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에서 내가 피우는데, 니가 뭔데”…일상 흔드는 흡연권·혐연권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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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세 살 아이를 자녀로 둔 A씨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았다.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를 더는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에 애를 보내고자 이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아랫집 담배 연기 때문에 다시 이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무 화가 나서 소송도 해볼까 했는데 법적으로도 자기 집 안에서의 흡연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아랫집 사람도 그런 사실을 알고 이런 식으로 군다는 게 더 화가 난다"고 푸념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에서는 세대 내부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환풍구나 배기구, 창문 등을 통해 이웃 세대로 유입되면서 주로 갈등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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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간접흡연 민원 4년새 2.4배로 증가
환기구 타고 스며드는 담배 연기…집까지 내놔
흡연 갈등 끝에 이웃 간 흉기 위협 사건도
공동주택 금연구역 지정해도 세대 내부는 한계
거리 흡연 단속 사각지대…골목으로 풍선효과
주민 조정 절차·흡연 공간 마련 등 대안 필요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세 살 아이를 자녀로 둔 A씨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집을 내놓았다. 아랫집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를 더는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A씨는 아랫집에 수시로 찾아가 “간접 흡연을 하면 아이의 피부염 증상이 악화되니 제발 집에서 담배를 피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항의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얘기는 “내 집에서 내가 피우는데, 당신이 무슨 권리로 그러느냐”는 것이었다.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었지만 경비원 역시 어떻게 하지를 못했다. 베란다 밖으로 올라오는 연기는 창문을 닫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화장실 환기구를 타고 들어오는 연기까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A씨는 “인근에 있는 초등학교에 애를 보내고자 이 아파트로 이사 왔는데 아랫집 담배 연기 때문에 다시 이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너무 화가 나서 소송도 해볼까 했는데 법적으로도 자기 집 안에서의 흡연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아랫집 사람도 그런 사실을 알고 이런 식으로 군다는 게 더 화가 난다”고 푸념했다.
아파트와 공원 인근, 편의점 앞, 회사 건물 출입구 주변까지. 담배 연기를 둘러싼 갈등은 일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자 권리라고 강조한다. 자신의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까지 제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담배 연기를 마시지 않을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맞선다. 흡연권과 혐연권이 충돌할 때 흡연권은 어디까지 보장돼야 하며, 혐연권은 어떻게 보호해야 할까.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에서는 세대 내부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환풍구나 배기구, 창문 등을 통해 이웃 세대로 유입되면서 주로 갈등이 발생한다. 흡연자는 자신의 집에서 담배를 피울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웃은 창문을 열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조차 불편해질 수 있다고 호소한다.

민원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공동주택 간접흡연 관련 민원은 2020년 2만 6019건에서 2021년 2만 9419건, 2022년 3만 2352건, 2023년 4만 1840건, 2024년 6만 2980건으로 늘어났다. 4년 새 약 2.4배로 증가한 것이다. 다만 민원 건수는 실제 피해를 경험한 사람의 수와 같지는 않다. 피해는 입었지만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같은 사람이 여러 차례 민원 제기를 했을 수도 있다. 신고 방식이나 집계 기준에 따라 건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공동주택에서의 간접흡연이 주민 간 갈등과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층간흡연을 둘러싼 갈등이 이웃 간 폭력으로 번지는 사례도 있다. 2024년 경기 이천에서는 흡연 문제로 갈등을 빚던 이웃을 흉기로 협박한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앞서 2022년 전북 전주에서도 아파트 층간흡연 문제로 이웃과 시비가 붙은 주민이 장검을 휘둘러 체포됐다. 담배 연기를 둘러싼 갈등이 민원 제기를 넘어 물리적 충돌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아파트 세대 내부의 흡연 문제는 현행법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아파트 복도·계단·엘리베이터·지하주차장 등 공용 공간은 거주 세대주 과반수의 동의를 얻으면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주택 금연구역에서는 흡연하다 적발돼도 과태료가 5만 원에 그친다. 공중이용시설의 금연구역에서 흡연할 경우 과태료가 10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공용 공간의 경우 적은 과태료라도 규제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세대 내부에서 발생하는 흡연 문제는 상황이 다르다. 발코니나 화장실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이웃집으로 유입되더라도 이를 직접 제재할 법적 수단은 없다. 