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많은 회사 다니는 여성, 실수하면 더 괴로운 이유 [사이언스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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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실수는 누구나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심리·행동과학과 연구팀은 남성이 대부분인 팀이나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일수록 실수를 털어놓기 어려워하고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여기는 경향도 약하다고 11일 밝혔다.
남성이 4분의 3 이상인 팀에서 여성이 '실수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고 답한 점수는 평균 5.46점으로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남성(5.94점)보다 0.48점 낮았다.
남성이 많은 환경에서는 특히 여성이 실수를 더 무겁게 느낀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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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실수는 누구나 한다. 그런데 같은 실수를 해도 그 무게를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그리고 일하는 환경마다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심리·행동과학과 연구팀은 남성이 대부분인 팀이나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일수록 실수를 털어놓기 어려워하고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여기는 경향도 약하다고 11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심리학 분야 국제 학술지 ‘최신 조직 심리학’ 10월 8일 자에 실렸다.
금융업은 오랫동안 남성이 많은 분야로 꼽혀 왔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압박감도 크다. 유럽 주요 금융사 임원 가운데 여성은 아직 20%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런 환경에서 남성과 여성이 자기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아보려 했다.

연구팀은 영국 금융권 여성 단체 ‘은행·금융 여성’(WIBF)과 함께 금융업 종사자에게 온라인 설문을 보냈다. 응답자 1692명 중 금융업 미종사자를 빼고 1485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참여자들에게 ‘동료가 일을 다시 해야 하거나 작은 마감을 놓치는 정도의 실수’를 했다고 상상한 뒤 세 가지 질문에 1~7점으로 답하게 했다. 실수를 편하게 말할 수 있는지,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지, 회사가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여기는지 물었다. 또 함께 일하는 사람 가운데 남성 비율도 조사했다. 연구팀은 직급과 업종, 근무 시간의 영향을 걸러낸 뒤 성별과 남성 비율에 따라 점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여성은 남성보다 실수를 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차이는 남성 비율이 높은 직장일수록 컸다. 남성 비율이 높아질수록 여성의 점수가 점점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했다. 남성이 4분의 3 이상인 팀에서 여성이 ‘실수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고 답한 점수는 평균 5.46점으로 같은 환경에서 일하는 남성(5.94점)보다 0.48점 낮았다.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여긴다’는 점수도 여성은 4.20점으로 남성(4.54점)보다 낮았고 이런 팀에서는 ‘실수는 배움의 기회’라는 데 동의한 여성의 비율은 남성보다 약 8%포인트 낮았다.
반대로 남성 비율이 낮은 직장에서는 여성의 점수가 남성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더 높았다. 남성들의 생각은 직장의 남녀 구성이 달라져도 거의 바뀌지 않았다. 남성이 많은 환경에서는 특히 여성이 실수를 더 무겁게 느낀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압박이 심한 팀에서는 두려움이나 완벽주의, ‘실수는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실수 때문에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다. 비슷한 직급과 업무 분야끼리 비교했더니 이 질문에서는 남녀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응답자들이 ‘불이익’을 인사 기록에 남거나 승진에서 밀리는 것 같은 공식적인 처벌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수 있다고 봤다. 대신 여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수 한 번으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찍히거나, 그 실수가 꼬리표처럼 두고두고 따라다닐 수 있다는 걱정이다. 공식적 처분은 같아도 여성은 심리적으로 ‘더 얇은 얼음’ 위에 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안전감은 팀 안에서 질문을 하거나 실수를 인정해도 창피를 당하거나 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여성이 아주 적은 팀에서는 여성이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크게 보이기 쉽다. 그래서 남성이 대부분인 팀의 여성들이 이 심리적 안전감을 덜 느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실수에서 배우는 과정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의 출발점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여성 개인만의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한 해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연구팀은 남성이 많은 팀을 이끄는 남성 리더가 자신의 실수를 먼저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으며 여성들이 소속 팀 안팎에서 실수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 모임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연구를 이끈 그레이스 로던 교수는 “실수할 자유가 고르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전문성과 자신감, 승진에서 격차가 생길 수 있다”며 “이는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배울 기회의 차이 때문인 만큼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문화는 여성뿐 아니라 모두에게 이롭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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