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납 공장 '비타민 주사'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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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을 가공해 배터리 극판을 만드는 공장 안.
"(납 수치가) 40 후반까지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항상 그 전에 피 검사를 먼저 진행을 했으니까요. <그러고 이제 '비타민 주사'를 맞고요?> 예. 보통 한 (1년에) 3~4차례 맞았던 것 같습니다."
"특수검진을 1년에 한 번씩 실시를 하는데 그때 당시에 제가 납 수치가 좀 높게 나왔어요. 34가 나와서 회사에서 이제 '주사를 맞으러 가라' 이렇게 지시를 했거든요."
"납 수치가 너무 높으니까, 집에서 2주간 쉬어라 무급으로. 나오지 마라. 쉬면 내려간다. 쉬는 동안 킬레이션 주사를 맞고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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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 공장의 수상한 수치
납을 가공해 배터리 극판을 만드는 공장 안.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뿌연 분진이 그대로 퍼져 나갑니다.
기계 곳곳에는 연기가 그대로 내려앉아 노란 납 성분의 가루가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배터리 안에 황산을 채워 넣는 작업도 진행되는데, 바닥은 황산에 부식돼 있고, 황산·납 찌꺼기들이 덕지덕지 널려 있습니다.
납과 황산은 '특별관리물질'로 지정된 유해물질.
그런데 낡디낡은 배기 장치에,
[DN오토모티브 노동자] "집진기가 빨리나? <못 빠는 것 같아.>"
과연 청소나 제대로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DN오토모티브 노동자] "용해로에 납을 넣어서 녹여야지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 계속 납 집어넣고 연기가 계속 나는데 24시간 계속 마십니다."
이곳은 자동차 부품 기업 DN오토모티브 울산 공장.
창업주 2세인 김상헌 회장이 이끄는 DN그룹의 핵심 계열사입니다.
그런데 이 공장, 일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공장 환경이 열악하기로 악명이 높다고 합니다.
[천진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추노 3대 기업'이라고 해서 입사했다가 도망 많이 가는 그런 기업으로 이미지가 좀 있었습니다. 30~40대가 되면 이제 가정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이 회사, 영세 기업이 아닙니다.
지난해 매출 3조 6천여억 원에 영업이익이 5천억 원이 넘고, 올해 미국 타임지 선정 전 세계 고성장 기업 93위에 오를 만큼 잘 나가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일하는 환경은 회사의 실적과는 딴판입니다.
[이정화/사람과환경연구소 대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납 분진이 보인다고 하면 이건 노출 기준을 초과하는 상태일 것으로… 산업보건 한 지 30년이 됐는데 이렇게 쌓여 있는 현장은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이우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집에 갈 때쯤 되면 머리 이렇게 만지면 머리가 좀 왁스 바른 것처럼 뻣뻣하거든요. 납 분진 가루가 머리에 계속 떨어져서. 마스크도 좀 많이 분진 가루가 많이 묻어서 좀 누렇게 변해 있고…"
이 공장에서 일해온 노동자들의 혈액에선 높은 농도의 납이 확인됐습니다.
노동조합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노동자 114명의 '특수건강진단표'를 분석한 결과, 평균 혈중 납 농도는 1데시리터당 15.6마이크로그램으로, 일반 성인 평균 1.44의 10배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혈중 납 농도가 높아지면 혈액을 타고 몸 전체로 퍼지면서 신장과 신경계, 심혈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천진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신장이 안 좋아서 한 달에 한 번씩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되는 분들도 계시고… 안면이 이제 반이 마비된 사람들도 1~2명 있었고요."
노동자들은 입사 이후 건강이 나빠졌다고 호소합니다.
[DN오토모티브 노동자 A] "3~4년 차쯤 됐을 때 혈압이 갑자기 180까지 올랐습니다. 그래서 눈이 갑자기 2개로 보이기 시작했었고요. 회사 입사 전에는 그런 증상도 하나도 없었고요. 수면 장애도…"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지난 5년 간의 노동자들의 평균 혈중 납 농도가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은 건 사실이지만, 공교롭게도 '직업병 기준'인 '40마이크로그램'은 단 한 명도 넘지 않은 겁니다.
스트레이트가 추가로 입수한 회사 내부 혈중 납 검사 자료.
여기서도 또 다른 특징이 발견됐습니다.
검사 결과가 대부분 30마이크로그램 아래에 몰려 있습니다.
'30마이크로그램'은 정부가 '요관찰자'로 관리하는 기준입니다.
40과 30마이크로그램.
왜 이 공장 노동자의 납 수치는 이런 기준선 아래에 집중돼 있었을까요?
