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포효, 여자농구 역사를 흔들다

강우량 기자 2026. 10. 10. 00: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에이자 윌슨, WNBA 5번째 MVP
에이자 윌슨(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이 지난 8월 WNBA(미 여자프로농구) 워싱턴 미스틱스와의 홈경기에서 득점한 뒤 포효하고 있다. 윌슨은 9일 WNBA 최초로 통산 5번째 정규시즌 MVP(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AFP 연합뉴스

‘역대 최고의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는 누구인가.’ 종목을 막론하고 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이다. 축구에선 리오넬 메시(39), 농구는 마이클 조던(63), 미식축구는 톰 브래디(49), 아이스하키에선 웨인 그레츠키(65)가 대표적인 ‘GOAT’로 꼽힌다. 그리고 이제 여자 농구에서도 그 답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WNBA(미 여자프로농구)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에이자 윌슨(30)이 9일(한국 시각) 2026시즌 정규 리그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됐다. 2020년과 2022년에 이어 2024년부터 3년 연속 MVP를 거머쥔 윌슨은 통산 수상 횟수를 5회로 늘리며 WNBA 역사를 새로 썼다. NBA(미 프로농구)에서도 정규 시즌 MVP를 5차례 이상 수상한 선수는 카림 압둘 자바(6회), 마이클 조던과 빌 러셀(이상 5회) 등 단 3명뿐이다.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윌슨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했다. 윌슨은 “여성으로서 새로운 역사(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를 쓰신 분이 직접 수상 소식을 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에이자 윌슨이 9일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이며 MVP 수상을 기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윌슨은 2017년 고향 팀인 사우스캐롤라이나대를 처음으로 챔피언에 올려 놓으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는 WNBA에서도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에이시스에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수퍼스타로 성장했다. 올스타에 8차례 선정됐고, 2024년에는 WNBA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1000득점 고지를 돌파하며 1021점을 쌓았다. 미국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2020 도쿄, 2024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프로 데뷔 초반 주로 포워드로 뛰었던 윌슨은 2025년부터 주 포지션을 센터로 옮겼지만, 득점력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올 시즌 정규리그 41경기에 출전해 평균 득점(26.2점)과 블록슛(1.9개)에서 나란히 리그 1위에 오르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지배하는 ‘공수겸장’의 위용을 뽐냈다. 선수가 팀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승리기여도(Win Shares) 역시 9.4로 리그 1위였다. 2위 베로니카 버튼(7.5)을 큰 격차로 따돌릴 만큼 독보적인 활약이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윌슨은 전성기를 이어가며 여자 농구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여자 농구 GOAT’라는 칭호를 굳히려면 쟁쟁한 전설들을 확실하게 넘어야 한다. 2021년 팬 투표에서 WNBA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선정된 인물은 다이애나 터라시(44)였다. 지난해 은퇴한 터라시는 피닉스 머큐리에서 20년간 활약하며 세 차례 우승 반지를 꼈다. 정규시즌 MVP 수상은 한 차례에 그쳤지만, 올림픽 6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위대한 업적도 남겼다. 미네소타 링스를 네 차례 정상에 올려놓은 마야 무어(37) 역시 역대 최고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당장 윌슨 눈앞에 놓인 과제는 통산 네 번째 우승. 에이시스는 현재 골든스테이트 발키리스와의 플레이오프 준결승(5전 3선승제)에서 2연패를 당해 탈락 위기에 몰려 있어 윌슨의 분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윌슨이 역대 최고 선수의 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WNBA는 올 시즌 최다 관중(379만명)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여자 농구 흥행을 이끄는 주역은 케이틀린 클라크(24·인디애나 피버)다. 먼 거리에서도 거침없이 꽂아 넣는 3점슛과 화려한 패스, 뛰어난 스타성을 앞세워 수많은 팬을 WNBA로 끌어들이고 있다. 클라크가 여자 농구의 대중화를 이끈다면, 윌슨은 압도적인 기량으로 리그 경기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스포팅뉴스는 “두 선수가 같은 시대에 활약하면서 WNBA가 흥행과 경기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