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금속 농도 4500배·식초급 산성…‘주황색 경고등’ 켜진 북극 강물

이정호 기자 2026. 10. 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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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녹은 물, 지하에서 오염 물질 흡수
수생 생태계 파괴·인간 건강 영향 우려
북극 주변 강이 주황색으로 물든 채 흐르고 있다. 최근 강물 변색의 근본 원인이 지구온난화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연구진 제공

지구 평균보다 온난화 속도가 4배 빠른 북극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 얼음 녹은 물이 독성 금속과 각종 오염물질을 빨아들인 뒤 지면을 흐르는 강물에 녹아들고 있다. 이 때문에 북극의 강이 주황색으로 물드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어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과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캠퍼스 소속 과학자들이 주도한 공동 연구진은 북극 주변 강이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 미국 지구물리학회(AGU)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AGU 어드밴시스’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알래스카 북부의 브룩스산맥 주변 6개 강에서 물을 퍼내 화학적 분석을 했다.

연구진이 조사에 나선 이유는 강에서 벌어진 이상 현상 때문이었다. 2018년부터 강과 호수가 주황색으로 물드는 일이 꾸준히 이어졌다. 연구진은 “오렌지 주스에 우유를 탄 듯한 색깔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정밀 탐사 끝에 내놓은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오염 발원지로 지목된 곳에서는 오염되지 않은 상류 강물과 비교해 무려 4500배 높은 금속 농도가 검출됐다. 철과 알루미늄, 망간, 아연, 니켈, 카드뮴, 희토류 등 23개 금속이 강물에 다량 녹아 있었다. 상당수가 독성을 띤 금속이다.

오염 발원지에서 100㎞ 떨어진 하류에서도 금속 농도는 상류보다 70배 높았다. 강물에 희석이 됐는데도 오염이 이어졌다. 오염의 근원이 되는 여러 금속이 복합 작용을 일으키면서 주황색 강물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오염된 강물은 산성을 띠었다. 오염 발원지에서는 수소이온농도(pH) 3.2가 측정됐다. 식초와 비슷하다. 중성을 띠는 물이 pH7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산성이다. 이유는 지하에서 나온 ‘황’ 때문이었다. 물과 만난 황은 황산과 비슷한 물질이 됐다. 산성수는 수생 식물을 폐사시키고 연어와 송어 등 주요 어종을 밀어낸다. 이런 강에서 기존 생태계는 계속 작동하기 어렵다.

연구진은 지구온난화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연구진은 “영구동토층이 녹았다”며 “이 때문에 지하에 존재하던 물질이 지표면으로 나와 강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극 지하에 꽁꽁 얼어 있던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됐고, 이 물이 토양과 암반 사이를 휘젓고 돌아다니며 독성 금속 등을 흡수해 땅 위로 나왔다는 얘기다.

지구 평균보다 속도가 4배나 빠른 북극 온난화가 빙하 감소를 유발하는 일을 넘어 지하에 잠든 물질을 지면으로 끌어올리는 역할까지 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는 지하에서 유래된 오염수가 급격히 북극 강물로 배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는 생태계와 인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계기로 더 적극적인 보건 관리를 요구하는 북극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기존에는 예상치 못했던 온난화의 영향을 밝히기 위한 과학계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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