◀ 신수아 기자 ▶
보셨다시피 노동자들이 유해물질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된 채 일하는데, 직업병 판정이 단 한 건도 없었다는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이 수수께끼 뒤엔 정기 건강검진 때만 되면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맞게 한 이른바 '비타민 주사'의 비밀이 있었습니다.
■ '비타민 주사'의 정체
해마다 건겅검진 시기가 다가오면 회사는 링거를 맞으러 가라고 했습니다.
몸에 좋은 '비타민 주사'라고 했습니다.
[천진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제가 회사 입사하고 이제 1년쯤 됐나? 이때 '비타민 주사를 맞아야 된다'고 이야기해서 저는 이제 회사 복지 차원에서 '아, 힘든 공정에서 일을 하니까 뭐 피로감 같은 것 때문에 비타민 주사를 놔주는구나…'"
체내에 쌓인 납도 줄여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이우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회사는 어떤 식으로 얘기를 했었나요?> 처음에 저한테 얘기했을 때는 '비타민 주사'다. 이거 뭐 시중에 나가면 한 15만 원, 20만 원 돈 한다. 이거 맞고 나면 개운하다…"
이 회사의 전신 동아전지 시절인 10여년 전 부터 내려온 관행이라는 게 노동자들 증언입니다.
[DN오토모티브 노동자 B] "회사에서 일단 맞으러 다 몇 명 봉고차로, 단체로… 스타렉스에 봉고차, 그걸로 이제 사람 싣고 가고 빨리 마치고 일을 시켜야 되니까 빨리 이제 투입하는… 한 세 시간짜리라는데 한 45분 만에 맞아야 되니까 그러면 이 팔이 아려서 막 떨어질 정도로 아파요."
"DN에서 왔다"고만 말하면 의사는 나타나지도 않고, 간호사가 수액을 놔줬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현순천/DN오토모티브 노동자] "문을 딱 열고 들어가니까 'DN에서 오셨어요?'라고 했어요. 누워 있으니까 아무 소리도 안 하고 그냥 바로 링거 놔주고…"
[이우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항문외과라고 엄청 허름한 병원이었는데 의사는 못 봤어요. 그냥 조그마한 주사실에서 간호사가 들어와서 두 번째 때도 의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천진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의사로부터 설명을 들으신 적 있나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냥 '복지'라고 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회사는 이 '비타민 주사'에 집착했습니다.
회사에서 수시로 혈액 검사를 하고, 납 수치가 높게 나오면 몇 번이고 링거를 맞게 해 수치를 떨어뜨렸습니다.
[DN오토모티브 노동자 C] "(납 수치가) 40 후반까지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항상 그 전에 피 검사를 먼저 진행을 했으니까요. <그러고 이제 '비타민 주사'를 맞고요?> 예. 보통 한 (1년에) 3~4차례 맞았던 것 같습니다."
두 달 사이 6차례나 비타민 주사를 맞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DN오토모티브 노동자 D] "이날 가서 주사 맞아라, 쉬는 날 가서 주사 맞아라… 그냥 '비타민 주사'다."
수상하다고 느낀 노조가 지난해 말 확인한 결과, 그동안 노동자들이 맞은 건 '비타민'이 아닌, '킬레이션' 주사였습니다.
킬레이션은 납과 같은 중금속을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치료법입니다.
신장 손상 같은 부작용 위험이 있고 체내에 필요한 다른 금속 성분까지 배출시키기 때문에, 의사가 판단해 제한적으로 처방해야 하는 약물입니다.
[노상철/단국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인체에서 납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거기에는 소듐(나트륨), 포타슘(칼륨)과 같은 우리 인체 내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미네랄도 같이 나오고 있거든요. 신경과 신장과 심혈관계가 가장 이제 피해를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정부의 의학 자문서에도 "약물 투여로 인한 이득보다 부작용, 신장 독성 등의 위험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고 명시돼있습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혈중 납 농도가 45마이크로그램 미만인 경우 킬레이션을 일반적으로 권고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단순히 납 수치를 낮추기 위해 예방적으로 킬레이션을 투약하는 걸 아예 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노동자들 중 몸이 아픈 아들에게 신장 이식 수술을 해줘 신장이 한쪽 뿐인 김형진(가명)씨 역시,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28번이나 주사를 맞았다고 기억합니다.
[김형진(가명)/DN오토모티브 노동자] "<한 번도 의사를 못 보신 거예요?> 예. <신장 이식 상태라고 말하신 적이 아예 없고요?> 예, 아예 없습니다. (병원에서) 물어보지도 않고."
[노상철/단국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이런 킬레이션을 10년 동안 했다는 얘기예요. 부작용에 대해서 사전 동의 없이 맞았다는 겁니다. 이게 더 기가 막힌 노릇이죠."
