 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아열대성 조류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반 길잃은 새(미조)로 처음 관찰된 이후 한반도 기온 상승과 맞물려 개체수가 점차 늘어나며 현재는 전국 여러 지역에 정착해 살아가는 텃새가 됐다.

몇 해 전부터는 강릉 일원에서도 번식이 확인되는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생태적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새 가운데 하나이다.

어미에게 먹이 재촉하는 검은이마직박구리 새끼 [촬영 유형재]

검은이마직박구리는 일반적으로 4월에서 7월 사이를 주 산란기로 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 뒤, 여름에는 털갈이를 거쳐 9월경이면 서서히 월동이나 계절 이동을 준비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태 주기다.

그러나 조선시대 사대부 건물이 잘 보존된 강릉선교장(국가민속문화유산) 일원의 감나무에서는 최근까지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남아 있는 어린 새끼가 어미를 쫓아다니며 먹이를 졸라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감나무의 감이 홍시가 되어 가는 시기인데도 새끼는 아직 어미를 졸졸 쫓아 다니며 끊임없이 먹이를 재촉한다.

어미는 잘 익은 홍시를 찾아내 입을 크게 벌리는 새끼에게 달콤한 홍시를 먹이기에 여념이 없다.

입 크게 벌리고 먹이 재촉하는 새끼 [촬영 유형재]

어미는 나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잘 익은 홍시를 찾고, 양육에 지쳐 깃털 윤기를 잃은 모습이지만 쉴 틈 없이 육아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감나무 옆 전깃줄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던 어미는 새끼의 재촉에 다시 홍시가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어느새 새끼도 어미 옆으로 날아와 입을 벌리고 있다.

검은이마직박구리의 이러한 '늦깎이 번식'은 봄철 1차 번식 실패에 따른 재번식이거나 기후변화로 인한 번식 스케줄의 변화로 추정된다.

기후 온난화 등으로 곤충과 열매 등 먹이 자원이 풍부하게 유지되면서 새들의 번식 가능 기간 자체가 늘어났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어미가 문 홍시를 달라고 재촉하는 솜털 보송한 새끼 [촬영 유형재]

하지만 10월 초에도 솜털이 아직 남아 있는 어린 새끼들은 가을철 큰 일교차와 쌀쌀한 밤 기온을 견뎌내야 하는 혹독한 생존의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제때 깃털을 갖추지 못하거나 체력을 축적하지 못할 경우 아열대 조류인 검은이마직박구리의 어린 새끼가 기온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릉선교장에서 포착된 검은이마직박구리의 가을철 늦깎이 양육 모습은 단순한 자연의 볼거리를 넘어 기후변화에 따른 조류의 번식 주기와 관련이 있는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생태 전문가들은 "보통 가을은 새들이 몸집을 키우고 이동을 준비하는 시기"라며 "가을철 양육 활동이 일회성인지 기후변화에 따른 것인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 크게 벌리고 먹이 재촉하는 새끼 [촬영 유형재]

yoo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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