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한달살이’ 떠난다면…32일 만에 몸에 나타난 변화

남상희 에디터 2026. 10. 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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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한달살이'가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도 가능해질까. 우주여행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미래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처럼 지구 밖 공간에서 장기간 머무는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연구팀은 미세중력과 우주방사선 등 우주 특유의 스트레스 요인이 혈액 줄기세포의 노화를 촉진할 수 있으며, 이번 발견이 장기 우주여행 중 건강 이상을 조기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진일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낸 예쁜꼬마선충이 지구에 있는 개체보다 세균에 더 쉽게 감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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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의 한달살이, 가능해지는 날이 올까. 게티이미지뱅크

한 달쯤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한달살이'가 지구를 넘어 우주에서도 가능해질까. 우주여행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미래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처럼 지구 밖 공간에서 장기간 머무는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중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 한 달을 보낸다면 우리 몸은 지구에 있을 때와 같을까.

과학자들은 우주환경이 생명체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인간 줄기세포와 작은 동물을 우주로 보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한 달 남짓 우주에 체류해도 줄기세포에 노화와 관련된 변화가 나타났으며,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세균 감염에 대한 취약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 우주에서 32~45일 보냈더니…줄기세포에 나타난 변화

카트리오나 제이미슨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샌포드줄기세포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우주 비행이 인간의 혈액 줄기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025년 9월 4일 국제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발표됐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조혈모세포와 전구세포(HSPC)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줄기세포이며, 전구세포는 성숙한 혈액세포로 분화하기 전 단계의 세포다. 이들은 혈액과 면역체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인간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영상 도구를 활용해 세포의 상태를 추적하는 소형 3차원(3D)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개발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실험 장비를 다루는 NASA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은 인체의 세포와 생리 기능에 다양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NASA 제공

실험 결과, 32~45일간 우주환경에 노출된 세포에서는 노화와 유사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지고 DNA 손상에 취약해졌으며, 새로운 건강한 세포를 만드는 능력도 일부 떨어졌다. 세포가 휴식하고 회복하는 능력도 약해져 재생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염증과 스트레스 반응이 증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모두 영구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주환경에 노출됐던 줄기세포를 건강한 환경으로 되돌리자 일부 손상이 회복됐다. 연구팀은 미세중력과 우주방사선 등 우주 특유의 스트레스 요인이 혈액 줄기세포의 노화를 촉진할 수 있으며, 이번 발견이 장기 우주여행 중 건강 이상을 조기에 파악하고 예방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우주에서는 감염도 더 잘될까…작은 선충에서 찾은 단서

우주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세포의 노화만이 아니다. 세균 감염에 대응하는 생명체의 면역 기능 역시 지구와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실제로 1968년 아폴로 7호 임무 당시 우주비행사 3명이 모두 감기에 걸린 사례도 있다. 과학자들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감염에 대한 생명체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연구하고 있다.

이진일 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교수 연구팀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낸 예쁜꼬마선충이 지구에 있는 개체보다 세균에 더 쉽게 감염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5월 국제학술지 'NPJ 마이크로그래비티(npj Microgravity)'에 공개됐으며, 연구팀은 같은 해 7월 30일 이를 발표했다.

예쁜꼬마선충이 모사 미세중력 환경(아랫줄 가운데)과 우주 미세중력 환경(아랫줄 오른쪽)에서 세균 감염을 의미하는 붉은색 형광을 방출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예쁜꼬마선충은 몸이 작고 구조가 단순하지만, 인간과 일부 공통된 선천면역 신호 전달 체계를 가지고 있어 우주환경에서 면역 반응을 연구하는 데 활용된다. 연구팀은 정상적인 선충과 면역 기능을 저하시킨 돌연변이 선충을 엔테로박터균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냈다. 세균에 감염되면 장에서 붉은 형광이 나타나도록 유전적으로 조작해 감염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우주로 보낸 선충은 지구에 있던 선충보다 붉은 형광을 더 많이 방출했다. 정상적인 선충뿐 아니라 면역 기능이 저하된 선충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상에서 미세중력을 모사하는 장비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세균 감염이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 경로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주환경에서는 'TGF-β'라는 신호 전달 경로가 억제되는 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p38 MAP 키나아제' 경로가 활성화됐다. 특히 두 경로가 모두 차단된 선충에서는 감염이 더욱 쉽게 일어났다. 이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생명체가 세균에 대응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우주 한달살이, 여행보다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두 연구는 우주여행이 생명체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서로 다른 측면에서 보여준다. 인간 줄기세포 연구에서는 한 달 남짓한 우주환경 노출만으로도 세포의 노화 관련 변화가 관찰됐고, 예쁜꼬마선충 연구에서는 미세중력 환경에서 세균 감염에 대한 취약성이 높아졌다.

다만 줄기세포 실험 결과가 실제 사람이 우주에서 한 달을 보냈을 때 같은 정도로 노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선충의 감염 실험 역시 사람의 면역력이 동일하게 약해진다는 사실을 직접 입증한 것은 아니다. 두 연구 모두 우주환경이 인체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토마스 페스케 유럽우주국(ESA) 우주비행사가 MME2 실험 시료를 설치하고 있다. 연세대 제공

이진일 교수는 이번 연구가 미세중력 환경에 특화된 면역 관련 유전자를 찾아 우주비행사의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하고, 우주여행자의 안전과 건강 관리 지침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줄기세포 연구진 역시 우주환경에 따른 노화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세포 손상을 줄일 방법을 찾는 데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언젠가 '우주 한달살이'가 여행의 새로운 선택지가 된다면 중요한 것은 우주까지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만이 아닐 것이다. 지구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우리 몸을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할 것인지도 우주여행의 일상화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참고자료
doi.org/10.1016/j.stem.2025.07.013
 

[남상희 에디터 bing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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