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딜레마]上 '미운 오리'가 '200조 백조'로…美상장에 복잡해진 SK하닉

강민경 2026. 10. 1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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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을 둘러싼 기업공개(IPO) 논란이 뜨겁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솔리다임까지 상장하면 이른바 '5단 중복상장'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솔리다임 상장이 SK하이닉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일지, 오히려 숨은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직접 투자하면 모회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지만 솔리다임이 미국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SK하이닉스의 부담을 덜면서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결국 IPO 자체보다 조달한 외부 자금으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를 얼마나 키우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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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토리지 급성장…솔리다임 '알짜 자산'으로 변신
주주가치 희석 우려…전형적 '쪼개기 상장'과는 거리
美자금 유치·숨은 가치 부각…IPO 득실 셈법 복잡
/그래픽=비즈워치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을 둘러싼 기업공개(IPO) 논란이 뜨겁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때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솔리다임의 몸값이 치솟자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역설적으로 솔리다임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SK하이닉스 주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솔리다임까지 상장하면 이른바 '5단 중복상장'이 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가 거액을 들여 인수하고 적자까지 감내하며 키운 사업의 성장 과실을 외부 주주와 나누게 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다만 국내서 논란이 된 전형적인 '쪼개기 상장'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SK하이닉스의 핵심 사업을 떼어낸 것이 아니라 미국 인텔에서 사들인 낸드·SSD 사업을 기반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결국 솔리다임 상장이 SK하이닉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선택일지, 오히려 숨은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못 벌 땐 걱정, 잘 버니 더 걱정

SK하이닉스-솔리다임 주요 지배구조./그래픽=비즈워치

11일 업계에 따르면, 솔리다임은 최근 복수의 투자은행(IB)과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회의를 진행하는 등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솔리다임의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하고 IPO를 통해 최대 150억달러(약 20조원)를 조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아직 상장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최근 솔리다임 IPO 가능성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의 낸드·SSD 사업을 약 9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탄생했다. 2021년 말 1차 인수를 마친 뒤 미국 법인 솔리다임이 출범했다.

출발은 순탄치 않았다. 인수 직후 낸드 업황이 꺾이면서 솔리다임은 2022년과 2023년 수조원대 순손실을 냈다. SK하이닉스가 운영자금까지 지원하자 시장에서는 '10조원이 넘는 인수 결정 자체가 무리였다'는 회의론도 나왔다.

반전은 AI 시장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확장되면서 시작됐다.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낸드 기반 고용량 eSSD 수요가 급증했다. 인수 이후 솔리다임의 사업을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SSD 중심으로 재편한 SK하이닉스의 전략도 맞아떨어졌다.

실적은 가파르게 뛰었다. 솔리다임은 올해 상반기 매출 12조2507억원, 순이익 5조839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3조3557억원, 순이익 1320억원에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대규모 적자를 내던 회사가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핵심 스토리지 업체로 탈바꿈한 셈이다.

몸값도 달라졌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최대 기업가치는 약 200조원. 인수 당시 가격의 20배 안팎이다. 인수 실패론에 시달리던 솔리다임이 이제는 SK하이닉스의 '알짜 자산'으로 재평가받자 새로운 논쟁이 시작됐다. 잘 키운 회사를 굳이 따로 상장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주주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상장 이후 자신들의 몫이 줄어들 가능성이다.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에 입성해 외부 주주를 받아들이면 그간 SK하이닉스가 누려온 성장의 과실도 일부 외부로 나뉠 수밖에 없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솔리다임 IPO를 '5단 중복상장'으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 SK㈜에서 솔리다임까지 여러 단계로 이어진 지배구조에 또 하나의 상장사를 얹는 것 자체가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상장, 독일까 약일까

솔리다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주주들의 반발에는 솔리다임이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비용과 위험을 SK하이닉스가 떠안았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SSD 사업을 사들이는 데 90억달러를 투입, 업황 침체기에는 운영자금까지 지원했다. 솔리다임이 대규모 적자를 낼 때마다 그 충격도 SK하이닉스의 연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그렇게 적자를 감내하며 키운 솔리다임이 이제 본격적인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 연결 실적에서 솔리다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9.3%, 이익 5.9% 수준이다. 아직 절대적인 비중은 크지 않지만 AI 추론 시장이 커지면서 eSSD가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실적만 보고 상장에 따른 가치 희석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반론도 있다. 솔리다임 IPO를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떼어낸 사례와 같은 '쪼개기 상장'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는 시각이다.

가장 큰 차이는 출발점이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보유하던 핵심 사업을 물적분할해 만든 회사가 아니다. 인텔에서 낸드·SSD 사업을 사들여 미국에서 출범시킨 법인이다. SK하이닉스가 인수 전부터 영위하던 자체 낸드 사업도 본사에 그대로 남아 있다.

상장 무대도 미국이다. 국내 모회사의 성장사업을 떼어내 다시 국내 증시에 올릴 경우 같은 투자자의 자금이 모회사와 자회사로 갈라질 수 있다. 반면 미국에 본사를 둔 솔리다임은 글로벌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다. 나스닥에 입성하면 낸드와 AI 스토리지에 투자하려는 현지 자금을 직접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게 긍정론의 논리다.

비슷한 전례도 있다. 인텔은 2017년 이스라엘 자율주행 반도체 기업 모빌아이를 인수한 뒤 2022년 나스닥에 재상장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도 2016년 인수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을 2023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약 90%의 지분을 유지했다. 해외에서 사들인 회사를 키운 뒤 현지 자본시장에 다시 상장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선택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일각선 오히려 솔리다임의 숨은 가치가 부각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시장이 SK하이닉스를 바라보는 잣대는 HBM과 D램 경쟁력에 쏠려 있었고 낸드·eSSD 사업은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다. 솔리다임이 미국 증시에서 독자적인 몸값을 인정받으면 SK하이닉스가 보유한 지분 가치도 함께 부각될 수 있다. 

결국 솔리다임 IPO의 득실을 '중복상장'이라는 이름만으로 재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실제 주주가치에 미칠 영향은 어떤 조건으로 상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부 주주가 들어오면 SK하이닉스가 누리던 솔리다임의 미래 이익과 현금흐름을 나눠야 하는 만큼 지분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AI 데이터센터용 eSSD 시장 확대에 대응하려면 생산능력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직접 투자하면 모회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지만 솔리다임이 미국 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 SK하이닉스의 부담을 덜면서 성장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결국 IPO 자체보다 조달한 외부 자금으로 솔리다임의 기업가치를 얼마나 키우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주주가치 측면에서는 공모가치와 지분율, 신주·구주 비중, 조달자금의 사용처가 중요하다"며 "성장 투자를 위한 신주 발행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상장 후에도 SK하이닉스가 충분한 지분과 경영권을 유지한다면 기존 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이익도 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下편에서 계속]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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