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명 생사 미궁…네팔 대홍수 실종자 법적 사망 선고 단축
최소 1455명 사망·5285명 실종…신원 확인 시신은 112구뿐
한국인 실종자 9명 수색도 이번 주말 사실상 종료 수순
법적 사망 선고 앞당겨도 한계…유족 지원과 신원 확인 과제

재난으로 가족을 잃고도 오랜 세월 법적 공백에 갇혀야 했던 유족의 고통을 덜기 위한 조치지만, 여전히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가 수천명에 달하면서 생사 확인과 시신 수습이라는 과제는 무겁게 남아 있다.
네팔 정부는 지난 8월 대홍수 실종자 약 5000명의 법적 사망 선고 대기 기간을 기존 12년에서 약 45일로 단축하는 내용의 재난 관련 법률 시행령을 발령했다. 람 찬드라 파우델 대통령은 관련 시행령 발령 사실을 밝혔으며, 이번 조치는 재난으로 실종된 사람의 법적 지위를 보다 신속하게 정리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기존 제도에서는 실종자의 사망을 법적으로 인정받기까지 유족이 최대 12년을 기다려야 했다.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상속과 재산 정리, 보험금 청구 등 각종 행정 절차까지 장기간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사망 선고가 늦어지면 유족은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고통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 대기 기간 단축은 이 같은 부담을 줄이고 재난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법적 사망 선고를 앞당기는 조치가 실종자 수색과 신원 확인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번 대홍수로 최소 1455명이 숨졌고, 실종자는 5285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돼 유족에게 인계된 시신은 112구에 불과하다. 실종자 규모에 비해 신원 확인과 시신 인계가 극히 제한적인 만큼, 수색과 유전자 정보 대조, 가족 대상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법적 사망 선고가 내려지더라도 유족이 사랑하는 가족의 마지막을 확인하지 못한 고통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생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색 절차가 충분히 진행됐는지, 사망 선고 과정에서 유족의 의견과 이의 제기 권리가 보장되는지도 중요하다. 행정 처리의 속도에만 초점을 맞추면 실종자의 생사 확인이라는 본래 과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인 실종자 수색도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바그마티주 라수와의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실종된 한국남동발전 소속 3명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6명 등 한국인 9명에 대한 기업별 수색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사실상 종료될 전망이다.
수색이 마무리되더라도 실종자 가족의 기다림까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시신을 찾지 못한 유족에게는 생사 확인의 부재가 장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조치는 재난 이후 법적 공백을 줄이는 출발점이다. 다만 사망 선고 기간 단축만으로 피해자와 가족의 권리가 충분히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네팔 정부는 실종자 수색과 신원 확인을 지속하고 유족에게 필요한 법률·경제적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재난 대응의 성과는 행정 절차를 얼마나 빨리 마쳤는지가 아니라, 실종자의 신원을 얼마나 정확히 확인하고 남겨진 가족의 고통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덜었는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