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태안 기름 유출 복구 단체들, 기금 2800억 반환해야"

권정현 2026. 10. 10. 13: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들이 기금 2,800억여 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 복구와 주민 지원 등 공익사업은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채 임직원 인건비 등 단체 운영비로 수십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해 복구·주민 지원 기금
각각 4.4%, 7.8%만 집행
"이자 수입으로 보수 챙겨"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 등이 해변에 밀려든 기름을 걷어내고 있다. 충남도 제공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들이 기금 2,800억여 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피해 복구와 주민 지원 등 공익사업은 제대로 추진하지 않은 채 임직원 인건비 등 단체 운영비로 수십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부장 남인수)는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재단법인 서해안연합회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배분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1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서해안연합회에 1,001억여 원을,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 1,850억여 원을 각각 사랑의열매에 반환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소송은 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군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대규모 기름 유출 사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을 실은 배가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하면서 원유 약 1만900톤이 바다로 쏟아졌다. 사고로 서해안 일대가 기름으로 뒤덮이면서 어민과 지역 주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삼성중공업은 피해 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지역 공동체 회복 등을 위해 2013년 3,600억 원 규모의 지원·출연 계획을 마련했다. 이후 2016년 피해 주민 단체들과 합의해 사랑의열매에 지역발전기금을 기탁했고, 사랑의열매는 2018년 11월 피해 주민 단체들이 설립한 두 법인에 기금을 배분했다. 보령·신안·영광·홍성·군산·부안·무안 등 7개 지역 주민 단체가 만든 서해안연합회에는 1,042억여 원이, 태안·서산·서천·당진 등 4개 지역 단체가 설립한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는 2,024억여 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피해 주민들을 위한 사업에는 기금이 거의 쓰이지 않았다. 법원에 따르면 서해안연합회가 2021년 말까지 집행한 기금은 46억 원으로, 전체 배분금의 4.4%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약 30억 원이 임직원 인건비 등 기관 운영비로 사용됐다.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 역시 같은 기간 전체 배분금의 7.8%인 158억 원만 집행했는데, 이 중 94억 원이 운영비였다. 두 단체가 실제 집행한 기금 204억 원 가운데 124억 원가량이 기관 운영에 쓰인 셈이다.

기금 운용을 둘러싼 논란은 2021년 지역사회에서 제기됐다. 이후 해양수산부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임직원 출장비 부당 집행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사랑의열매는 2023년 8월 두 단체에 남은 기금을 반환하라고 통보했지만, 단체들이 불복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두 단체가 설립 취지에 맞는 사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서해안연합회에 대해서는 "사업 기간 내 목적 사업을 완수하기보다는 임직원들이 배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입 등을 인건비 등 명목으로 소진하는 방향으로 운영돼 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서도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내분으로 대의원 총회가 기능을 하지 못했고, 본부와 지부 사이 및 본부 내부 갈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두 단체가 제출한 사업 계획도 부실하다고 지적하면서 "사랑의열매의 배분금 환수 조처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