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퀄어스 지도서 사라진 ‘독도’···“대사관과 협의” “그런 일 없다” 진실 공방
일본어판 ‘다케시마’ 표기도 사라져
외교부 “협의·합의는 절대 없었다”
반크 “경위 파악·원상 복구 지속 요구”

세계지도 ‘이퀄 어스’ 한국어판에서 독도가 완전히 사라졌다. 독도라는 섬도, 명칭도 지도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땅이 됐다. 독도가 사라진 경위를 놓고 제작사 측과 외교부의 설명이 엇갈리면서 진실공방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퀄 어스 측은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에 e메일을 통해 “한·일 대사관 관계자들과 협의해 삭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외교부는 “(독도 삭제를) 협의한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9일 경향신문이 반크로부터 전달받은 이퀄 어스의 영문 답변서에는 “워싱턴DC의 한국·일본 대사관 관계자들과 협의한 뒤 독도를 삭제했다”고 적혀 있다.
이퀄 어스 측은 독도 삭제를 ‘절충안’(compromise solution)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한국어판과 일본어판에 각각 섬 표시와 함께 ‘독도’ ‘다케시마’를 각자 언어로 표기했는데 양국 대사관 관계자의 협의에 따라 아예 양국 지도에서 섬 자체를 빼기로 했다는 것이다(I removed it after consulting with representatives from the Korean and Japanese embassies in Washington, DC.). 이퀄 어스는 이를 ‘외교적 결정’(diplomatic decision)이라고 표현하며 “실망스럽겠지만 이해해주기를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이퀄 어스 측 설명대로라면, 한국어판에 있던 독도를 지운 것은 단순 실수나 일본 측의 일방적 요구가 아니라 한·일 대사관 관계자들과 협의한 결과라는 취지다. 즉 한국도 독도를 지도상에서 삭제하는 데 동의했다는 얘기다.
외교부는 그러나 이퀄 어스 측의 설명을 전면으로 부인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우리는 이런 사안을 일본대사관과 절대 협의하지 않는다”며 “합의한 바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독도는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로서 우리나라는 이미 독도에 대한 확고한 영토 주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일측의 독도 국제분쟁화 전략 등에 유의하면서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 측 입장 설명 노력을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우리 외교부의 설명과 달리 이퀄 어스 일본어판에도 독도가 삭제된 상태였다. 당초 일본어판에도 섬 표시와 함께 ‘竹島’라는 일본어 표기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섬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양국 대사관 관계자들이 협의해 각자 언어판 지도에서 독도를 없앴다는 이퀄 어스 측의 설명과 부합한다.
이퀄 어스는 지도를 수정할 경우 이를 공식 수정 이력으로 남겨왔는데 이번 독도 삭제 건은 수정 이력을 남기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2018년 10월 처음 공개된 이퀄 어스는 공식 홈페이지의 ‘체인지 로그(Change Log)’에 지도에서 변경되는 내용을 날짜별로 기록해왔다. 현재까지 총 47건의 변경 내용이 공식적으로 기록돼 있다. 새 언어판 추가부터 국가·도시·섬 이름 수정, 영토 색상 변경, 지도상 지명이나 도시 삭제까지 모두 변경 이력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퀄 어스는 전날인 8일에도 스와힐리어판 지도를 추가했다는 사실을 공식 수정 이력에 올렸다. 9월 12일에는 쿠릴열도 남단 섬의 색상과 지명 표기를 바꾸고, ‘일본해(Sea of Japan)’ 옆에 ‘동해(East Sea)’를 병기한 내용도 수정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국어판 지도를 추가했다는 기록도 6월 22일 자에 적혀 있다.
하지만 한국어판에서 독도를 삭제한 시점과 이유는 수정 기록 어디에도 없다. 모든 수정 기록을 남겨온 이퀄 어스가 독도 삭제만 공식 이력에 남기지 않은 것이다.
반크 관계자는 “독도가 왜 빠졌는지와 수정 이력에 남기지 않은 이유를 확인하고, 지도에 독도를 다시 표시하도록 계속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크가 자체 제작한 온라인 지도 사이트(equalearth.one)를 활용해 독도가 표시된 지도를 세계에 더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울시 “JYP, 13일 신사옥 협의하자더니 돌연 백지화···SH 잘못 아냐, 여론 호도하지 마라”
- [속보] 노벨평화상에 남아공 출신 나비 필라이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 [단독]시설 보호 아동 10명 중 3명 정신질환 약 복용…“안정적 돌봄환경 조성 병행돼야”
- 이 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 개혁 명분으로 내부 공격”…여권 강경파 작심 비판
- [단독] ‘나이스샷’에 멍드는 산천···하천 둔치 뒤덮은 파크골프장·꽃단지에 농약·비료 팍팍
- 53년간 바람 잘 날 없었던 ‘국대 병역특례’…청년들 “문제는 제도 아닌 병역 대하는 태도”
- 영화 터미네이터의 ‘그 로봇’이 공격하자 인간 내동댕이···인간 대 로봇 격투 대결, 미 당국
- 국힘 조경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국감장서 서거 장소 언급 정치인으로서 책임 느껴
- [책과 삶]“누가 그렇게 멀리 살래?!” 제대로 긁혔다···이 땅에서 ‘서울 바깥’에 산다는 것
- 추미애 “김지용, ‘한동훈 아이폰’ 포렌식 비용 4억 승인 안해 수사 막아”