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알밤티 입고 떡집 줄 서고, 서점·문학관 찾고…2030 찾는 공주 제민천

지명훈 선임기자,김유진 수습기자,최승아 수습기자 2026. 10. 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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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관 쓴 알밤이 그려진 티셔츠(밤티)를 맞춰 입은 20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10년째 공주를 주기적으로 찾는다는 '제민천 찐팬' 김동하 씨(24)는 "도시의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자꾸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공주가 소도시 여행지로 많이 소개돼 관심이 생겼다"며 "제민천 같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여유롭게 걷고 힐링하기 좋다"고 전했다.

제민천에서 만난 이모 씨(32)는 "나태주 문학관에 가려고 일부러 공주를 여행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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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충남 공주시 산성시장 내 의류매장에서 한 시민이 왕관 쓴 알밤이 그려진 티셔츠 '밤티'를 둘러보고 있다. 최승아 수습기자

왕관 쓴 알밤이 그려진 티셔츠(밤티)를 맞춰 입은 20대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손에는 독립서점이나 소품 숍의 쇼핑백이 들려 있다. 산성시장과 공산성 아래 떡집과 밤빵 가게는 대기 줄이 굽이친다. 인구감소지역이라고는 상상이 되지 않는 충남 공주시 구도심의 11일 오전 풍경이다.

제민천은 구도심을 관통해 금강으로 흘러드는 생태하천이다. 지금은 반죽동, 중동, 봉황동 일대 여행객 핫플레이스를 이르는 대명사가 됐다. 천변과 골목골목의 카페와 독립서점, 갤러리, 선물 가게, 음식점들이 저마다 색깔을 뽐내며 발길을 붙잡는다.

이 오래된 도시를 채우는 것은 뜻밖에도 20~30대의 젊은 열기다. 스테이와 투어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는 퍼즐랩에 따르면 자사 시설 이용객의 60~70% 수준이 20~30대를 차지했다.

10년째 공주를 주기적으로 찾는다는 '제민천 찐팬' 김동하 씨(24)는 "도시의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자꾸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이미 단골집을 한 바퀴 돌았는지 그의 손에는 갖가지 먹거리와 기념품, 책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강민지 씨(24)는 친구와 함께 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 공주가 소도시 여행지로 많이 소개돼 관심이 생겼다"며 "제민천 같은 산책로가 잘 조성돼 여유롭게 걷고 힐링하기 좋다"고 전했다. 한옥이 많아 예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관광객도 여럿 보인다.

산성시장 떡집에는 '떡집 순례객'이 몰려, 떡집 포장 봉투를 시내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떡이 기계에서 바로 나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면 여기저기서 셔터가 터진다.

최근에는 시장 안 의류 매장에서 알밤 캐릭터 티셔츠 '밤티'가 불티나게 팔린다. 서울에서 온 김진아 씨(23)는 "꼭 사고 싶었던 밤티를 사서 너무 좋다"며 티셔츠를 들어 보였다. 시내 곳곳에서 밤티 커플룩이 눈에 띈다.

최근 충남 공주시 제민천 중심가에서 차량들이 불법 주차로 인해 아동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임지오 수습기자

공주 구도심에는 공산성, 대통사지, 충청감영터, 옛 공주읍사무소, 공주제일교회, 중동성당, 대표적 천주교 순교 성지인 황새바위 등 백제부터 조선, 근대에 이르는 역사문화유산이 즐비하다. 그 사이사이에 카페와 서점, 갤러리, 소품 숍 등이 들어서면서 신구(新舊)가 교차하는 풍경이 만들어졌다. 백제문화제를 비롯해 계절마다, 주말마다 크고 작은 축제가 이어져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찾아온다.

학창 시절의 기억을 찾아오는 방문객도 적지 않다. 오래된 분식집과 하숙마을이 이들을 아련한 추억으로 안내한다.

쇠락하던 공간은 새 옷을 입었다. 1967년 문을 연 호서극장은 최근 미디어아트와 옛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해 나태주풀꽃문학관 신관이 들어선 뒤로는 제민천에서 문학관에 이르는 나태주골목길이 시심(詩心) 가득한 관광객으로 붐빈다. 제민천에서 만난 이모 씨(32)는 "나태주 문학관에 가려고 일부러 공주를 여행지로 정했다"고 말했다.

구도심의 매력에 반해 아예 눌러앉는 외지인도 늘고 있다. 나태주풀꽃문학관 김보늬 작가는 공주 정착 1년 차다. 구도심의 정겨움과 따뜻함에 끌렸다는 그는 "이곳에 올 방법을 여러모로 고민하다 문학관 상주작가에 지원해 정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중동 스테이'를 운영하는 태용훈 대표는 정착 7년 차다. 아내의 이직을 계기로 충주에서 공주로 옮겨 왔다. 그는 "아내 직장 때문에 온 공주였지만, 구도심만의 유럽풍 분위기에 빠져 정착하게 됐다"고 했다.

세종교통공사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공주~세종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운행을 시작한다. 세종은 물론 세종을 거쳐 오는 관광객의 공주 접근이 한결 쉬워질 전망이다. 특히 BRT 종점이 당초 신도심인 신관동 공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구도심 쪽 산성동으로 연장돼 구도심 방문도 편리해진다.

제민천 일대 주차난은 풀어야 할 과제다. 공주사대부고에서 대통교에 이르는 감영길, 제민천변 상가 등에서는 주차 전쟁이 빚어지고 있다.

천안에서 어린 자녀와 왔다는 이모 씨(36)는 "길이 너무 좁다 보니 식당 입장을 기다릴 때 아이가 지나가는 차와 부딪힐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주 구도심은 대부분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어서 대규모 주차 시설을 짓기 쉽지 않다.

황순현 제민천상인협회장은 "주차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구도심으로 유입되는 차량을 통제하거나 제한하기보다 차량 없이도 방문할 수 있는 관광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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