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AI 해킹 공격’ 손 놓고 당했다 …2주 전 보안 세미나서 ‘피해 사례’ 공유
AI 공격 방법 유사…당시 “상시 측정·검증 필요” 은행들에 경고

금융권 해킹 사고로 대규모 고객 정보가 유출되기 2주 전 금융보안원이 이번 해킹 수법과 유사한 방식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공격 사례가 발견됐다는 사실을 금융권에 경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사전 대응이 부실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11일 금융보안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금보원은 지난달 17일 80개 금융사·유관기관 보안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금융 AI 보안 위협 대응 세미나’를 열고 국내 A금융사에서 AI 에이전트 공격이 발생한 최근 사례를 소개했다.
금보원은 A사를 겨냥한 이 공격이 “국내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AI 에이전틱 공격이 확인된 최초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존 해킹은 한 곳을 표적으로 정해 공격하거나 여러 곳을 스캔하는 방식 중 하나였지만 AI는 “표적형 수준의 공격을 여러 기관에 수행한다”고 분석했다.
금보원 발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딥시크 기반의 AI 에이전트에 ‘금융권 내 웹로직(홈페이지·앱을 구동하는 서버 프로그램) 자산을 스캔하라’고 지시했다. 다음날엔 보안 취약점을 악용해 원격에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인 ‘웹셸’(Web Shell)을 설치한 뒤 내부의 다른 서버를 탐색했다. A사는 추가 악성코드를 내려받기 직전 외부 공격을 탐지·차단해 피해 확산을 막았다.
금보원이 공유한 공격 사례는 이번에 금융권을 뒤흔든 대규모 해킹 사태의 ‘전초’로 분석된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점, 외부에 노출된 자산을 공격한 점, 딥시크 엔진을 기반으로 한 점이 이번 사고와 공통점이다. 최근 국내 금융권을 전방위로 노린 해킹은 중국산 AI 침투테스트 도구 ‘아르텍스’(ARTEX)에 딥시크 등 여러 AI 모델을 결합하고, 우회 접속 경로를 활용해 국내 금융사 7곳을 겨냥했다.
문제는 이 세미나에 최근 침해 사고가 발생한 금융사 7곳 중 BNK부산은행·예가람저축은행을 제외한 KB국민·하나·신한은행(신한은 금융지주에서 참석), 현대캐피탈, 웰컴저축은행 등이 참석했다는 점이다.
금보원은 세미나에서 외부에 노출된 자산을 중심으로 취약점이 무방비로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 해커가 공격할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보원은 “연 1~2회 진단으로는 잡히지 않는다. 상시 측정과 검증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금융권이 이 경고를 토대로 빠르게 사전 대응을 했더라면 이번 해킹 공격을 잘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보원은 지난 7월 초에도 AI 보안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전 금융권에 배포하며 “취약점 발견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금보원은 ‘취약점 대응’이 안정화될 때까지 매주 정기적 모의훈련을 시행하고 모의훈련 결과를 ‘취약점 관리’에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5대 시중은행장은 해킹 사고와 관련해 오는 19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한 의원은 “이번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은 이미 거듭해서 강조된 취약 지점을 금융사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 원인이 있다”며 “이번 사건 전후 금융사 대응이 적절했는지 파악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서대웅 기자 sdw61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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