회사는 왜 이 주사를 맞게 했을까.
유해물질인 납을 사용하는 사업장에선 매년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해 그 결과를 정부에 제출해야 합니다.
검진 직전 킬레이션 주사를 맞혀 인위적으로 납 수치를 낮추려 했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입니다.
[강봉국/DN오토모티브 노동자] "특수검진을 1년에 한 번씩 실시를 하는데 그때 당시에 제가 납 수치가 좀 높게 나왔어요. 34가 나와서 회사에서 이제 '주사를 맞으러 가라' 이렇게 지시를 했거든요."
<스트레이트>가 확보한 회사 내부 공지문.
보건관리자 명의로 추가 킬레이션 주사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대상자를 안내합니다.
또 다른 공지문을 보면 달력에 아예 노동자 이름과 몇 번째 주사를 맞는 건지 숫자를 적어 놨습니다.
[DN오토모티브 노동자 C] "한 40 정도 나오면 어차피 30 이하가 나와야 되니 한 2회까지는 (주사를) 투여하고, 그 다음에 피 검사를 진행하고, 그 다음에 수치가 안 떨어진 인원에 대해서는 추가 투여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공지문엔 더 눈에 띄는 내용이 등장합니다.
"납 수치가 높아 집중 관리대상인 조원들은, '필요에 따라' 검진 날짜를 늦게 실시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천진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킬레이션 주사를 맞고 혈중 납 검사를 했을 때 기존 수치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이제 (건강검진) 순서가 바뀝니다."
[노상철/단국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회사가 주도면밀하게 관리를 했다. 그야말로 아주 그 혈중 납 농도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아주 꼼꼼하고 세밀하고, 아주 완벽하게 이 혈중 납 농도를 관리했다..."
그렇다면 실제 주사를 놓은 병원은 이 상황에 얼마나 개입한 걸까.
기존 항문외과가 폐업한 뒤, 지난해부터 DN오토모티브 노동자들에게 킬레이션 주사를 투약해온 이비인후과를 찾아갔습니다.
병원장은 회사의 의뢰를 받고 DN오토모티브 노동자들에게 킬레이션 치료를 해줬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비인후과 원장] "<회사에서 그러니까 요청한 거네요.> 처음에는 그렇게 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이렇게 의뢰가 또 그쪽 통해서 온 거지. <'킬레이션 주사 처방을 내려 달라'고 회사에서 요청을 했다는 말씀이신 거죠?> 그렇죠. 그러니까 킬레이션으로 납 수치를 떨어뜨리기 목적으로 주사를 하는 거죠."
이 공장에서 킬레이션 주사를 맞은 노동자 수는 지난 5년 간만 217명, 시작은 10여 년전부터라 피해자는 훨씬 더 많을 걸로 추정됩니다.
[강봉국/DN오토모티브 노동자] "회사에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이렇게 했는데 돌아온 건 거의 뭐 '마루타' 역할밖에 안 됐구나… 정말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구나…"
DN오토모티브 측은 노동자들의 주장을 부인합니다.
'비타민 주사'라고 설명한 적도 없고, 킬레이션 치료는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했단 입장입니다.
[송진욱/DN오토모티브 안전보건실장 ] "'비타민 주사'라고 회사에서 얘기한 적 없습니다. 혈액 검사 결과 수치가 높은 인원에 대해서는 '킬레이션 주사' 이런 게 있는데, 의사 처방하에 하고 있는 걸 권유를 합니다. <킬레이션 주사를 누가 권유를 한다는 거예요?> 그건 자율 선택입니다. 그러니까 이게 강제 사항이 전혀 아니고요."
하지만 노동자들의 말은 다릅니다.
[현순천/DN오토모티브 노동자] "주임이라든지 부장이라든지 불러요. (납 수치가) 얼만데 왜 관리를 못했냐, (너는) 주의다, 주의!"
[김형진 (가명)/DN오토모티브 노동자] "납 수치가 너무 높으니까, 집에서 2주간 쉬어라 무급으로. 나오지 마라. 쉬면 내려간다. 쉬는 동안 킬레이션 주사를 맞고 와라."
회사는 병원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습니다.
[송진욱/DN오토모티브 안전보건실장] "<병원과 회사와 좀 어떤 관계가 있으신지> 전혀 관계없습니다. 저는. <전혀 관계없는데 왜 그 병원에서만 맞는 거예요?>… <킬레이션 주사 그럼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 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 <킬레이션 주사할 때…> 아니… <킬레이션 주사 경위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신 거 뭐예요 실장님?>……."