관리사무소가 흡연 자제를 요청하는 방송을 하거나 엘리베이터 등에 금연 권고 안내문을 붙이는 정도가 주된 대응책이다. 결국 피해 주민이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하더라도 흡연을 강제로 중단시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갈등은 아파트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편의점 출입문 앞이나 회사 건물 입구, 인도 등에서 담배를 피우면 주변을 지나가는 시민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흡연자들은 지정된 금연구역이 아니라면 담배를 피울 자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흡연자들은 출입구나 보행로처럼 사람들이 오갈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는 담배 연기를 피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담배 연기가 치명적인 건강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현행법상 모든 길거리 흡연을 금지할 수는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 버스정류장 주변이나 광장, 주요 거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 가능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은 시설 경계선으로부터 30m 이내의 일반 공중 이용 구역이 법정 금연구역에 해당한다. 또 법에서 정한 공중이용시설은 시설 전체 또는 법령에 따른 범위가 금연구역으로 운영된다.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일반적으로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모든 갈등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먼저 금연구역이 아닌 곳에서는 흡연을 제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 하더라도 안내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흡연 공간이 부족하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인근 골목 등으로 흡연자가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금연구역 확대와 함께 실제 흡연 행태와 보행 환경을 고려한 관리 방안이 필요한 이유다.
거리 흡연으로 인한 갈등을 줄이려면 금연구역을 명확히 안내하고, 출입구 주변이나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계도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흡연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흡연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한 관계자는 “흡연 공간은 출입구와 보행 동선에서 충분히 떨어진 곳에 설치하고 담배 연기가 주변으로 퍼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금연구역 확대와 실효성 있는 단속, 적절한 흡연 공간 마련을 병행해야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 갈등을 줄이고 시민들의 간접흡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흡연권과 혐연권의 충돌은 헌법재판소에서도 다뤄졌다. 헌재는 2004년 공공시설의 금연구역 지정과 관련해 두 권리의 관계를 판단했다. 흡연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자유 등에 근거해 보호받을 수 있다고 봤다. 원하지 않는 담배 연기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인 혐연권 역시 생명권과 건강권에 근거한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특히 두 권리가 충돌할 경우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흡연의 자유도 타인의 건강과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제한될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이 결정은 공공시설의 금연구역 지정에 관한 것이다. 개인 주택 내부의 흡연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 헌재가 혐연권을 우선하는 원칙을 확인했지만 이를 공동주택의 세대 간 갈등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집 내부나 길거리 등 간접흡연의 피해가 발생하는 모든 공간을 직접 규제할 법적 근거와 수단은 충분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결국 남은 과제는 헌법상 권리로 인정된 혐연권이 주거 공간이나 길거리 등에서도 실질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흡연권과 혐연권의 충돌을 줄이려면 금연구역 확대와 단속뿐 아니라 주민 간 조정 절차 마련과 공간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관리규약에 간접흡연 민원 처리 절차와 대응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근거가 있으면 관리사무소가 흡연 세대에 주의를 요청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아울러 환기구와 배기 설비 등 담배 연기가 유입되는 경로를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간접흡연 피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절차도 필요하다. 담배 연기가 유입되는 경로와 발생 시간 등을 기록한 뒤 필요하면 전문가의 현장 점검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지금은 피해자가 간접흡연의 정도를 입증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감정에 호소할 수 밖에 없다”며 “피해 주민이 흡연자와 직접 다투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배 연기를 둘러싼 갈등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중 누구의 권리가 더 중요한지를 따지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흡연자는 자신의 집이나 건물 밖에서 피운 담배 연기가 다른 공간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비흡연자가 피해를 호소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을 느끼지 않도록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흡연권과 혐연권의 충돌을 개인 간 다툼으로 남겨두지 않고, 피해를 줄이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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