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녹음' 빼고도... "공부 못한다" 담임 아동학대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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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가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파일이 증거에서 빠졌는데도 교실에서 제자에게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어쩌냐"는 말을 반복한 담임교사의 아동학대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교실 수업 중 교사의 발언이 통신비밀보호법이 녹음을 금지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며, 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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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파일은 1심부터 증거 배제... 아이 진술·일기장만으로 벌금 500만원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10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과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교사 경력 23년차인 A씨는 2024년 4월 1일부터 22일까지 부산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담임으로 일하며 다른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당시 만 9세이던 피해 학생에게 "공부 좀 해라,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되겠냐",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어짜노,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얘가? 지 힘으로? 베낀 거 아니고?" 같은 말을 반복한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 학생의 일기장에는 속상해서 화장실에 가서 울었다, 주말에는 선생님을 안 봐도 돼서 좋다, 선생님 때문에 불안하다, 선생님 때문에 자신감이 점점 사라진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이의 어머니는 2024년 4월 8일께부터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 대화를 녹음했다. 그해 4월 25일 학교에 민원을 냈고 담임은 5월 13일 교체됐다. 경찰 신고는 5월 20일 이뤄졌다. 다만 이 녹음 파일은 1심에서부터 증거에서 빠졌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교실 수업 중 교사의 발언이 통신비밀보호법이 녹음을 금지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며, 학부모가 몰래 녹음한 파일은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쟁점은 두 가지였다. 위법하게 수집된 녹음이 있는 사건에서 피해 아동과 어머니의 진술, 일기장을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지, 그리고 교사의 발언이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가 금지한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하는지다. A씨는 발언 자체와 학대 고의를 부인하면서, 아동과 어머니의 진술도 위법한 녹음에서 파생된 2차적 증거라고 주장했다. 2차적 증거란 위법하게 모은 증거를 단서로 삼아 다시 확보한 증거를 말한다. 원칙적으로 재판에서 쓸 수 없지만, 위법한 수집과의 연결이 끊어졌다고 볼 사정이 있으면 예외가 인정된다.
1심인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지난해 3월 피해 학생과 어머니의 진술, 일기장을 근거로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어린 학생들 앞에서 담임이 특정 학생에게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반복한 것은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을 해칠 위험이 크고 실제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160시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선고했다.
2심인 부산지법도 지난 1월 대부분의 발언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나 학생생활지도의 범위를 벗어난 정서적 학대라고 판단했다. 피해 아동의 진술이 주요 내용에서 일관되고 일기장도 대체로 들어맞는다고 봤다. 같은 반 학생 26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일부 학생이 교사가 소리를 지르거나 말과 행동으로 학생을 무시하고 비교·차별했다고 답한 점도 근거로 삼았다.
다만 2심은 피해 학생이 지우개를 빌리려고 뒤를 돌아보자 "공부하는 친구한테 민폐"라는 취지로 말한 부분은 정서적 학대로 보기 부족하다며 이유무죄로 판단했다. 이유무죄란 유죄로 인정된 부분과 하나의 죄로 묶이는 공소사실을 무죄로 볼 때, 주문에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고 판결 이유에만 그 취지를 적는 것을 말한다. 2심은 A씨가 학생의 학업 향상을 고민한 정황이 있어 적극적인 학대 고의로 범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형을 벌금 500만원으로 낮추고 취업제한도 면제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2차적 증거의 증거능력, 전문증거, 영상녹화물에 대한 속기록의 증거능력,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에서 정한 '정서적 학대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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