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막힌 성장, 해외서 터지나…보험사 해외이익 ‘두 배’

김효인 기자 2026. 10. 1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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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보험사 상반기 해외 순익 1533억원…현지 금융사 인수 효과 본격화
삼성생명, 2조원 자본 조달 추진…해외 M&A 통해 성장동력 확보 ‘속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국내 보험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사이 해외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보험사들의 해외 순이익이 1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나면서 국내 시장에 집중됐던 성장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고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금융회사를 인수하거나 글로벌 보험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해외 진출의 무게중심이 시장 개척에서 실질적인 수익 기반 확보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신한라이프·삼성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주요 보험사 6곳의 올해 상반기 해외사업 관련 순이익은 153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55억원보다 103.1% 증가한 규모다.

이번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한화생명이 있다. 해외 종속법인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353억원에서 올해 1030억원으로 191.8% 급증했다. 전체 6개 보험사의 해외이익 증가분 778억원 가운데 약 87%가 한화생명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성과는 해외사업의 외연을 넓혀온 전략이 실적으로 연결된 결과다. 한화생명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보험사업을 전개하는 동시에 지난해 인도네시아 노부은행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를 인수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 두 회사에서 거둔 순이익만 576억원으로, 한화생명 해외 종속법인 전체 이익의 절반을 웃돈다.

보험영업에서 출발한 해외 진출이 은행과 증권을 아우르는 금융사업으로 확장되면서 수익 구조도 달라진 셈이다. 단순히 새로운 시장에서 보험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 현지 금융사의 고객 기반과 영업망을 활용해 성장 속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존 해외 보험사업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생명 태국법인의 상반기 순이익은 2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DB손해보험도 기존 해외법인의 수익성을 개선했고, 신한라이프는 베트남법인의 적자 규모를 줄이며 실적 회복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다만 해외사업 전반이 고르게 성장한 것은 아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일부 해외법인의 실적이 감소했다. 실제 한화생명을 제외한 5개 보험사의 합산 해외 순이익 증가율은 25.1%에 그친다.

전체 이익이 두 배로 늘었다는 성과 이면에 회사별 편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특히 해외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금융회사 인수 효과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이를 보험영업 자체의 성장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해외서 번 돈 넘어 투자까지…성장판 다시 짜는 보험사들

보험사들이 해외사업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신규 보험 수요의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기존 고객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상품과 판매채널을 중심으로 경쟁하던 보험사들이 해외에서는 새로운 수익원과 사업 기반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 해외 진출 전략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현지 보험영업 기반을 다지는 한편,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갖춘 금융·보험사를 인수하는 방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DB손해보험과 삼성화재다. DB손해보험은 지난 5월 약 2조3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특화보험사 포테그라 인수를 마무리했다. 국내 보험사가 미국 보험사를 직접 인수한 첫 사례로,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의 특화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삼성화재 역시 영국 로이즈 보험시장에서 활동하는 캐노피우스의 지분을 40%까지 확대하며 글로벌 특수보험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했다. 국내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해외 특화보험 시장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들 투자의 공통점은 해외사업의 진입 방식이 달라졌다는 데 있다. 현지에서 처음부터 영업망을 구축하는 대신 이미 고객과 전문성을 확보한 기업을 인수해 시장 진입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보험시장의 성장 기회를 직접 확보하는 것이다.

여기에 삼성생명도 대규모 자본 조달을 추진하며 해외 투자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8일 최대 15억달러(약 2조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창사 이후 처음 추진하는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해외 투자 확대에 대비하면서 자본건전성과 주주환원 여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삼성생명은 현재 해외 보험사 지분 인수 등을 통한 신규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에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 여력 마련에도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적인 투자 경쟁으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사업의 중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보험계약 확보와 시장점유율 확대가 주요 경쟁 요소였다면, 해외에서는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인수한 사업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육성하는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해외시장 확대가 반드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인수에 따른 자본 부담은 물론 환율 변동과 현지 규제, 보험시장별 손해율 등 관리해야 할 변수도 적지 않다.

결국 앞으로의 성패는 해외사업 규모를 얼마나 빠르게 키우느냐보다 확보한 사업 기반을 얼마나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일회성 인수 효과를 넘어 지속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해외진출이 지점 개설이나 현지 법인 설립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현지 금융사 인수나 지분투자 등으로 사업 기반을 넓히는 방식도 병행되고 있다"며 "다만 인수·편입 효과가 기존 보험영업의 안정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