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기관들 상장사에 적극 의견내도록 공시의무 완화 추진…재계 우려

강우석 기자 2026. 10. 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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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이 상장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 의원은 발의한 법률안를 통해 "기관들의 공동 의결권 행사나 주주관여 활동을 꺼리는 풍토가 조성돼 있으며 이로 인해 코스피 상장사의 60%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밑돌 정도로 상장 기업 대다수에서 '주가 누르기'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면서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관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부담이 매우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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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교환-의결권 위임은 ‘5%’ 공시의무 배제
법 개정되면 기관들 공동 의결권 행사 수월해져
재계 “경영 부담 가중…경영권 분쟁 악용 우려”

더불어민주당이 대규모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들이 상장사에 더욱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게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관들이 주주로서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해 더 많은 목소리를 내도록 이끌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지분율이 낮은 운용사들이 연대해 주주 제안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기업의 경영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경영권 분쟁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운용사, 공동 의결권 행사 수월해질 듯

1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이달 6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기관들이 상장사에 더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지분 취득과 관련된 공시 의무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에서는 기관들의 상장사 지분율이 5%를 초과하면 주식 보유 현황과 목적을 금융 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여러 기관들이 의결권(주주총회 투표권)을 함께 행사하기로 합의만 해도 엄격한 공시 의무와 규제를 적용받는 점을 문제 삼아 왔다. 일례로 A 운용사의 상장사 지분율이 2%라도 같은 의견을 내기로 한 B 운용사 지분율이 4%라면 두 운용사 지분율이 합산(6%)돼 공시 대상이 된다. 공시하지 않을 경우 의결권 행사가 금지되거나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식 처분 명령을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 동아일보 DB
이에 민주당은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기관들이 일시적으로 의견을 나누는 행위, 의결권을 위임받는 행위 등을 의결권 공동 행사의 범위에서 제외시켰다. 기관들이 연합해 특정 기업에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주주관여 활동을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이번 법안은 민주당의 K-자본시장특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단계별 자본시장 개혁 방안의 핵심 중 하나다. 김 의원은 발의한 법률안를 통해 “기관들의 공동 의결권 행사나 주주관여 활동을 꺼리는 풍토가 조성돼 있으며 이로 인해 코스피 상장사의 60%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을 밑돌 정도로 상장 기업 대다수에서 ‘주가 누르기’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면서 “미국, 일본 등의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기관들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부담이 매우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상속·증여세 부담을 덜기 위해 주가를 일부러 낮추는 ‘주가 누르기’를 당론으로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당내 핵심 입법 과제로 추진 중이다. 이달 4일에는 오기형 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상장사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때 인수 제안 내용, 검토 및 계획, 판단 결과 등을 상세히 공시하도록 하는, 이른바 ‘베어허그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선진국에서는 기관들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한 사례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2017년 미국 IBM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뉴욕시 5대 연기금(공무원·교사·경찰·소방·교육위원회퇴직연금)은 다른 기관들과 손잡고 IBM에 주주 추천 이사 후보를 주주총회 투표용지에 직접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을 요구했다. IBM 경영진은 반대했으나 표 대결 절차에서 주주들의 압도적인 찬성을 끌어내 정관 변경에 성공했다.

일본 역시 2014년 도입한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계기로 기관들의 공동 의결권 행사를 장려했고 이를 통해 주가 상승을 이끈 바 있다. 업계에서는 민주당이 발의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보다 적극적인 주주 활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기관끼리 특정 안건에 대해 ‘같이 반대하자’는 이야기조차 부담스러운 구조라면 협력적 관여가 활성화되기 어렵다”면서 “경영권을 함께 취득하려는 행위와 특정 안건 하나에 대해 일회성으로 의견을 모으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재계 “기업 경영 가중, 경영권 분쟁 악용 우려”

재계에서는 이 같은 제도가 자칫하면 기습적인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잇따른 상법 개정으로 상장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기관들의 의결권 공동 행사가 활발해질 경우 경영 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다. 상장사협의회 측은 “이 제도는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기관들의 보유 목적을 밝혀 기업과 일반 투자자에게 경영 참여 가능성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독립된 투자자들이 느슨하게 연계해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는 ‘울프팩(늑대 무리) 행동주의’가 규율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울프팩 행동주의란 다수의 기관이 늑대 무리처럼 힘을 합쳐 하나의 목표 기업을 공동으로 압박하는 것을 뜻한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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