DN오토모티브는 서면 답변을 통해 "해당 약제는 합법적인 의약품"이라며 "일부 노동자들이 호소하는 건강 이상과 납 노출 사이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킬레이션 주사를 도입한 경위에 대해선 "과거 자료가 소실돼 확인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 신수아 기자 ▶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전혀 몰랐을까요?
폭로가 나온 이후 정부가 현장에 나가 작업 환경을 다시 조사했더니, 그간 보고된 수치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늦게라도 고용노동부가 문제를 알게 된 건데요.
그렇다면 뭔가 달라졌을까요?
■ '조직적 주사'에 4,600만 원이 끝?
지난 4월 안전보건공단이 직접 DN오토모티브 울산 공장 안의 납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공장 곳곳에서 공기 중 납 농도가 법정 기준을 초과했습니다.
일부 지점에서는 기준치의 5배가 넘었습니다.
그간 6개월, 공장은 달라졌을까.
집진기 몇 개가 추가되고 기계 주변에 가림막이 설치됐지만, 노동자들은 납 분진이 여전하다고 말합니다.
[강봉국/DN오토모티브 노동자] "집진기가 설치됐다고 하는데 그 성능도 제대로 발휘를 하지 못했고 지금까지.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김형진(가명)씨 역시 요즘도 매일 지친 몸으로 퇴근하자마자, 손빨래를 하러 화장실부터 갑니다.
신장이 좋지 않은 아들 걱정에 작업복에 잔뜩 묻은 납가루를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서입니다.
[김형진 (가명)/DN오토모티브 노동자] "<회사 세탁은 안 쓰세요?> 회사 세탁기는 더 오릅니다. 솔직히 납 수치가. 납 수치가 더 오른다고요. <왜요?> 다 같이 쓰니까… (납 수치가) 높은 사람도 있고 낮은 사람도 있으니까…"
노동자들의 건강은 정말 괜찮은 걸까.
킬레이션 주사가 중단된 뒤, 혈액 검사 결과를 확인해 봤습니다.
지난 여름, 단국대병원 노상철 교수가 사비를 들여 노동자 21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인데, 4명의 혈중 납 농도가 30마이크로그램을 넘었습니다.
킬레이션 주사를 멈추자, 납수치 '기준선'을 넘는 노동자들이 이제야 드러난 겁니다.
이 공장에선 납 수치를 떠나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설문조사에선 상당수가 복통, 관절통, 수면장애, 손발 저림 같은 납 중독 의심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천진성/DN오토모티브 노동자] "밥 먹거나 할 때 한 번씩 이제 손에 마비 증상이 잠깐잠깐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제 뭐 숟가락이나 젓가락 같은 거 들다가도 떨어뜨리는 경우가…"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납 노출 때문인지, 킬레이션 주사 부작용은 없는지, 정밀건강검진을 포함한 역학조사는 감감무소식입니다.
[김태선/더불어민주당 의원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몇 명이 주사를 맞았는지 그리고 몇 차례 맞았는지도 이에 대한 결과가 전혀 없다는 거예요. 저는 이거 고용노동부가 안일하게 대처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 회사는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노동부 조사 이후 회사에 부과된 과태료는 4천6백만 원.
[김형진 (가명)/DN오토모티브 노동자] "(과태료 액수가) 억수로 작습니다. 1년에 거의 한 5천억씩 버는 회사인데 4천5백만 원, 아예 눈도 깜짝 안 합니다."
회사가 노동자들의 납 수치를 낮추려 킬레이션 주사를 맞게 한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도 아직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노동부는 관련법상 마땅한 처벌 규정을 찾지 못했다는 건데, 경찰은 일단 회사와 병원에 각각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수사를 진행 중입니다.
<스트레이트>는 취재 도중 광주의 다른 납축전지 공장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공장들의 작업 환경은 그대로인데, 노동자들의 혈중 납 수치가 갑자기 크게 떨어진 사실을 발견하고, 최근 현장 감독을 했습니다.
해당 사업장들은 킬레이션 투약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공장 중 한 곳의 관리자가 DN오토모티브의 임원 출신이란 점에서, 킬레이션 투약 방식을 전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옵니다.
[이철갑/광주·전라 직업병안심센터장] "패턴이 똑같잖아요. 측정하기 전에 혹시 그런 거(킬레이션) 하지 않았을까… 서로 (업체 안에서) 정보 공유하지 않겠느냐…"
노동자들이 마시는 납 분진을 줄이는 대신, 노동자들의 몸이 상하건 말건 혈액 속 납 수치를 낮추는 데만 혈안이 됐던 기업.
이 기업의 노동자들은 마땅한 처벌은 언제나 이뤄질지, 그리고 정부는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신수아 기자(newsu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857112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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