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셜]SSG 역대 최다 관중 신기록 달성...'구도(球都)' 인천의 자존심, 팬심이 살렸다

정철우 2026. 10. 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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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球都)'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부산을 떠올린다.

인천 야구팬들에게 프로야구는 때로 배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기억될 수밖에 없었다.

SK에서 SSG로 이어진 시간은 인천 팬들에게 다시 야구를 믿고 응원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SK를 거쳐 SSG에 이르기까지 인천 팬들은 자신들의 야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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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은 9위까지 추락했지만 팬심은 역주행…125만 관중이 증명한 인천의 저력
숱한 구단 교체와 연고지 이탈의 상처…그래도 인천은 야구를 버리지 않았다
지난해보다 뜨거워진 관중석, 성적보다 빛났던 '구도 인천'의 자존심
출처:SSG 랜더스

(MHN 정철우 기자) '구도(球都)'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부산을 떠올린다. 롯데 자이언츠를 향한 부산 팬들의 열정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하지만 한국 야구의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도시가 있다. 바로 인천이다. 한국 야구가 처음 뿌리를 내린 곳으로 알려진 인천은 오랜 세월 야구의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도시다. 그리고 2026년, 인천 야구팬들은 다시 한번 자신들이 왜 '구도'라는 이름으로 불려야 하는지를 증명했다. 팀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야구장을 향한 발걸음만큼은 오히려 더 뜨거워졌다.

SSG 랜더스는 9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시즌 20번째 매진을 기록했다. 2만3000석이 모두 팔렸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SSG의 올 시즌 홈 누적 관중은 125만1532명으로 확정됐다. 평균 관중은 1만7627명. 지난해 기록했던 1만7407명보다 220명 늘어났다. 증가 폭만 놓고 보면 대단한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SSG가 올 시즌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돌아보면 이 숫자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인천은 한국 야구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도시다. 1905년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가 황성기독교청년회(YMCA)를 통해 야구를 보급한 역사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에 앞서 인천에 거주하던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야구가 행해졌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개항 이후 새로운 문물이 유입되는 관문이었던 인천은 야구가 한반도에 처음 소개되고 뿌리내리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 야구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인천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인천 야구의 역사가 늘 자랑스러운 기억으로만 채워졌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인천 팬들은 다른 지역 팬들보다 더 많은 상처를 감당해야 했다. 삼미 슈퍼스타즈에서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현대 유니콘스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구단의 이름과 주인이 끊임없이 바뀌었다. 어렵게 정을 붙인 팀이 다른 이름으로 바뀌는 일을 반복해서 겪어야 했다. 여기에 현대가 수원으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인천 팬들은 자신들의 연고 구단이 사실상 떠나는 아픔까지 경험했다.
출처:SSG 랜더스

프로야구에서 연고 구단은 단순한 스포츠팀이 아니다. 지역의 자존심이자 팬들의 추억이 쌓이는 공간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찾았던 야구장에서 성인이 된 뒤 자신의 자녀와 함께 경기를 보는 것이 프로야구가 가진 가장 큰 힘이다. 하지만 인천에서는 그런 추억이 여러 차례 끊어질 위기에 놓였다. 팀의 이름이 바뀌고 연고지가 흔들릴 때마다 팬들은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인천 야구팬들에게 프로야구는 때로 배신이라는 단어와 함께 기억될 수밖에 없었다.

