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으로 몸 관리, 톡으로 관계 관리… 한국인 건강 도우미 된 테크 기업

김도연 기자 2026. 10. 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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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강 지도] [10] 서울대·본지, 1만명 조사
지난 5월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린 ‘갤럭시 워치런’ 현장. 참가자들이 달리기 전 스마트워치를 설정하고 있다. 심박수와 운동 기록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4.82㎞ 코스를 달리는 행사였다. 약 1000명이 참가했다. /삼성전자

한국인이 자기 건강에 가장 기여한다고 느끼는 기업이 7년 사이 생활용품 기업에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비누·치약·화장품처럼 청결 관련 제품이 ‘건강’과 직결된다고 인식했다면, 이제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 일상에 스며든 기술이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만 19세 이상 남녀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 건강 기여도(지수) 조사에서 삼성전자가 10점 만점에 6.02점으로 종합 1위를 했다. 이어 카카오(5.91점), LG전자(5.85점), 아성다이소(5.83점), 이마트(5.80점), 네이버(5.72점) 순이었다. 7년 전인 2018년 조사 때는 결과가 달랐다. 당시 조사에선 LG생활건강이 종합 1위를 했고 아모레퍼시픽(2위)을 비롯한 생활·소비재 기업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조사에선 종합 3위였다. LG생활건강은 이번 조사에서는 28위, 아모레퍼시픽은 41위를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건강 습관이나 유전 등 개인적 요인은 45% 정도이고, 나머지 55%는 경제적 여건과 주거·생활 환경 등 사회적 요인이 차지한다.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고 어떤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느냐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기업이 국민 건강을 좌우하는 주요한 사회적 요인이란 것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본지는 이번 조사에서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 등 네 분야로 나눠 각 기업이 자신의 건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1만명에게 물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비누·치약 등 생활용품을 통한 위생 관리는 기본적인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IT 기술이 건강에 관여하는 영역은 크게 넓어졌다. 삼성전자 스마트워치로 수면·심전도·체성분 등을 수시로 확인하고,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가족·친구와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윤영호(서울대 의대 교수)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은 “건강 개념이 위생이나 질병 예방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사회적 관계까지 확장되면서 기술의 역할도 커진 것”이라고 했다.

◇‘워치’로 기내 응급환자 살려… 한국인 건강, IT 기술이 챙기는 시대

지난해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서울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한 승객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마침 이 비행기에 탄 서종모 서울대병원 교수가 곧바로 응급 처치에 나섰다. 산소 공급 상태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였다. 의식을 잃은 환자는 뇌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짧은 시간 안에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내에는 환자의 산소 공급 상태를 확인할 마땅한 의료 장비가 없었다.

그때 서 교수 눈에 승무원이 찬 스마트워치가 들어왔다. 서 교수는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환자에게 채운 뒤 스마트폰과 연결해 산소포화도와 동맥 파형을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환자에게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는지 살피며 응급 처치를 이어간 끝에 환자는 얼마 안 가 의식을 되찾았다. 서 교수는 “실시간으로 환자 상태를 분석할 수 있었기에 더 효과적으로 응급 처치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일상 속 건강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은 소비자의 ‘기업 건강 기여도’ 평가에서도 확인됐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과 조선일보가 국내 기업 119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건강 기여도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2018년 조사 때는 3위를 했다. 7년 사이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를 비롯해 일상에서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를 잇달아 내놨다. 운동량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수면과 심박수, 혈중 산소포화도, 체성분 등 다양한 건강 지표를 일상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018년 조사 때 7위를 한 LG전자도 이번 조사에서는 3위로 뛰어올랐다. LG전자는 공기청정기·정수기 등 건강과 직결된 생활 가전이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 이동찬 연구원은 “미세 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고, LG전자가 출시한 퓨리케어 정수기 등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건강에 기여하는 제품으로 인식됐다”고 분석했다.

◇사람 이어주는 카카오·네이버 약진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은 소비자가 직접 제품·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 가운데 2024년 매출액 상위 99곳과 식품 기업 20곳을 이번 조사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적 건강 등 네 영역에 걸쳐 기업이 국민 건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응답자들이 평가하게 했다. 정신적 건강은 스트레스나 우울감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상태, 사회적 건강은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 상태, 영적 건강은 삶의 의미와 목표를 갖고 살아가는 상태를 뜻한다.

사회적·영적 건강 분야에서는 IT·플랫폼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카카오는 사회적 건강 분야에서는 삼성전자(1위)에 이어 2위, 영적 건강에서는 1위를 했다. 카카오는 2018년 19위였던 종합 순위가 7년 만에 2위로 뛰어올랐다. 국민 대부분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 가족·친구와 관계를 이어주고 고립감을 덜어주는 ‘관계 인프라’로 자리 잡은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추모 프로필로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억하거나 ‘선물하기’ 등을 통해 경조사를 챙기는 등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메신저가 시민들에게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2018년 종합 10위로 평가된 네이버도 이번 조사에서는 6위로 올랐다.

◇통신 기업은 하락... 금융·건설은 하위권

과거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던 통신 기업은 이번 조사에서 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2018년 종합 5위를 한 SK텔레콤과 종합 31위를 한 LG유플러스는 이번 조사에서 모두 50위권 밖이었다. 사람을 ‘연결하는 기업’에 대한 인식이 통신망을 제공하는 기업에서 그 망 위에서 실제 관계를 이어주는 플랫폼 기업으로 옮겨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영호 건강문화사업단장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휴대전화 통화와 같은 간헐적인 소통보다 메신저를 통한 일상적인 소통의 중요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건강 기여 인식 조사에서 하위권에는 금융·건설 기업이 상당수 포함됐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3.56점), 태영건설(3.59점), 중흥토건(3.61점), 하나금융지주(3.92점), 삼성물산(3.89점), 대우건설(3.78점), GS건설(3.77점) 등이었다. 금융·건설 기업은 치솟는 주거비와 가계빚에 대한 부담이 기업 인식에 영향을 준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은 사람에게 휴식과 안정을 주는 보금자리지만 높은 집값과 대출 부담으로 삶을 압박하는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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