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배울때 음악 이론부터? 이젠 AI부터 켭니다

강혜진 기자 2026. 10. 1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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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음악학원들 AI로 수업
비전공자도 한곡 뚝딱
서울 강남구에 있는 SM엔터테인먼트 산하 SM유니버스는 AI로 작곡하는 법을 가르치는 강좌를 운영한다. 2일 수강생들이 AI 프롬프트를 활용해 작곡 기법을 익히는 모습. /최기웅 기자

“오늘은 어떤 노래를 만들어볼까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SM엔터테인먼트 산하 교육기관에서 열린 ‘AI 작곡 수업’. 작곡가 장효진씨가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묻자 수강생 사이에서 “꽃” “사랑” “트로트” 같은 단어가 하나둘 나왔다. 장씨가 수강생이 고른 키워드 5개를 인공지능(AI) 작곡 프로그램에 입력하자 3분 정도 지나 컴퓨터에서 반주와 노랫말, 보컬까지 갖춘 노래 한 곡이 흘러나왔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AI 창작물을 어디까지 ‘창작’으로 인정할지를 두고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과 별개로 엔터테인먼트 현장에서는 AI가 창작 도구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엔 작곡을 하려면 악기를 다루거나 화성학 같은 음악 이론을 익히는 게 기본이었다. 하지만 본지가 찾은 SM엔터테인먼트 산하 교육기관 수강생 10여 명 대부분은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었다. 대부분 취미로 음악을 배우러 온 사람들이었다.

전문 음악 교육에서도 AI 활용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예대는 올해 1학기 ‘사운드디자인기초’ 수업에서 학생들이 생성형 AI 음악 프로그램 수노(SUNO)를 활용해 음악을 만들게 했다. 지난해 한림대에서는 학생들이 제안한 ‘AI 시대 음악 이해와 창작’ 교과목이 ‘학생 참여 교양 교과목 개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학생들은 공모전 제안서에 “AI 도구를 활용해 노래를 작곡하며 AI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AI를 활용한 창작물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AI를 활용해 만든 음악·영상·도서 같은 콘텐츠 저작권 등록 건수는 1054건이었다. 지난해 전체 등록 건수(367건)의 3배다.

특히 AI 음악 증가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음원 플랫폼 디저(Deezer)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이 플랫폼에 새로 올라오는 음악 가운데 AI로 만든 음악은 하루 약 7만5000곡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한 달에 200만곡이 넘는 AI 음악이 새로 올라오는 셈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하루 약 1만곡 수준이었지만 1년여 만에 7배 이상으로 늘었다.

AI 창작물이 급증하면서 문화계에서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현행 저작권법상 저작권을 인정받으려면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AI를 활용해 만든 음악이나 영상에서 인간이 얼마나 창작에 기여했는지를 객관적으로 가려낼 기준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AI가 기존 음악이나 영상 등 방대한 창작물을 학습하는 과정에서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AI 창작물을 즐기는 사람은 늘고 있다. 음악 크리에이터 ‘조선힙합’이 AI를 활용해 만든 ‘마음의 숲’은 지난달 국내 음원 플랫폼 멜론 대표 차트인 ‘톱100’에 진입했다. AI 보컬이 부른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는 11일 기준 멜론 톱100 8위에 올랐다.

AI 콘텐츠 소비는 영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대본 작성부터 영상 생성, 가상 배우 구현과 목소리 더빙까지 AI를 활용한 숏폼 드라마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방송·인터넷 감독 기관인 국가광파전시총국에 따르면 올해 1~8월 중국에서 공개된 숏폼 드라마는 총 43만편. 이 가운데 90% 이상이 제작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작품으로 전해졌다.

문형남 한국AI교육협회 회장은 “AI 기술로 인해 콘텐츠 시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인간의 창작 기여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기존 원작자 저작권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등 제도적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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