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사용 세계 2위 한국…멀어진 AI 주권[김창영의 실리콘밸리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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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유럽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사 딥엘의 야렉 쿠틸로브스키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뷰에서 유럽을 걱정했다.
유럽에도 딥엘·미스트랄AI와 같은 대표 주자들이 있지만 이미 전 세계가 미국 모델에 익숙해져 있다.
그는 유럽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AI 중심지에서 미국산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델을 개발해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AI 주권마저 미국에 내주지 않으려면 오픈AI·앤트로픽·구글 AI를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 모델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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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엘 창업자 “한국, 왜 내수에 안주하나”
‘AI의 무기화’ 보여준 미국의 미토스 차단
중국은 아프리카 장악하며 AI 종속 시도
한국도 글로벌 수준 AI 모델 만들어야

올해 4월 유럽 대규모언어모델(LLM) 개발사 딥엘의 야렉 쿠틸로브스키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뷰에서 유럽을 걱정했다. 유럽은 미중 인공지능(AI) 패권 싸움에 밀리면서 안방을 내준 지 오래다. 폴란드 태생으로 독일에서 딥엘을 창업한 그는 유럽이 규제를 풀고 투자를 늘려야 AI 주권(소버린 AI)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딥엘은 유럽에 기반을 뒀지만 시선은 미국을 향해 있다. 쿠틸로브스키 CEO는 AI 기업이라면 국제 무대에 도전해야 한다면서 대뜸 한국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A기업을 가리키면서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기업들은 세계시장에 도전하지 않고 자국 소비자를 위해 제품을 만들고 내수시장에서만 경쟁하려 한다”며 “한국의 A사는 왜 유럽과 세계에 도전하지 않는가. 더 많은 회사가 특정 지역에만 머물지 말고 글로벌 챔피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때는 쿠틸로브스키 CEO의 말이 와닿지 않았다. 미중이 전 세계 AI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오픈AI·앤트로픽·구글에 맞서는 그가 조금은 무모해 보였다. 유럽에도 딥엘·미스트랄AI와 같은 대표 주자들이 있지만 이미 전 세계가 미국 모델에 익숙해져 있다. 소비자들이 성능이 뛰어난 미국 모델, 가성비가 좋은 중국 모델을 쓰는 것은 당연했다.
두 달 뒤 미토스 통제 사태가 벌어졌다. AI 모델 판매를 막은 초유의 소프트웨어 수출규제였다. 중국이 미국 최첨단 AI 모델을 사이버 공격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해외 접근을 막았다. 비록 18일 만에 통제가 해제됐지만 미토스로 중요 국가 시스템을 방어하려던 각국 정부는 글로벌 AI 모델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인지 깨달았다. 각국은 미토스를 대체할 대안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쿠틸로브스키 CEO는 이런 사태를 예상한 것 같다. 그는 유럽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AI 중심지에서 미국산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델을 개발해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유럽은 이미 온라인 검색과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모두 구글과 애플에 뺏겼던 경험이 있다. AI 주권마저 미국에 내주지 않으려면 오픈AI·앤트로픽·구글 AI를 대체할 수 있는 글로벌 모델이 필요했다.
10여 년 전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외교로 효과를 본 중국은 AI에서도 같은 정책을 쓰고 있다. 자급자족 능력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선점해 자국 상품에 종속시키는 전략이다. 케냐·우간다·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나라들은 가성비가 좋은 알리바바·딥시크 AI를 거리낌없이 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는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AI 모델 채택률이 지난해 5%에서 2027년 50%로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전 세계 기업 절반이 중국산을 쓴다는 이야기다.
한국은 어떤가. ‘빨리빨리’의 한국 시장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국 AI에 잠식당한 지 오래다. 놀랍게도 지난해 한국은 오픈AI 챗GPT 유료 사용자 기준으로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었다. 오픈AI에 이어 앤트로픽까지 인구 5000만 명에 불과한 한국에 법인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 AI 기업 미니맥스는 한국, 미국, 유럽연합(EU)에서의 AI 모델 사용을 제한하며 AI를 무기화하고 있다.
AI 피라미드 최정점에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아무리 스마트폰과 메모리를 많이 생산해도 생태계는 소프트웨어가 지배한다. 최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개발 중단 논란이 일자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독파모는 계속된다. 프런티어(최상위) AI에도 도전해야 한다”고 썼다. 토종 PC·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은 애플·구글 아성에 가로막혔지만 AI는 달라야 한다. 프런티어 AI는 AI 주권의 핵심이다.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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