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작가 박진흥, 폐광에서 빛을 캐다
ㆍ화가 박수근 손자 박진흥, 막장의 빛 담아
ㆍ서울 성북동 갤러리 반디트라소...31일까지
"저는 작가로서 오랫동안 빛을 찾아왔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의 빛, 나뭇가지 사이로 부서지는 오후의 빛, 해가 기울면서 공간의 표면에 길게 머무는 빛…그 빛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는 것보다 어디에 머물며 무엇의 안으로 스며드는가에 더 시선을 두었습니다."

그는 밝히려 하지 않지만 한국 최고의 화가 박수근의 손자이다. 아버지 박성남 또한 평생 화업을 이어왔다. 몸 안의 예술적 기질은 막을 수 없다. 3대째 화가 이유다. 작업 공간 양구는 조부와 부친의 고향이다.
이번 개인전 '탄광炭光: 빛을 캐는 시간(Coal Mine – Mining Light)'은 "머물고, 스며드는데 시선을 두었다"는 작가의 서사물이다. 23점의 작품마다 언어와 소리가 배제됐으나, 그의 작품 앞에 서면 파노라마와 서라운드의 입체감으로 몰입된다. 그가 그린 빛은 진동이 되고 진동은 생명이 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위해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삼척탄좌 정암광업소(현 삼탄광산아트밸리) 등을 모티브 삼았다. 고한 만이 아니라 이웃한 탄광 도시 사북 등도 찾았다.
'탄광에서만 탄이 나는 줄 알았는데 / 놀이터에서도 탄이 나요 / 일하는 사람은 아이들뿐이에요'(1980년대 사북초교 6년 박은주 동시 '우리 놀이터')
'아버지가 집에/ 오실 때는 / 쓰검헌 탄가루로 / 화장을 하고 오신다…'(사북초교 5년 하대원 '아버지가 오실 때' 중)

작가는 이 아이들 '아버지의 빛'을 화폭에 담은 듯하다. 작품 '1964년으로부터-빛을 캐는 사람들'의 경우 노동의 시간이 새겨진 광부의 몸이다. 작가는 그 몸을 엑스레이라는 빛으로 형체를 드러낸다. 막장에서의 노동과 막장 밖의 삶은 빛을 향한 아버지의 추구였다. 푸르면서도 탁한 붓질이 구원처럼 느껴진다.
"정암광업소 광부들의 공간에는 그들의 몸을 찍은 엑스레이 기기가 있었습니다. 60여 년 동안 그 어두운 공간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 몸 안에 스며들었죠. 진폐로 굳어가는 폐의 음영, 뼈 사이로 가늘게 뻗은 흔적들…또 그 어둠 속에는 밖을 향한 권양기(捲楊機)의 육중한 철골 구조물이 있습니다. 권양기 쇠사슬로 끌어 올려져 문을 열고 나가야 합니다."

정암광업소는 1964년 문을 열었고 2001년 문을 닫았다. 폐광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이상하게 어둠보다 빛을 먼저 보았다. 여물어 가는 빛을 캐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사라지지 않는 빛'을 담은 작품이 주를 이룬다. 폐광의 엑스레이, 문(門), 권양기 등 이질적 사물들…이것에 빛이 스며들자 공간이 환해졌다. 생명을 심는 작가다.
전시는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작가 박진흥
개인전 18회를 비롯해 국내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2001년 호주 시드니 제6회 Blacktown City Art Exhibition 대상을 받았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주호주한국영사관,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뉴델리대학 등에 소장돼 있다.
전정희 기자 oklaka@oknews.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