그 상처를 다시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바꿔 놓은 것이 SK 와이번스였다. 2000년 인천에 자리 잡은 SK는 오랜 시간 지역 팬들과 호흡하며 새로운 야구 문화를 만들어냈다. 여러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인천 야구의 자존심도 되살렸다. 이후 SSG가 구단을 인수하면서 다시 한번 이름이 바뀌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연고지를 떠나는 변화가 아니었다. 인천이라는 뿌리를 지키면서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는 변화였다. SK에서 SSG로 이어진 시간은 인천 팬들에게 다시 야구를 믿고 응원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렇다고 팬들의 사랑이 언제나 좋은 성적으로 보상받았던 것은 아니다. 특히 최근 두 시즌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SSG는 지난해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가을 무대에서 기대했던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허무하게 물러났다. 정규시즌 동안 쌓아 올린 성과가 단기전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팬들 입장에서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무너진 시즌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어려웠다. SSG는 시즌 중 한때 9위까지 추락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야기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순위가 떨어졌던 시기가 있었다. 지난해 3위 팀이라는 사실이 무색해질 만큼 힘겨운 레이스였다. 후반기 들어 놀라운 반등을 만들어내며 6위까지 올라섰지만 전체적으로 성공적인 시즌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때 바닥까지 내려갔던 팀이 다시 경쟁력을 회복했다는 점에서는 박수를 받을 만하지만, 팬들이 기대했던 가을 야구와는 거리가 있는 결과였다.

이런 상황이라면 관중 감소를 피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받은 실망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올 시즌에는 순위마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팀을 향해 팬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프로스포츠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우승 경험이 있는 팀이라면 팬들의 기대 수준도 그만큼 높을 수밖에 없다. SSG가 지난해보다 관중 동원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조건이었다.
출처:SSG 랜더스

그러나 인천 팬들은 전혀 다른 답을 내놓았다. 성적이 떨어졌다고 야구장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자주 경기장을 찾았다. 평균 관중 1만7627명은 단순한 흥행 지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팀이 잘할 때만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울 때도 함께하겠다는 팬들의 선택이 숫자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즌 20차례 매진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인천 팬들의 야구 사랑은 팀의 순위표보다 훨씬 단단했다.

물론 관중 증가를 오직 팬들의 충성심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구단의 마케팅과 관람 환경, 프로야구 전체의 흥행 열기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성적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평균 관중이 늘어났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팀의 경기력이 흥행을 끌어올리는 가장 강력한 동력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의미 있는 성과다. 성적이라는 가장 직접적인 유인책이 약해졌는데도 팬들의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SSG도 이런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홈 최종전을 특별하게 준비했다. 이날 경기는 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레드 데이'로 꾸며졌다. 시구자로는 올 시즌 9승을 거두며 미래 선발진의 핵심 자원으로 기대받는 김민준의 아버지가 나섰다. 경기 후에는 홈 최종전을 기념하는 특별 영상이 상영되고, 1루 광장인 프론티어 스퀘어에서는 팬들과 함께하는 '레드 데이 야장' 행사가 마련됐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의미 있는 장면은 별도의 행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까지 2만3000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존재 자체가 올 시즌 SSG가 얻은 가장 큰 성과였다. 팀이 한때 9위까지 떨어졌어도, 지난해 가을 야구에서 아쉬운 결과를 남겼어도 인천 팬들은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 응원이 있었기에 SSG는 힘겨웠던 시즌을 관중 증가라는 의미 있는 기록과 함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출처:SSG 랜더스

이제 SSG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팬들이 보여준 사랑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팬들의 충성심이 높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성적 부진을 당연하게 받아들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성적과 관계없이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이 많을수록 구단이 져야 할 책임은 더 무거워진다. 125만명이 넘는 관중이 보낸 응원은 구단에 대한 신뢰인 동시에 더 나은 야구를 보여달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인천은 오랜 세월 팀이 바뀌고 이름이 달라지는 아픔을 겪었던 도시다. 그 과정에서 팬들이 쌓아온 추억은 여러 차례 흔들렸다. 하지만 야구를 향한 사랑만큼은 사라지지 않았다. SK를 거쳐 SSG에 이르기까지 인천 팬들은 자신들의 야구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성적이 아닌 관중석에서 그 자존심을 증명했다.

부산만 구도가 아니다. 한국 야구의 출발점이었던 인천에도 야구를 향한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 팀은 한때 9위까지 추락했지만 팬들의 열정은 오히려 지난해를 뛰어넘었다. SSG가 올 시즌 얻은 가장 값진 기록은 순위표가 아니라 관중석에 남았다. 구도 인천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낸 것은 선수들이 아닌 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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