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이젠 '안 빠지게'서 '다시 나게'로…잠든 모낭을 깨워라

최지희 2026. 10. 11. 14: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빠진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탈모 치료제 개발의 무게중심이 남은 모발을 지키는 '진행 억제'를 넘어 모낭의 기능을 되살리는 '재생'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미녹시딜'과 탈모 유발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가 수십 년간 주도해온 치료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국내 한 탈모 치료제 개발회사 관계자는 "비만약에 버금가는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성장하려면 신약 개발사는 단순히 측정상 모발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거울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발모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DEEP INSIGHT
발모 혁명 시험대…30년만에 새 기전 신약 나오나
올릭스·JW중외제약 등 바이오기업들
모발 굵게, 모낭 재생하는 후보물질 연구
매일 먹는 약 대신 월 1회 주사제 개발도
글로벌 탈모치료시장 2034년 67억弗
'제2 비만약' 될지는 발모 입증에 달려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유료 플랫폼'한경 프리미엄9'(www.hankyung.com/premium9)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경 프리미엄9'을 구독하시면 더 많은 프리미엄 기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빠진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할 수 있을까. 탈모 치료제 개발의 무게중심이 남은 모발을 지키는 ‘진행 억제’를 넘어 모낭의 기능을 되살리는 ‘재생’으로 이동하고 있다.

모낭 줄기세포를 활성화하거나 모발 성장주기를 조절하는 신약 후보물질이 잇달아 임상 단계에 진입했다. 모발 성장을 촉진하는 ‘미녹시딜’과 탈모 유발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가 수십 년간 주도해온 치료제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30년 신약 침묵’ 깨지나

그래픽=김하경 기자


1997년 미국에서 피나스테리드가 탈모 치료제로 허가받은 이후 약 30년간 남성형 탈모 치료 시장에선 새로운 작용 방식의 신약이 사실상 없었다. 탈모 유발 호르몬 생성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두타스테리드와 모발 성장을 돕는 미녹시딜이 장기간 표준 치료제 역할을 해왔다. 이들 치료제는 탈모 진행 속도를 늦추고 남아 있는 모발의 성장을 돕는 효과를 입증했지만, 이미 작아졌거나 휴지기에 머무는 모낭을 충분히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매일 약을 먹거나 두피에 발라야 하는 부담도 크다.

제약·바이오업계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작용 방식의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가늘어진 모발을 다시 굵게 만들고 활동을 멈춘 모낭을 성장기로 전환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발모 효과를 내려는 시도다.

미국 펠라지파마슈티컬스가 개발 중인 바르는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 ‘PP405’도 그중 하나다. 모낭 줄기세포가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을 조절해 비활성 상태의 모낭을 다시 활성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는 안전성과 초기 치료 효과를 살피는 임상 2a상에서 일부 환자군의 단위 면적당 모발 수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속 임상에서 효과를 입증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앱시의 ‘ABS-201’도 발모 능력 회복에 도전하고 있다. 모발 성장 조절에 관여하는 프로락틴 수용체를 차단하는 항체 후보물질이다. 모발 성장기를 연장하고 모낭의 발모 능력을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안전성과 초기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시험(1/2a상)에 들어갔다. 회사는 항체가 체내에 오래 머무는 특성을 활용해 수개월 간격으로 투여가 가능하다는 것을 차별점으로 제시했다.

 국내 기업도 신약 개발 합류

국내 바이오기업 올릭스는 짧은간섭RNA (siRNA)기반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 ‘OLX104C’를 개발 중이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가 탈모 유발 호르몬인 DHT의 생성을 줄인다면 OLX104C는 두피 세포가 이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안드로겐 수용체를 감소시킨다. 수용체를 만드는 ‘설계도’ 역할의 RNA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호르몬 생산을 줄이는 대신 두피 세포가 호르몬의 영향을 덜 받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충분한 약효와 반복 투여 안전성을 임상에서 입증할 계획이다.

JW중외제약은 바르는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 ‘JW0061’로 차세대 치료제 경쟁에 합류했다. 모낭 줄기세포와 연관된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해 모낭 형성과 모발 성장을 촉진하도록 설계한 후보물질이다. 올해 2월 국내에서 안전성을 주로 확인하는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국내 기업은 새로운 작용 방식의 신약 개발과 동시에 기존 약물을 장기지속형 제형으로 바꾸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종근당의 ‘CKD-843’은 매일 복용하는 두타스테리드를 약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로 전환한 후보물질이다. 현재 임상 3상에서 먹는 약과 비교해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인벤티지랩이 공동 개발하는 ‘IVL3001’은 피나스테리드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바꾼 후보물질이다. 월 1회 투여를 목표로 올해 호주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장기지속형 제형 성공의 핵심은 ‘매일 약을 먹지 않아도 안정적인 약물 농도와 치료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있다. 매일 약을 먹는 것을 잊거나 번거롭게 느끼는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투약 간격을 늘린 제품은 환자가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만 주사 투여 부담을 감수할 만한 임상적 이점을 확보하는 일은 과제로 남아 있다.

 ‘제2의 비만약’ 기대

장기간 부재하던 신약의 등장 가능성에 주식 투자자의 관심도 뜨겁다. 탈모는 잠재 환자층이 넓고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동시에 많은 소비자가 치료비를 지출할 의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투자자는 탈모 치료제 시장이 ‘위고비’ 등 식욕을 억제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처럼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베라더믹스 주가는 8개월 동안 공모가 대비 500% 넘게 급등하며 이 같은 기대를 반영했다. 먹는 미녹시딜 개량약을 개발 중인 이 회사는 4월 임상(2/3상)에서 의미 있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혀 투자자의 관심을 모았다. 블룸버그통신은 탈모 치료제 개발 기업이 투자자의 새로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어스는 글로벌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 시장 규모가 2026년 35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서 2034년 67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치료 수요가 미용 목적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질, 사회활동, 심리적 부담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시장 확대 요인으로 꼽았다. 다만 현재 새로운 작용 방식의 후보물질 상당수는 초기 임상 단계로 아직 상업화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 국내 한 탈모 치료제 개발회사 관계자는 “비만약에 버금가는 블록버스터 시장으로 성장하려면 신약 개발사는 단순히 측정상 모발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거울로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발모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