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교육을 입시 경쟁 없는 ‘이상향’으로 볼 수 없는 이유 [최준영의 글로벌 워치]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6. 10.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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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독일 교육은 종종 '이상향'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실제 독일 교육의 수준은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참여 학교에서 독일어와 수학의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 수를 사업 종료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한국도 독일 교육을 입시 경쟁에서 벗어난 이상향으로 소비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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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업성취도 역대 최저…이주민 문제 뒤에 가려진 ‘교육 양극화’
10세에 대학 진학·직업교육 갈림길…부모 학력 따라 벌어지는 기회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한국에서 독일 교육은 종종 '이상향'으로 여겨진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숙련 기술자로 존중받고, 기업과 학교를 오가며 직업을 배우며, 등록금 부담도 크지 않은 나라라는 이미지다. 모두가 대학을 향해 달릴 필요가 없다는 설명은 사교육비와 입시 불안에 지친 한국인에게 매력적이다. 독일 제조업의 명성까지 더해지면 경쟁을 줄이면서도 유능한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의 모범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독일 교육의 수준은 국제적 수준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9월8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5 결과는 독일 교육에 의문을 던졌다. 독일의 15세 학생들은 수학 464점, 읽기 465점, 과학 486점을 받았다. 세 영역 모두 역대 최저다. 읽기와 수학에선 각각 약 3분의 1이 기초역량 수준에 미달했다. 직업훈련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이해·활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독일이 첫 충격을 받은 것은 2001년 공개된 PISA 2000 결과였다. 당시 읽기 점수는 484점이었다. 이후 독일은 교육의 공통 기준과 평가를 강화하는 등 개혁에 나섰고, 성적도 한동안 개선됐다. 수학은 2003년 503점에서 2012년 514점으로, 과학은 2006년 516점에서 2012년 524점으로 올랐다. 읽기는 2015년 509점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성과는 지속되지 못했다. 2022년 수학 475점, 읽기 480점, 과학 492점으로 떨어졌고, 이번 조사에서 다시 내려앉았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부터 이미 하락이 시작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2018년 6월25일 독일 루카우의 본슈테트 김나지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 중 토론을 하고 있다. ⓒAP 연합

읽기·수학·과학 성취도 평가 '역대 최저치' 

원인에 대한 쉬운 설명은 이주민 증가다. 이주민 자녀와 언어 문제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 늘어나면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PISA 2022에서 독일의 이주 배경 학생 비율은 26%로 2012년의 13%보다 높았다. 이주 학생과 아닌 학생의 수학 격차는 59점이었고, 사회경제적 배경을 통계적으로 고려한 뒤에도 32점이 남았다. 이주와 언어의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것이 이주민 때문에 독일 교육이 무너졌다는 결론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같은 2022년 조사에서 사회경제적 배경 상위 25%와 하위 25% 학생의 수학 성적 차이는 111점이었다. OECD 평균 93점보다 컸다. 2025년 결과를 설명하면서 독일 정부도 사회적 출신에 따른 차이가 이주 배경에 따른 차이보다 훨씬 크다고 밝혔다. 독일 사회도 오랫동안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불편한 질문은 문제를 오래전부터 알면서도 왜 바꾸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그 질문은 독일 교육 특유의 조기 선별 구조로 이어진다. 대다수 주에서 아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친 10세 무렵 서로 다른 유형의 중등학교로 나뉜다.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김나지움과 다른 교육 경로가 일찍 갈라진다.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처럼 초등교육이 6년인 곳도 있고, 여러 경로를 통합한 학교와 진로 변경 통로도 있다. 즉 10세에 일생이 확정된다는 설명은 과장이다. 하지만 가정 환경 영향을 충분히 보완하기 전에 중요한 선발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10세 아이의 성적엔 아이 노력만 들어있지 않다. 부모가 읽어준 책, 숙제를 도와줄 시간, 학교 제도를 이해하고 함께 고민해줄 능력도 함께 들어있다. 이 차이를 적성 차이로 받아들여 학교를 나누면, 출발선 격차가 이후 배우는 내용과 진학 기회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 선별이 교육 불평등을 확대한다는 국제 비교연구가 축적된 이유다. 다만 오래된 제도 하나로 최근 성적 하락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조기 선별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취약한 학생을 끌어올리는 데 장애가 되는 구조로 봐야 한다.

독일 경제정책연구소 ifo의 올해 분석은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주 배경이 없고 부모가 함께 양육하며 가구 월 순소득이 2750~4000유로인 집단에서, 부모 모두 아비투어가 없는 경우 자녀의 김나지움 재학 등 비율은 23.8%였다. 부모 모두 아비투어가 있으면 63.6%다. 아비투어는 대학 입학자격이다. 이 수치를 부모 학력의 순수한 인과효과라고 해석해선 안 된다. 그러나 같은 소득 구간과 이주 배경 조건에서도 교육 경로가 부모의 학력과 얼마나 강하게 연결되는지는 분명하다.

한국에서 부러워하는 독일의 교육적 여유를 볼 때 놓치기 쉬운 대목이다. 대학 이외의 길을 존중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학에 갈 기회를 일찍 줄이는 것까지 같은 이유로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직업교육의 가치는 충분히 배운 뒤 앞날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더욱 커진다. 독일에서 배워야 할 직업훈련의 장점과 비판적으로 살펴야 할 조기 선별은 구분해야 한다.

"대학 갈 기회의 문 너무 일찍 닫는다" 지적도

독일도 대응하고 있다. 2024·2025학년도에 시작한 '출발 기회 프로그램'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10년 동안 총 200억 유로를 투입해 취약계층 학생이 많은 약 4000개 학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참여 학교에서 독일어와 수학의 최소 기준에 미달하는 학생 수를 사업 종료까지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가정의 불리한 조건을 학교가 보완하겠다는 방향은 옳다.

PISA 연구진도 취학 전 지원 필요성을 일찍 파악하고, 짧고 정기적인 평가로 학습 결손을 찾아 보완하며, 어려운 학생이 많은 학교에 자원을 더 배분하라고 권고했다. 성적표가 아이를 분류하는 도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다만 지원 사업은 이제 초기 단계다. 이번 결과만으로 성공이나 실패를 판정하기는 이르며 실제 효과를 장기간 검증해야 한다.

더 어려운 것은 선별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는 함께 배우는 초등교육 기간을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려던 개혁이 학부모들의 반대 운동과 주민투표에 막혔다. 이 사례를 분석한 연구는 기존 제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부모들이 자녀의 교육 기회를 지키려는 행동에 주목했다. 더 오래 함께 배우자는 제안은 누군가에게 평등의 확대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확보한 기회의 축소로 받아들여진다.

독일은 한 차례 성적을 끌어올린 경험이 있고, 불평등을 겨냥한 투자도 시작했다. 회복이 불가능한 나라는 아니다. 다만 추가 예산이 일상의 수업과 지원을 바꾸고, 아이를 일찍 분류하는 관행까지 재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이주민 비율만으로 실패를 설명하면 그 질문을 피하게 된다. 한국도 독일 교육을 입시 경쟁에서 벗어난 이상향으로 소비할 이유는 없다. 교육의 공정성은 경쟁이 겉으로 얼마나 조용한가보다, 부모의 조건과 무관하게 아이가 얼마나 오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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