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품격 저버린 금메달 환호…‘병역특례 공정성’ 촉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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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갑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접전 끝에 꺾은 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우승으로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은 선수는 축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 중 20명이다.
흔히 '군 면제' '병역특례'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병역 의무를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제도다. 체육요원의 편입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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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점수제·대체복무 경로 등 개편론 부상…종목별 차별·특혜가 논란 쟁점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군대 안 갑니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접전 끝에 꺾은 뒤 대표팀 주장 이기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기혁은 국군체육부대 입대를 앞두고 있었지만, 이번 금메달로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었다. 이기혁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선수가 인터뷰와 SNS를 통해 병역 혜택을 자축했다.
양민혁은 군 면제라는 보상을 목표로 경기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2007년생 박승수는 금메달을 걸고 전역모를 삐딱하게 쓴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삭제했다. 이번 우승으로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은 선수는 축구 대표팀 최종 엔트리 23명 중 20명이다. 결승골을 넣은 엄지성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국위선양' 명분도 시대에 뒤떨어져
아시안게임 4연패를 축하할 자리에서 '군 면제' 이야기가 이어지자, 여론은 점점 악화됐다.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우승의 보상으로 앞세웠다는 지적이었다. 논란은 일부 선수의 언행을 넘어 예술·체육요원 제도의 형평성과 존속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졌다.
축구 대표팀에 앞서 아시안게임 5연패에 성공한 야구 대표팀도 비판을 받았다. 예선에서 실업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에 0대5로 패했고, 결승에서 3대1로 가까스로 설욕하긴 했지만 프로 선수들이 실업 선수들을 이기고 병역 혜택을 받는 것이 적절하냐는 주장이 나왔다. 야구 대표팀 24명 선수 중 군 미필은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 등 16명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제도 재정비 요구가 거세졌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이자 대통령 국방정책특별보좌관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밝혔다. 국민의힘에서도 일부 선수의 언행을 비판하며 병역 혜택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달라지고, 다른 청년들이 학업과 직장을 미루며 복무하는 상황에서 국제대회 성적에 따른 별도의 복무 기준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직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에는 야구 대표팀의 선수 선발과 병역 혜택을 둘러싼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은 국정감사에 출석해야만 했다.
흔히 '군 면제' '병역특례'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병역 의무를 다른 방식으로 이행하는 제도다. 체육요원의 편입 기준은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이다. 편입자는 3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은 뒤 해당 분야에서 34개월 복무하면서 특기를 활용한 봉사활동 544시간을 이행해야 한다.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을 뿐, 병역의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련 제도는 1973년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상과 복무 방식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체육 분야에서는 세계선수권 등의 입상 실적도 인정하던 시기를 거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중심으로 기준이 좁혀졌다. 축구 월드컵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성적을 인정하는 조항이 추가됐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현행 기준에서는 월드컵이나 WBC 우승만으로 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얻을 수 없다.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선수들이 월드컵이나 WBC 대신 아시안게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국제 무대에 '대한민국'과 '코리아'라는 이름을 알리는 일이 절실했던 시절, 국위선양은 제도를 설명하는 중요한 명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은 스포츠 밖에도 있고, 병역으로 경력이 끊기는 청년 역시 운동선수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학업·직장 생활 중단하고 입대하는 청년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체육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체육계는 선수의 경력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운동선수는 종목에 따라 전성기가 짧고, 일정 기간 훈련과 국제대회 출전이 끊기면 경기력을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 국군체육부대 상무가 모든 종목과 선수를 수용할 수도 없다. 군 복무 중 선수 생활을 이어갈 통로가 있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의 조건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경력 보호와 병역 의무의 형평성을 함께 고려하려면 현역 복무 안에서 훈련과 대회 출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 입영 시기 조정으로 경력 단절을 줄일 수 있는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례의 유지나 폐지뿐 아니라 선수 활동을 이어갈 다른 복무 경로도 논의 대상이다.
현행 성적 기준을 둘러싼 종목 간 형평성 문제도 있다. 야구처럼 올림픽 종목 채택 여부가 달라지는 종목이 있고, 정구·우슈·세팍타크로처럼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닌 종목도 있다. 올림픽 메달만 기준으로 삼으면 비올림픽 종목 선수들의 성취를 평가할 통로가 제한된다. 반면 아시안게임에서도 종목별 참가 규모와 경쟁 수준이 달라 같은 금메달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할 여지가 있다.
2018년 논란 당시에는 누적점수제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단일 대회 성적이 아닌 세계선수권 등 여러 국제대회의 성적을 점수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특정 대회에서 한 차례 거둔 메달보다 여러 대회에서 입증한 경쟁력을 살피자는 구상이다. 정부도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했지만, 체육요원의 기본 편입 기준은 유지됐다.
누적점수제 역시 종목별 유불리를 조정하는 문제가 있다. 국제대회가 자주 열리는 종목은 점수를 쌓을 기회가 많고, 개최 주기가 긴 종목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인정 대회와 배점을 정할 때 참가 규모와 선수 수준, 개최 빈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편입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최소 점수와 인정 기간을 정하고 심사 과정을 공개하는 문제도 있다.
'병역특례'로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24승을 거두며 한국 야구를 알렸고,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오를 수 있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12년 만에 한국 농구 금메달을 이끌면서 미국프로농구(NBA)에 도전할 추진력을 얻은 이현중은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대표팀에서 치르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해 '대한민국 농구가 잘하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들이 이후 국제 무대에서 거둔 성과는 제도의 효과를 평가할 근거가 된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만으로 현행 편입 기준의 형평성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같은 국가대표로 뛰고도 메달 색깔에 따라 다른 길을 걷는 선수들, 학업과 직장 생활을 중단하고 입대하는 청년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남는다. 일부 축구 선수의 언행에서 시작된 논란은 결국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다른 복무 방식을 허용할 것이냐 하는 오래된 질문으로 돌아왔다. 병무청은 현재 병역특례 인정 대회 축소·폐지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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