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ㆍ시범 재건축 ‘9부 능선’… 여의도 대변신
재건축 현장을 가다
대교 이주… 시범 16일 시공사 선정
삼성물산 수주 땐 3800가구 세력권
삼익ㆍ은하 GS단독‘자이타운’ 시동
화랑ㆍ진주까지 남은 수주전 막바지

[대한경제=이종무 기자]가을도 한층 무르익어가는 10월의 어느 날 서울 여의도. 한강이 품은 금싸라기 섬을 둘러싼 재건축 수주 대국도 이제 끝내기 수순에 들어섰다. 대교아파트가 이주에 돌입했고, 최대어 시범아파트는 이번 주 시공사를 결정한다.
1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재 여의도에서 5개 단지가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공작ㆍ한양ㆍ대교아파트와 목화ㆍ광장아파트(38-1번지ㆍ1~2동) 등이다.
이 가운데 대교아파트가 여의도에서 ‘재건축 1호 입주’에 나섰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 조합은 이주센터를 차리고 내년 3월31일 이전까지 주민 이주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실제 대교아파트에서는 이미 이주를 마친 가구가 있는가 하면, 이주를 앞두고 오래된 가구나 생활용품을 분리수거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대교아파트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을 맡아 ‘래미안 와이츠’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다. 지하 6층~지상 최고 49층 4개동 912가구 규모로, 총 공사비가 약 7987억원이다.
대교아파트에서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조금 옮겨보니 시범아파트에 닿았다. 시범아파트에 들어서자 한 현수막이 내걸렸다. 오는 16일 시공사 선정총회를 알리는 내용이다. 그래서인지 단지는 비교적 차분했다. 재건축 9부 능선을 앞두고 설레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재건축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기대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앞서 시범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는 삼성물산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에 따라 총회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에 오른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으로 진행할지 묻는 찬반 투표로 시공사가 결정될 예정이다.
시범아파트는 약 10만9307㎡ 부지에 지하 6층~지상 최고 59층 21개동 아파트 2491가구를 짓는 대형 사업이다. 삼성물산은 이미 품에 안은 대교아파트, 목화아파트(420가구)와 함께 시범아파트까지 손에 넣으면, 여의도에서만 3800가구가 넘는 세력권을 형성하게 된다.

발걸음을 다시 원효대교 남단 쪽으로 향하니 화랑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화랑아파트는 대우건설과 수의계약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1차 입찰에 이어 지난달 30일 열린 2차 현장설명회(현설)에 단독으로 참석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상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2회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화랑 소규모재건축 조합은 대우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수의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화랑아파트는 지하 3층~지상 최고 49층 285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시범아파트, 63빌딩과 맞닿은 삼익ㆍ은하아파트에서는 시공사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1일 각각 열린 현설에 GS건설만 홀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 단지는 사업시행자(삼익아파트 한국토지신탁, 은하아파트 하나자산신탁)가 다르지만, 어깨를 맞대고 있어 한 시공사가 함께 맡는 방안이 거론된다.
삼익아파트는 최고 56층 630가구와 오피스텔 15실로, 은하아파트 지하 7층~지상 최고 49층 3개동 656가구로 다시 태어난다. GS건설이 두 곳을 모두 수주할 경우, 이른바 ‘자이타운’을 이룬다.
인근 진주아파트도 최근 시공사 찾기에 나섰다. 지난 8일 열린 1차 현설에 대우건설, DL이앤씨, IPARK현대산업개발, 제일건설 등 4개 건설사가 참석했다. 정비업계에 의하면 DL이앤씨가 이곳 수주 의지를 나타낸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이 이미 복수의 사업장을 손에 쥔 만큼, 목동, 성수에 이어 여의도까지 ‘진주를 꿰겠다’는 각오를 보인다는 후문이다.
이 사업은 지하 4층~지상 최고 57층 4개동 아파트 602가구와 부대복리ㆍ업무시설을 짓는 것이다. 입찰은 내달 30일 마감된다.
가로수들이 해질녘 노을처럼 하나둘씩 옷을 갈아입고, 차가운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즈음 여의도역에 다다랐다. 왼편으로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한 광장아파트 38-1(1∼2동)이 눈에 띄었다. 지하 7층~지상 최고 49층 3개동 아파트 405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건립할 계획으로, 총 공사비는 약 5463억원이다. 현대건설은 새 단지명으로 ‘윌로우 168’을 제안했다.
이웃한 광장아파트 3~11동을 비롯해, 여의도에서는 장미ㆍ삼부ㆍ수정ㆍ미성ㆍ서울ㆍ초원아파트 등이 아직 안전진단~조합설립인가 단계에 있다.
여의도 재건축 바둑판이 사실상 마무리에 접어둔 가운데, 먼저 판에 오른 단지들의 수읽기는 사실상 끝났고 승부는 물밑에서 갈리고 있다. 건설사들이 저마다 점찍어둔 자리에 홀로 놓은 돌이 묘수가 되어 대국이 그대로 종료되는 모습이다. 관전 포인트는 남은 단지들에서 수 싸움이 벌어질지, 아니면 조용한 끝내기를 반복할지다.
여의도에서 반려견과 산책 중이던 한 시민(70)은 “여의도에서만 40년 가까이 살았다”며 “재건축으로 ‘제2막’이 열릴 여의도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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